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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와 메이 이야기 - 전6권
키무라 유이치 지음, 아베 히로시 그림, 김정화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책들 중에서 어떤 것은, 사실상 유아가 읽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도,
무조건 유아용으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다.
이 책도 그런 류의 책이라고 보인다.
초등3학년이 되는 딸아이는 고학년의 책을 척척 읽어내는 아이이고,
나도 너무 어린애 같은 책은 빌려읽게 하고 사주지는 않지만,
이 책은 일본 국어교과서(4학년)에 실렸다고 되어있기도 하고,
그 내용이 나름대로 깊이가 있을거 같아서 망설이다가 주문을 했다.
물론, 아이가 영화 보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고 싶다고 애태우기도 했지만...
책이 도착하자, 총 여섯권의 책을 아이와 함께 읽었다.
책이 눈 앞에 나타나면, 속독 수준으로 번개같이 책을 읽는 아이지만,
이 책은 좀 느낌을 생각하며 천천히 읽자고 제안을 하고
함께 그림도 즐기며, 함께 웃고, 함께 상상하며 느긋하게 읽어갔다.
내가 바빠서 하루에 다 읽지를 못했지만,
그 기다림조차 우리는 함께 즐긴 듯 하다.
가부와 메이의 애틋한 우정이 때론 코믹하지만 무척 사랑스럽게 묘사되어있었기에
우리는 읽으면서 가부가 되었다가 메이가 되었다가 할 수 있었다.
즐겁고 또 아슬아슬했던 5권까지 끝내고,
마지막 6권의 끝에서 결국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죽음을 앞에둔 우정의 대화가, 짧은 표현에도 불구하고
가슴 속에 진하게 와 닿았고,
그래서 애잔하게 읽어나가다가
마지막 죽음 앞에서 아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행복하게 끝날 줄 알았는데...."
하며 우는 아이는, 마음을 추스리지 못하고 울더니만,
"혼자 다시 읽어봐도 될까요?" 하고는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분이 다시 풀어지기 시작하였다.
빙그레 웃음을 띄고 책장을 넘기며, 다시금 둘의 행복한 우정을
느끼며 행복해진 덕분이었다.
화려한 환타지 소설이나 뭔가 정보를 제공하는 여러가지 책들과 달리
딸아이는 이 책에서 다른 것을 느낀 것 같다.
가슴으로 느끼는 것,
우정과 희생과 사랑과 행복... 그리고 그리움까지...
분명히 4살짜리에게 느끼라고 하기엔 무리인 듯한 이 책은
학년을 초월해서 모든 아이들에게 다 좋을 듯 싶다.
심지어 어른들까지도...
함축된 동화적 표현과 간결하고 힘있는 그림이 매력적인 책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