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주에서 트리플 34
최수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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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주에서>에는 [99], [삼각주], [구] 세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읽히지만, 세 편 모두 누군가를 잃은 뒤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누군가를 떠나보냈다고 해서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기억은 남아 있는 사람의 일상에 섞이고, 때로는 선택에 영향을 주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 다시 떠오른다.


상실의 감정을 크게 쏟아내지 않는 책.

오히려 설명하지 않는 빈자리로 인해 기억되는 책.

누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모두 알려주기보다, 남겨진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따라가며 그 빈자리를 자연스럽게 들여다보게 된다.


세 편 중에서는 [삼각주]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같은 사람을 기억한다고 해서 함께했던 기억까지 같을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함께 걸었던 길이, 누군가에게는 나눴던 대화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니었던 하루가 오래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각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누군가를 기억하고 이별하는 모습이 유난히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마지막 [구]에 이르면 책의 분위기도 조금 달라진다. 상실에만 머무르기보다 그 기억을 품은 채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의 시간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


결국 <삼각주에서>는 떠난 사람을 중심에 두고, 그 사람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따라가는 책이다. 이상하게도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떠난 사람의 자리는 더 선명해진다.


죽은 사람은 기억 속에 남고, 산 사람은 그 기억을 가지고 계속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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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지금 탑승합니다
정보라 지음 / 위고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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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감상입니다*



처음에는 여행을 싫어하는 작가님의 우당탕탕 출장기라고 생각했다. 

<저주토끼>가 해외에서 알려진 뒤 라의 도서전과 문학축제, 시상식에 초청받아 15개국 32개 도시를 다니게 되는데, 여행을 싫어한다는 사람치고는 너무 알차게 돌아다니셨다. 


초반은 생각보다 유쾌하다. 작가님의 애착 연고가 타이거밤이라는 TMI부터 프랑스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공중화장실이 부족해서라는 이야기, 이름부터 강렬한 ‘지옥의 엉덩이 음악’까지. 평소 관심사가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이야기들을 하나씩 알게 되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저 지금 탑승합니다>는 단순한 출장 에피소드 모음은 아니었다. 

작가님은 출장지에서도 평소 궁금했던 것을 직접 확인하고, 관심을 가져온 문제를 현장에서 바라본다. 베를린에서는 교통약자의 지하철 접근성을 살펴보고, 여러 나라를 오가며 성소수자, 전쟁, 노동자 시위 같은 사회의 모습도 기록한다.


이런 문제들을 무겁게 설명하기보다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기억한 일들을 차분하게 풀어내서 오히려 잘 읽혔다. 작가님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같은 문제를 바라보고 있었고, 공부한다는 느낌 없이 내가 몰랐던 것들을 조금씩 알게 됐다.


중간중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간된 <저주토끼>표지를 구경하는 재미도 좋았다. 특히 프랑스판은 기괴한 토끼보다는 묘하게 우아한 파리의 여성 같은 인상이라 신기했다. 해마다 출장 동선과 그 시기의 정치적·문화적 사건을 함께 보여주는 구성도 인상적이었다.


초반에는 작가님의 TMI와 유쾌한 이야기로 금방 빠져들었지만, 뒤로 갈수록 사람과 사회, 전쟁과 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쌓이며 생각보다 진지한 책이라는 인상이 남았다.


무엇보다 여행지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정보라 작가님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따라가고 있었다.


이전까지 정보라 작가님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었다면 <저 지금 탑승합니다>를 읽고 난 지금은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게 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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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우습게 봤겠지만
베라 쿠리안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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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사이코패스 소재를 좋아한다. 

영화나 드라마 속 사이코패스는 대부분 범죄자나 살인마로 감정 없이 많은 사람을 죽이고, 평범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괴물처럼 등장한다.


그래서 사이코패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비밀 연구와 연쇄살인, 복수를 위해 대학에 들어온 사이코패스 클로이의 조합이 궁금했다.

