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하룻밤의 지식여행 14
리차드 아피냐네시 지음, 박지숙 옮김 / 김영사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서양 사상에서 프로이트가 행한 독특한 업적은, 그의 전공분야(라고하기보단 그로 인해 만들어진 분야)인 정신분석학 뿐 아닌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일례로 철학과 거의 무관한 그의 학문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한 철학 입문서에 프로이트에 관한 장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사회학이나 정치학에서도 마르쿠제나 빌헬름 라이히같은 그의 후예들이 비중있는 역할을 함으로써 그의 영향력을 전파시켰다.

이처럼 프로이트가 사회과학이건 인문학이건 맑스와 함께 거의 통과의례라 할 정도의 위치를 점하게 된 데에는-너무나 당연하게도-그가 '개인'을 고찰함에 있어 그 누구보다 탁월한 업적-무의식의 중요성을 발견-했다는 점에 있다. 물론 그가 성욕을 너무 강조하여 억압을 설명함에 있어 다소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고, 정신분석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상 검증불가능한 문제를 너무 일의적으로 해석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그의 작업이 갖는 수많은 '공백'은 역설적이게도 그를 접하는 이로 하여금 수많은 지적 모티프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듯 싶다.

이처럼, 오늘날 어떠한 학문을 접함에 있어 피할 수 없는 프로이트이지만 문제는 그의 책 중 어느 하나 쉽게 읽어나갈만한 서적이 없다는 점에 있다. 그의 '정신분석 입문'은 입문이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그닥 쉬운 책은 아니며, '꿈의 해석'은 적지 않은 양 덕분에 처음엔 재미있게 읽다가도 흐지부지해지기 쉽상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평생에 걸쳐 연구한 그의 작업은, 단순히 글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본서는 그러한 프로이트라는 인물과 그의 학문적 작업들을 그 어느 서적보다 '즐겁게'설명해내고 있는 듯 싶은데, 그의 일생과 사상의 발전과정을 시대순으로 서술하고 있는 본서는 무엇보다 오스카 저레이트의 때론 엽기적(?!)이고 때론 웃지않고는 못배길법한 일러스트레이션 덕분에 시종일관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단순히 사상에 대해 딱딱히 서술하는 것보다, 안나O양이라던지 꼬마 한스, '쥐인간'사례 등 프로이트가 실제 행한 사례들을 통해 프로이트의 사상을 설명해나가는 방식 또한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웠다. 사견이지만, 사실 오스카 저레이트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보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일독할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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