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간다. 이틀째 흰 눈이 펑펑 내린다. 벌써 이틀 전의 일이다. 아내와 나는 흰 눈이 펑펑 쏟아지는 길을 드라이브하며 시골에도 낭만이 있다는 것을 가슴 아리게 새긴다. 겨울은 이렇게 내 삶 깊숙이 내려 앉아있다.




시골이란 그런지 택배 받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쩔 때는 도시처럼 하루 만에 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하루 내지 5일 정도 늦게 들어온다. 마음을 비우고 기다리지 않으면 애가 타서 죽을 지경이다. 특히 긴급하게 받아야할 약품들이 늦게 오는 날이면 택배기사에게 두세 번 전화를 해 부탁하기까지 한다. 시골이다 보니 물량이 적으면 모아서 와서 그런다고 한다. 어쨌든 시간은 흘러 점차 적응해 가고 있다.

 

바쁘긴 하지만 천천히 읽어가고 있는 책이 있다. 장준하 선생의 에세이 전집이 바로 그것이다. 모두 세 권인데 두 번째 책인 돌베개는 읽었고, 첫 번째 책인 <민족주의자의 길>을 읽고 있는 중이다. 검색해 보니 돌베개에서 <돌베개>를 출간했고, 세계사에서 <민족주의자의 길>을 판매하고 있다. 아마도 조만간 절판될 모양이다. 읽는 사람이 없는 가 보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벌써 1219일이다. 내일이면 꼭 열하루만 남기고 2015년은 흘러가 버릴 것이다. 삶의 여백을 만들고, 그곳에 사색과 성찰을 담으려 했다. 이상이 되고 말았다. 난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른다. 아니 삶의 여백이 없다. 삶의 여백은 마음의 여백인데, 나에게 마음의 여백이 없는 것이다. 차라리 바쁜 도시의 일상이 책과 더 가까웠다. 시골은 육체적 노동을 요구하느라 책은 손에서 일찌감치 멀어져 간다.

 

지난 주, 신영복 교수의 신간 <담론>을 구입해 읽고 있다. 신영복 교수의 책은 무엇이든 모두 사서 읽고 싶다. 벌써 6권 째 읽고 있지만 여전한 갈증이 괴롭힌다. <청구회 추억>이란 책은 전에 보지 못했는데 신영복으로 검색해 보니 보인다. <더불어 숲>은 개정판으로 다시 펴냈다. 기행문이라고 하는데, 자못 궁금해진다. 담론을 읽으니 <초사>를 소개해 두어서 역시 사서 읽고 있는데, 내용은 그림 탐탁치가 않다. 아직 나에게는 남방의 정서를 담은 <초사>조다는 북방의 <시경>이 울림이 크다.

 
















<초사>는 글항아리 출판사의 것이 완역본이다. 지난 주부터 <주역>도 함께 읽고 있는데, 점치는 책이라는 겉표지를 벗겨내면 결국 사람 이야기다. 한글로 번역되지 않았다면 중국 고전은 꿈도 꾸지 못했을 터이다. 하지만 불안전하지만 번역자들의 수고의 덕으로 중국 고전을 읽으면 깊어가는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은혜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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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2-20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눈 내리는 풍경이 정말 멋지군요^^ 제가 오랜만에 낭만인생님의 글을 만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글을 읽게되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시골로 이사도 하시고 적응하시느라 여러모로 힘드실텐데 밝고 좋은 모습을 보려 하시는 부분들이 참 좋고요. 앞으로도 종종 소식 전해주시길 바래봅니다^~^ 꿀밤되세요 오호호호!

낭만인생 2015-12-23 20:14   좋아요 0 | URL
해피북님 찾아 주셔 감사합니다. 시골로 이사온지 어느덧 한달반이 지나갑니다. 그런대로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