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친구 크리스가 우리 연구실에 온지 어느덧 3주가 되었다. 8월 11일에 떠나니까 이제 한 달 정도 남은 셈인데 꽤 많이 친해진 느낌이 들어서 다행이다. 내가 보기엔 귀여운 남자 카테고리에 속한다고 생각되는데 다음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주에 연구실 사람들이랑 피자 먹을 때 찍은 사진. 도미노의 새로 나온 퐁듀 피자가 맛있었다.)
생김새는 영락없는 한국 사람처럼 보이는데 아버지는 중국 본토, 어머니는 타이완 출신이시고 크리스는 미국에서 나고 자랐다고 한다.. 꽤 사교적이어서 우리 연구실의 많은 사람들과도 금방 친해졌는데 음식도 전혀 가리질 않는다. 김치는 물론이고 제육볶음에 설렁탕, 회덮밥도 잘 먹는다. 한가지 특이한 습관이 있는데 우리처럼 밥 먹으며 여러 반찬을 같이 먹는게 아니라 한 종류씩 다 먹어간다는 것이다. 전에는 마지막에 밥만 먹길래 보는 내가 다 퍽퍽함을 느꼈다.
우리말도 꽤나 많이 늘었는데 숫자 세는 건 아주 잘 하고 얼마 전엔 나한테 와서 '밥 먹었냐? 밥 먹자.' 라고 말해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한바탕 웃기도 했다. 밖으로 밥 먹으러 가면 직접 주문을 하기도 한다. 물론 내게는 좋은 영어 선생님이 되어주고 있다.
한국에 와서 놀란 것이 커피숍이 굉장히 팬시(fancy)한 것이란다. 미국은 별로 그런게 없는데 왜 한국은 그러느냐고 묻길래 한국에서는 주로 커플들이 커피숍에 간다, 그래서 그들은 분위기 있는 인테리어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가게들이 많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말 나온 김에 연구실 후배들 두명과 함께 (즉 남자 넷이서) 팥빙수를 먹으러 갔는데 그 곳은 말 그대로 정말 팬시한 곳이다. 온갖 장식에다 천정에서 줄이 내려오는 형광색 그네에 앉아서 먹는 곳이다. 이런 곳엘 남자 넷이 갔으니 꽤 어색했는데 '주위를 둘러봐라. 커플들이 많지 않느냐' 라고 하니까 꽤 재미있어했다.
이번 목요일엔 해리 포터를 같이 보러 가기로 했고 7월 말에는 가까운 마이산에도 같이 다녀올 예정.. 성격 좋고 똑똑한 미국 친구를 하나 알게 돼서 기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