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중독자의 하루

 

온라인 서점도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두 군데 이상의 대표 인터넷 서점들을 순례하곤 합니다. 주말 북섹션 구독으로도 부족해 매일 어떤 책이 나왔나 검색하고, 연예인 가십보다 새 책 정보에 더 군침을 흘리곤 하죠. 그러다보면 사고 싶은 책들이 늘어가고, 어느새 주문 카트로 마우스를 옮기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죠.”

 

이건 나야! 이 기막힌 이야기를 침이 꿀꺽 삼키며 읽었다. 김민영의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의 일부분이다. 책 중독에 걸린 사람의 특징이다. 미친 듯이 책을 구입한다. 문제는 읽지 않는 다는 것. 쇼핑 중독처럼 책 중독도 위험하다. 나의 서재에는 아직도 읽지 못한 책들이 적지 않다. 10권 중 두 세권은 아직 읽지 않았다. 다 읽어야지 하면서도 읽혀지지 않는다.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하니까. 요즘 다시 읽고 있는 <독학의 기술>에서도 동일한 이야기를 발견하고 헛웃음이 나왔다. 나와 똑 같구나.



 












나는 책이 반드시 읽기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 그냥 책장에 꽂혀 있어도 된다. 책이란 삶이고 지나온 시간을 가늠케 하는 궤적(軌迹)이다. 미친 듯이 책을 사는 것은 그릇된 중독이라고만 치부하기에 너무나 고귀하다. 새 책을 처음 집어들 때 설렘은 잊히지 않는다. 아직 인쇄냄새가 가시지 않는 책이면 더더욱 그렇다. 책에 사인을 하고, 구입한 장소와 날짜를 적는 의례를 마치고 나야 비로소 책은 존재의미를 갖는다. 가끔 여러 권을 구입할 때 의례를 빠뜨리는 경우가 있다. 몇 년 후 읽히지 않는 새 책으로 발견될 때 고아를 찾은 듯 한 아이러니가 일어난다.

 

언제 샀더라? 어디서 산거지? 한참을 궁리하고 생각해도 도통 생각이 나지 않을 치라면 족보 없는 책이 되어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이상하게 나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책은 마음이 덜 간다. 나의 책인지 어디서 굴러온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최소한 밑줄이라도 몇 개 쳐져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새 책 그대로 발견된 책들은 정도 덜하다. 기억의 양과 사랑의 깊이는 정비례한다. 이것은 확실한데 서울대 최재천 교수도 아는 만큼 사랑한다고 했다. 사랑하면 알려고 하고, 알면 알수록 정도 사랑도 깊어진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책을 구입하면 나의 이름이라도 적어 놓는다. 장소와 사연까지 적어 놓은 책들을 오랜 후에 펼쳐볼 때면 당시의 기억이 넝쿨째 굴러 온다. 이런 소소한 행복이 한 권이 책을 통해 오기에 책 쇼핑 중독은 여타 쇼핑 중독과는 질이 다르다.

 

헤세는 자잘한 행복을 들려준다.

책을 사들고 와 처음 펼쳐들던 순간들의 자잘하고 소중한 추억을 고스란히 담은 채 한 권씩 모은 책이 어느덧 사방 벽면을 빼곡히 채우노라면, 아마 누구라도 가슴 뿌듯한 소장의 기쁨과 함께 예전에는 책을 모는 즐거움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싶어질 것이다.”

정말 맞는 말이다. 책 사 모으는 재미를 모르는 사람은 헤세의 글을 이해하지 못한다. 책에는 나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 책은 신성하다. 일상이 신성하듯 말이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친다고 안중근 의사는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책 사는 재미, 책 읽는 재미가 없다면 인생을 무슨 재미로 산단 말인가. 한쪽 한쪽 넘겨가며 책 읽는 재미는 무료한 일상에 놓은 자수와 같다.

 

오늘도 인터넷 서점을 들락거리며 신간 마실을 다닌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책을 보니 사고 싶은 책이 잔뜩 이다. 며칠 동안 또다시 담기와 삭제를 반복하리라. 그러다 금단현상을 참지 못하면 카드결제라도 해서 배부른 장바구니를 덜어낼 것이다. 이 또한 신성한 일상의 재미이니까.


하여튼 이번에 아내를 꼬시고 또 꼬셔셔 12만원 어치의 책을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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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06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라딘 대구점 근처만 지나가거나 그 지점 주변에 약속이 있어도 무조건 알라딘 서점에 가요. 예전에 약속이 있어서 알라딘 서점을 지나가다가 만나는 시간이 많이 남아서 책 몇 권 살 때가 있어요. 그 날 제가 지인에게 밥 사기로 했는데, 그 밥값을 책 사는데 썼어요.. ^^;;

낭만인생 2015-02-11 17:09   좋아요 0 | URL
ㅎㅎ 책 중독에 걸린 사람들의 특징이죠. 아마도 저도 그랬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