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 개정판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박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속지의 저자소개에 따르자면) '포스트모더니즘의 기수'라고 평가되고 있는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본 소설은 저자의 약력만큼이나(책 말미의 저자 약력은 정말이지 '포스트모던'했다-_-;;;)심상치 않은 소설이다. 1985년 한신타이거즈의 우승(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일본의 한신타이거즈는 열성적인 팬들로보나, 만년 하위권이라는 성적으로보나 우리의 롯데자이언츠와 흔히 비견되는 팀이다.)을 모티브로 하여 쓰여진 본 소설은(해서, 당시의 야구선수 실명이 그대로 다 쓰여진다) 정말이지 '혁명적'이라 할만큼 당황스러운(?) 언어실험과 형식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본 소설의 시간은 1985년 뿐 아닌 태고적부터 21세기까지를 '동시에' 망라하고 있으며, 본 소설에서 한신타이거즈는 우승하기도 했고, '동시에' 하지 못하기도 했다. 다층적인 시간과 사건들이 동시에 존재하며, 모순적인 어법과 이야기들이 중심적인 플롯없이 각개약진하는 본 소설은 통상적인 소설독법으로는 도무지 꿰어지지 않기도 하거니와, 전공자들 사이에서도 이런저런 전문적인 서평이 이루어지고 있는 텍스트이긴 하지만, 저자의 말마따나 '한번 쓰여진 작품은 자신의 힘으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법, 때문에 능력이 안되더라도 용감하게 개인적인 서평을 올리고 본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일본이라고 하는 나라의 한 시대의 정신풍경을 그려보고자 했고, 그 도구로서 야구를 택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소설에서 말하는 야구란 무엇인가. 그 야구란-소설에서 말하는 바-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속에도 있는 것이며 포르노 비디오 속에도 있는 것이다. 이는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야구'란 우리가 통상적으로 언급하는 야구와 동떨어져 있는 것임을 암시한다. 무려 76타수 3안타의 빈공에 시달리던 4번타자가, 공이 너무 잘 보이기에, 야구를 너무나 제대로 알게 외었기에 자신이 슬럼프가 아니며 더이상 좋을 수 없는 상태임을 자각하는 부분에서도 이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여기서 저자는 소설을 통해 묻는듯하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언급하는 야구가 과연 야구인가. 우승을 위해,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돈벌이의 수단, 즉 교환의 수단이 되어버린 자본주의 사회 프로야구가 과연 야구인가. 그렇다면 그러한 '야구'를 우승한 85년의 한신타이거즈는 과연 '야구'라는 스포츠의 우승을 한 것인가. 여기서 1985년 당시 한신타이거즈의 용병이었던 랜디바스가 하는 말은 매우 시사적이다. "리치, 네 말대로야. 아무도 시합같은건 보고 있지 않아. 시합 경과는 집에 돌아가서 프로야구 뉴스를 보면 알게돼. 모두, 응원하러 나온거야."

그렇다면 '진정한 야구'를, 나아가 주체로부터 소외된 주체, 삶으로부터 소외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가 소설에서 보여주듯 언어파괴와 형식실험을 통해서나 가능할까? 저자는 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듯 싶다. 존재하지 않는, 기발한 이름으로 새로운 선수명단을 짜던 두 여자가 완성된 선수명단을 읽고는 다음과 같이 내뱉는다. '생각보다 감동적이 아냐'라고. 언어는 그것이 말해지는 순간 본질로부터 소외되는 신묘한(?)기능을 가지고 있다. 언어는 사물의 본질에 다가가는 그 순간 끊임없이 미끄러져 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소외된 삶, 소외된 정의, 소외된 야구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러한 열망-실망의 사이클마저 기쁘게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자신을 파괴하고 새로이 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아닐런지.

괴이한 내용과 실험적인 형식으로 다소 난해하게 읽힐 수도 있는 본 소설은, 그만큼 독자의 참여를 이끄는 매력이 있는 듯 하다. 더군다나 그 참여는, 재기발랄한 문체와 유머러스한 내용덕에 매우 즐겁게 이루어질 수 있다. 사실 '포스트 모더니즘 소설'이니, '제1회 미시마 유키오상 당선작(여담이지만, 이 소설이 유명한 극우파 소설가의 이름을 딴 상의 첫회 수상작이란 것도 참 아이러니하다.)같은 타이틀을 빼고, 그저 이야기를 따라 흘러흘러 읽는다면 누구나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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