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후배 미니홈피에 올라와 있는 글을 가져왔다. 수퍼스타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노래 가사를 패러디해서 우리과의 최길주 교수님께서 쓰셨다고 하는데 음... 연구에 있어 열정적인 그 분의 모습과 어울리는 가사인 듯 싶다.
카이스트의 사이언티스트
메신저를 찾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학생을 본 일이 있는가
허무한 채팅의 기쁨만을 찾아다니는 실험실 한구석의 학생
나는 그런 학생이 아니라 사이언티스트이고 싶다
최고의 사이언스를 추구하다 회한의 백골로 뒹굴지라도
나는 진정한 사이언티스트이고 싶다
자고 나면 위대해지고 자고 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카이스트 실험실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상아탑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상아탑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 간 갈릴레오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처럼 타올라야지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깊은곳까지 이해하려 하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사이언티스트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건 사이언스 때문이라고…
사이언스가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사이언스에 파고들수록 고독해진다는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초파리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초파리를 사랑한다.
너는 애기장대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애기장대를 사랑한다.
너는 생쥐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생쥐를 사랑한다.
그리고 또 나는…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심오한것 같으면서도
텅비어 있는 내 사이언스를 위해 건배
사이언스를 하는 것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거야
사이언스도 사랑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건 외로운거야
사이언스를 하는 것은 좌절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후회않는 것
그래야 진정으로 사이언스를 한다 할 수 있겠지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 한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꺽이지 않는 한그루 나무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있는 것은
21세기 사이언스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구름인가 드라이 아이스인가 저 치열한 곳 카이스트 실험실
오늘도 나는 가리 파이펫맨을 들고
실험대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실험대가 된들 또 어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