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하룻밤의 지식여행 7
나이젤 C. 벤슨 지음, 윤길순 옮김 / 김영사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인문학의 위기라는 시대에 '그나마'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는 인문학 분야의 서적이라면 역시 심리학 서적을 들 수 있겠다. 문제는 바로 그 잘팔린다는 심리학 서적들의 성격인데, 그 성격이란게 심리학의 한 분과로서 정신분석학의 비과학성을 지적했던 포퍼가 봤다면 놀라 뒤집어질 정도로 재기발랄(?!)한 상황이다. 사람을 몇개의 유형으로 쉽게 구분한 후 미주알고주알 떠들어대는 소위 '혈액형 심리학'류의 서적이 활황인 오늘의 시대, 이러한 시류는 당황스럽게도 심리학에 대한 '오해'만 더욱 깊어지게 만들고 있는 듯 싶다.(해서 우리에게 우선적으로 요청되는건 '혈액형 심리학'이 아니라 '혈액형 심리학의 심리학'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혈액형 심리학의 정신분석학' 아닐까?!)

어디서건 심리학을 어렵잖게 접할 수 있는 시기, 우리의 심리학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얕은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심리학의 정의조차 명확히 인지하고 있지 못한 현실에서도 드러난다. 많은 사람들은 심리학을 정신분석학, 또는 사회학과 혼동하고 있으며 이러한 증상은 가끔씩 사회문제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처방을 지지하는 단계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간이란게 그리 간단한 존재가 아니듯,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심리학의 접근방법과 처방 또한 다종다양함에도 많은 사람들은 프로이트나 (최근들어 그나마)스키너정도나 떠올릴 뿐이나, 프로이트의 '비과학성'은 심리학계 내부에서 여전히 논란중이고 스키너의 단선적인 행동주의 또한 '너무도 고전적인'것이 된 지 오래이다.

본서는 이러한 오늘의 현실을 명확히 인지하고(그런면에서 심리학의 '타락'은 우리만의 현상은 아닌 듯 싶다.)심리학에 대한 차분한 설명을 이어나간다. 심리학의 정의와 탄생 및 그 배경이 된 사상들을 간단히 정리한 후 구조주의와 기능주의라는 초기 접근법을 소개하고 여기서 파생된 6가지 시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굉장히 딱딱한 심리학 입문서같아 보일수도 있겠지만, 정말이지 센스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은 물론이거니와 상당히 시사적이고 실무적(?)인 사례로 심리학의 수많은 접근법을 알기 쉽게 소개하며 독자의 상식이나 행동에 있어서의 합리성을 고무시킨다는 점에서 본서는 단순한 심리학 입문서의 수준을 뛰어넘는 듯 싶다.(심지어 심리학의 연구윤리라던지 학문으로서의 전망같은 심리학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것까지 세심하게 담아내고 있다!)

에리히 프롬은 자신의 저서인 'Beyond the Chains of Illusion'(국역:마르크스 프로이트 평전)에서 인간해방에 도움이 되어야 할 심리학이 점점 더 주술화되어가며 새로운 신으로 기능하려는 모습을 개탄하였다. 그의 탄식은 오늘 우리사회의 현실과 너무도 적확하게 들어맞는 면이 있다. 어찌보면 인간 개인의 '모든것'을 다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법한 심리학의 역사는, 결국 우리 자신이 조금 더 나은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가는 데에 도움이 될 목적으로 발전해왔다. 이러한 발전이 오늘의 타락으로 인해 퇴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심리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심리학을 발전시켜 온 수많은 학자들의 노력의 역사는 한번쯤 상식으로나마 읽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면에서 본서는 정말 괜찮은 입문서인 듯 싶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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