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사슴뿔버섯 - 서순희 장편소설
서순희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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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감상입니다*


1960~70년대 대구를 배경으로 한 붉은사슴뿔버섯은 읽는 동안 한 편의 옛 K드라마가 떠오르는 소설이었다.


성냥공장을 운영하는 집, 외도하는 아버지, 병들어 세상을 떠난 엄마, 새어머니와 이복동생, 집을 나오는 자매, 이루어지지 않는 첫사랑까지. 한 사람의 삶에 정말 많은 일들이 몰아친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그 시대만의 분위기였다. 지금 보면 불편한 가치관도 많고 답답한 부분도 있지만, 그런 문제를 대놓고 설명하기보다 윤희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보여준다.


특히 아버지는 끝까지 불편했다. 윤희가 장애로 인해 차별받는 건 당시 시대상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집 안에서까지 냉대를 받고 아버지의 외도로 기존 가족이 무너지는 과정은 쉽게 넘기기 어려웠다.


오히려 윤희보다 엄마가 더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윤희가 소아마비를 앓은 뒤에는 그것마저 자기 잘못처럼 여기고, 남편의 외도까지 견뎌야 했던 삶을 보며 당시의 답답한 가족관계도 함께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이 책을 단순히 '장애를 가진 소녀가 차별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이야기'라고만 보기에는 아까웠다.

윤희를 힘들게 만든 건 장애 하나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시선, 가족의 붕괴, 엄마의 죽음, 사랑과 관계 속에서 받은 상처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붉은사슴뿔버섯과 연결된다.


죽을 만큼 강한 독을 품고 있지만 매년 끈질기게 다시 자라나는 붉은사슴뿔버섯. 단순히 죽음을 뜻한다기보다 윤희 안에 쌓인 분노와 원망,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힘까지 함께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상범과의 관계도 기억에 남는다.


“나 한 번만 안아줘. 아니, 나하고 자도 돼. 절대 책임지라고 안 할게. 발목 잡지도 않을게.” p.242


안타깝고 처절했다. 꼭 이렇게까지 자신을 낮춰야 했을까 싶었다. 윤희를 장애인으로 차별하지 않는 것과 한 여성으로 바라보는 건 또 다른 문제였구나 싶었다.


이 작품은 작가의 경험이 투영된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 시대를 살아온 한 사람의 기록처럼, 다른 한편으로는 '나는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다'는 자기 증명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마지막은 조금 허무했다. 예전과 달라진 윤희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툭 끝난다.


그런데 이상하게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이라고 생각하면 잘 어울린다. 

주인공이 목발을 짚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고, 

카메라는 점점 멀어지고...

그대로 엔딩곡.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그 시대의 욕망을 이야기하는 소설이지만, 

무엇보다 한 여성의 파란만장한 삶을 따라가는 시대극처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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