음침하고 조용하고 차가운 심리 스릴러를 예상했지만 완전히 빗나갔다.


클로이는 예상과 전혀 다른 소녀.

해맑고 낭창하고 오로지 직진!


대학에 들어온 목적은 복수라 생각했는데 너무나 대학생활을 잘 즐기며, 심각한 순간에도 생각이 엉뚱한 곳으로 튀는 개성의 소유자였다. 찰스가 잘생겼으면 잘생겼다 감탄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겁먹고 물러서기보다 궁금한 걸 쫒아간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클로이 덕분에 복수극이 가볍고 쾌활했다.


책을 두 번 읽었지만 첫인상과 마지막에 남은 감상은 그대로다.


‘경쾌한 스낵 복수물.’


클로이가 톡톡 튀는 탄산음료라면 찰스는 묵직한 맥주 같았다.

클로이는 어디로 튈지 몰라도 원하는 게 분명하다. 반면 찰스는 타인을 관찰하고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알고 그에 맞게 행동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속을 모르겠다.

서로 다른 인물들이 같은 연구 안에 모이고, 연구와 관련된 사람들이 하나둘 등장할수록 의심할 사람도 늘어난다.


‘사이코패스니까 의심스러운 건가?’


범인을 추리하면서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이코패스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지 미리 판단할 수 있을까.

추리 스릴러 자체는 조금 아쉽다. 사건과 살인 방법은 기발하고 여러 인물이 의심스러워 범인을 맞혀보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범인에게 도착하는 과정은 그만큼 치밀하지 않아 앞선 사건들이 하나씩 맞아떨어지는 쾌감은 부족했다.


가벼운 것과 허술한 건 다르다.


경쾌한 스낵 복수물이라는 색은 좋았는데, 사건까지 스낵처럼 후루룩 끝나버린 느낌이지만, 건보다 클로이와 찰스가 너무나도 궁금해진다.  책을 두 번 읽었는데도 아직 이 둘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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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사슴뿔버섯 - 서순희 장편소설
서순희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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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감상입니다*


1960~70년대 대구를 배경으로 한 붉은사슴뿔버섯은 읽는 동안 한 편의 옛 K드라마가 떠오르는 소설이었다.


성냥공장을 운영하는 집, 외도하는 아버지, 병들어 세상을 떠난 엄마, 새어머니와 이복동생, 집을 나오는 자매, 이루어지지 않는 첫사랑까지. 한 사람의 삶에 정말 많은 일들이 몰아친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그 시대만의 분위기였다. 지금 보면 불편한 가치관도 많고 답답한 부분도 있지만, 그런 문제를 대놓고 설명하기보다 윤희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보여준다.


특히 아버지는 끝까지 불편했다. 윤희가 장애로 인해 차별받는 건 당시 시대상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집 안에서까지 냉대를 받고 아버지의 외도로 기존 가족이 무너지는 과정은 쉽게 넘기기 어려웠다.


오히려 윤희보다 엄마가 더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윤희가 소아마비를 앓은 뒤에는 그것마저 자기 잘못처럼 여기고, 남편의 외도까지 견뎌야 했던 삶을 보며 당시의 답답한 가족관계도 함께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이 책을 단순히 '장애를 가진 소녀가 차별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이야기'라고만 보기에는 아까웠다.

윤희를 힘들게 만든 건 장애 하나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시선, 가족의 붕괴, 엄마의 죽음, 사랑과 관계 속에서 받은 상처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붉은사슴뿔버섯과 연결된다.


죽을 만큼 강한 독을 품고 있지만 매년 끈질기게 다시 자라나는 붉은사슴뿔버섯. 단순히 죽음을 뜻한다기보다 윤희 안에 쌓인 분노와 원망,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힘까지 함께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상범과의 관계도 기억에 남는다.


