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읽는 욕망의 세계사
사람은 읽는대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놀라운 발견, 칵테일효과에 의하면 사람은 들리는 것을 듣지, 들을 수 없는 것은 듣지 못한다. 우산 장수에게는 우산만 보이고, 신발 장수에게는 신발만 보인다는 것. 그러니 그동안 축적된 정보가 새로운 정보를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논리에 의하면 사람은 읽는대로 만들어지지만, 읽는 것도 그동안 축적된 정보에 의해 읽혀지는 것이다. 과거는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된다.
음식도 편식이 있듯, 독서도 편독이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 읽고, 읽고 싶은 것만 읽는 것이다. 일종의 독서의 관성이랄까.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꺽는 하나의 힘이 존재한다. 그것은 '호기심'이란 것. 격이 없는 말로 한다면, 하구잽이가 될 것이다. 많은 일은 벌려 놓고 마무리되지 않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다. 특히 나!
8월 7일에 구매한 오지 도시아키의 <세계 지도의 탄생>이란 책이 있다. 얼마 전에 발견한 책이다. 웬
발결? 사 놓고 읽는 것을 망각한 책이다. 기억에서 배제된 책이라나 할까. 책의 입장에서 매우 억울할 것이다. 어쨌든 읽고 있다. 그런데 출판사가 '알마'다. 금시초문이다. 머리말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서 돌아오는 길에 일본열도에 이르러 창밖으로 해안선을 내려다보고 '지도와 똑같구나'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5
지도와 똑같다. 누군가 말했든 꽃을 보고, 그림 같다고 했단다. 꽃을 보고 그린 그림인데 말이다. 실물과 대물이 바뀌었다. 지도는 지도를 만든 사람이나 나라의 정신세계를 볼 수 있다. 굳이 어느 나라를 지적하지 않아도 모든 나라는 지도를 그릴 때 자신의 나라를 중심에 넣는다. 중국이 그리면 중국이 중심에, 미국이 그리면 미국이 중심에 있을 것이다. 세계여러나라의 지도 변천 과정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가 일본인 이기에 일본 지도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저자는 여기서 지도의 4요소를 '과학성' '실용성' '사상성' '예술성'으로 본다. 과학성과 실용성은 최근에 지도에 부여된 것으로 불과 200년 전까지만 해도 지도가 정확하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상성은 뭘까?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즉 세계관과 직결되어있었다. 세계관이라는 사상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형태로 표현하는 일이 지도에 요구되었던 것이다. 이를 지도의 사상성이라고 하자. 6
조선을 표현한 최초의 지도인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이다. 중국 사대주의에 빠진 조선의 생각을 담은 이 지도는 조선이 아닌 중국을 중심에 두고 있다. 조선의 사상성을 지도에서 읽을 수 있다. 지도 한 장에 이리 많은 생각이 담겨있을 줄이야.

고대 지도의 특징은 과학성보다 사상성이 도드라진다. 기원전 6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바빌로니아 지도는 이역, 즉 경험할 수 없는 관념과 신화의 세계까지 그리고 있다. 저자는 이것을 세계관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지도에 관련된 책을 찾아보니 의외로 재미있을 만한 책이 몇 권 보인다. <세상을 담은 그림지도>와 <지도로 보는 세계지도의 비밀>과 <지도로 보는 세계사>도 좋고, 가장 두껍고 읽을 만한 책은 <욕망하는 지도>일 것이다.
지도의 역사를 보려면 <세계 지도의 역사>가 가장 정리가 잘 되있다.


지도로 역사를 살피는 아틀라스 세계사 시리즈도 나와있다. 역사를 공부하는데 재미와 명쾌함도 더불어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