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어리석은 인간이 또 있나... 나에게 아주 중요한 시험인데
며칠 앞두고 부랴부랴 시작해서 벼락치기를 해버렸다;
벼락치기를 함께한 친구들- 잉글리시 리스타트 시리즈 Basic, beyond the GRAMMAR.
Basic은 이미 절판된 구판이다. 몇 년 전에 샀는데 이제야 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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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rt Basic. 처음부터 다시! ㅠㅠ
뉴런(출판사) 카페 가입하고 다운받은 MP3를 들으면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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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가 약해서 듣기 위주로 공부했다.
문제를 그냥 풀지 않고 mp3 들으며 들리는대로 답을 썼다.
노란펜으로 답 쓰고 정답 확인한 다음 연두색펜으로 덧쓰고 틀리면 빨간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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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마지막에 나온 글. 이 책에서 가장 어려운 게 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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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GRAMMAR.
답 쓸 때 노란펜이 잘 안 보여서 불편하고 그 초벌 과정이 점점 귀찮아져서 나중엔 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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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시소'가 영어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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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에 있는 워싱턴 산에 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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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책을 끝내고 나니 확실히 뭔가 보이는 게 다르고 실력이 늘기는 늘었는데
그래도 아직은 한참 모자른 듯한 느낌이... 다른 책을 뒤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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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순만 같아도 훨씬 쉬울텐데 으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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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어 보이는데 시간 여유가 없어 제대로 못 읽고 대충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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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보러 갈 때가 되었다. 흑흑...
두 시간 잤다. 가방에 넣고 간 책 두 권.
공부 제대로 못했는데 시험 시작 전에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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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보는 오류중학교는 우리 아파트 단지 옆이라 걸어서 갔다.
긴장되는 순간이지만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동네를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교실 B줄=2분단 둘째줄이 내 자리였다. 비어 있던 앞자리는 끝내 오지 않더군.
고개를 드니 내 앞쪽 벽- 칠판 왼쪽에 급훈 액자가 걸려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그래 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ㅠㅠ...고 되뇌었다.
능률보카 여기까지 봤을 때 시험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어 아쉽지만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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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카칩은 괜히 가져와서 꺼내보지도 못했네.
된장스러운 문장들ㅎ 그래도 외우기는 좋을 것 같은데 다 읽어봐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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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ening이 시작되고
이럴수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
what...? when...? why didn't...?만 겨우 들리는데
스피커 속 외쿡인들이 내게 점수를 쉽게 내주지 않으려고
대답을 무엇이다, 언제다, 무엇 때문이다 라고 하지 않고
색다르게 말을 하며 끼를 부리기 시작했다. ㅜㅜㅜㅜㅜㅜㅜㅜ
망연자실한 가운데 그래도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나는 머뭇거리고 있을 때 옆에서 다들 다음 장으로 넘기는 소리가 들려 움찔했다;
그렇게 허망한 듣기가 지나가고... 그나마 Reading이 낫더라.
열불나게 풀고 있는데 이럴수가~ 옆에 풀러 놓은 손목시계를 보니
(손목에 차지 말고 옆에 놓게 하더군) 11시 50분;;;
삼십 문제나 남았는데... 먼저 앞서 풀었던 문제들 답안지 마킹하고
못 푼 문제들은 찍었다. 에휴...
천천히 집으로 걸어왔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ost '언제나 몇 번이라도' 가사가 생각났다.
텅 빈 마음으로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게 아름다워 보였다.
이런 여유 없이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런 여유는 치열하게 살다가 한숨 돌릴 때 의미가 있는거지
맨날 늘어져 있는 거랑은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완급조절을 잘 해야 되는데 난 아직도 형편없다...
12월 13일에 성적이 나온다. 너무 오래 기다려야 돼;
내가 가고픈 학교에 지원할 수 있으려면 700점이 넘어야 하는데
힘들 것 같다... 안 되면 또 다른 길을 찾아야 하고.
2009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봤던 시험이 510점이었고
200점 더 나오려면 40문제는 더 맞아야 될 것 같은데 어찌됐을까...?
12월 13일이 되어야 내 갈 길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