“나 한 번만 안아줘. 아니, 나하고 자도 돼. 절대 책임지라고 안 할게. 발목 잡지도 않을게.” p.242


안타깝고 처절했다. 꼭 이렇게까지 자신을 낮춰야 했을까 싶었다. 윤희를 장애인으로 차별하지 않는 것과 한 여성으로 바라보는 건 또 다른 문제였구나 싶었다.


이 작품은 작가의 경험이 투영된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 시대를 살아온 한 사람의 기록처럼, 다른 한편으로는 '나는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다'는 자기 증명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마지막은 조금 허무했다. 예전과 달라진 윤희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툭 끝난다.


그런데 이상하게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이라고 생각하면 잘 어울린다. 

주인공이 목발을 짚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고, 

카메라는 점점 멀어지고...

그대로 엔딩곡.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그 시대의 욕망을 이야기하는 소설이지만, 

무엇보다 한 여성의 파란만장한 삶을 따라가는 시대극처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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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소설이라는 이름의 소설 괴담
사와무라 이치 지음, 강영혜 옮김 / 리드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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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감상입니다*


제목부터 괴담을 강조하여, 얼마나 무서운 괴담일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완벽하게 무서움만을 위한 괴담집은 아니었고, 

무서움과 다른 여러감정을 같이 엮어서 보여주는 괴담이었다. 


내 기준 : 무서움 70 + 그 외의 감정 30 정도.


처음부터 무서운 분위기로 오싹했던 이야기도 있지만,

안타깝고 씁쓸하기도 했고,

인간이 너무 추악해서 역겹기도 했으며,

어떤 이야기는 설정 자체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총 일곱 편의 단편.

무엇보다 이야기의 순서가 잘 짜여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첫 번째 [고속괴담]은 이 책의 시작으로 딱 좋았다.

서로 괴담을 이야기하며 시작하는데,

읽다가 순간적으로  '아, 이게 반전이었구나.'

싶은 지점이 나오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반전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을 다시 한번 뒤집고,

마지막에는 충격적인 결말과 찝찝함까지 남긴다.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로 문을 열어

'자, 이제 괴담을 시작합니다.'

하고 독자를 괴담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일곱 편 중 가장 무서웠던 것은 여섯 번째 [마른 우물의 목소리].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설이 등장한다.

제목은 [마른 우물의 목소리].


그런데 누가 썼는지 모른다.

어디에서 출판됐는지도,

어떤 잡지에 연재됐는지도 알 수 없다.


누구는 이 잡지에서 읽었다고 하고,

누구는 저 책에서 읽었다고 하고,

기억하는 작가의 이름마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괴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그 소설이 정말 무서웠다고.

자신이 읽은 것 중 가장 무서운 이야기였다고.


모두가 같은 제목을 기억하고,

모두가 가장 무서웠다고 말한다는 사실 자체가

점점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그저 정체불명의 소설을 추적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읽을수록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그리고 결국,

일곱 편 중 가장 무서웠던 단편으로 남았다.


마지막 [괴담괴담]은 길게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이 책의 끝을 장식하는 이야기로 기억에 남는다.


앞선 이야기들과 달리 무섭다기보다 안타깝고 나름데로 아름다웠다.

공포보다 슬픔과 여운을 남긴 이야기로 마지막을 장식하기 좋았다.


첫 번째 [고속괴담]으로 서서히 괴담의 문을 열고,

각기 다른 공포와 감정을 지나

[마른 우물의 목소리]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을 만든 뒤,

마지막 [괴담괴담]에서는 뜻밖의 슬픔과 아름다움으로 끝낸다.


무서운 이야기만을 들려주는 책은 아니기에,

무서움만을 원하는 이들은 조금 아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공포와 함께 다른 감정까지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무서움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안타까움과 씁쓸함,

인간에 대한 혐오,

충격과 슬픔이 함께 섞여 있다.


그래서 완벽하게 무섭기만 한 괴담집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 안에 섞인 다른 감정들 덕분에

일곱 개의 괴담이 각자 다른 모습으로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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