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로 산다는 것
크리스틴 폴 지음, 권영주.박지은 옮김 / 죠이선교회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동체는 경작되는 것이다. 


 

위로는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다.” 신영복 교수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한 말이다. 이 문장을 발견하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숨이 턱턱 막히게 하는 문장이 한 두 곳이 아니라 그냥 넘어갈 법도 한데 도무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없었다. 독서는 이런 맛에 하는 것이다. 울림이 있는 문장은 평범함 속에서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김훈도 지난달(201410)에 있었던 나는 왜 쓰는가?’의 강연에서 중간 중간에 강한 문장을 갖다놔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 거기에 의지해서 십여 줄이 나간다. 이러한 문장은 목마른 사막 속에서 만나는 오아시스다. 목마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오아시스와 같은 공동체는 없을까? 함께 비를 맞고, 함께 울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그런 공동체 말이다.


 

뉴밀레니엄 시대가 되면서 한국교회는 처절할 만큼 곤두박질치고 있다. 잘나가던 대형교회 목사들이 성추행과 폭행, 공금횡령 등의 온갖 비리에 얽히면서 영적 세계가 탁해져 한 치의 앞도 보이지 않는다. 교인들은 목자 잃은 양 같이 방황하고 있으며, 목자들은 자기 배만 불리고 있다. 안락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현대교회 교인들에게 더 이상 헌신과 충성은 눈 씻고 찾아 봐도 보이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지금 피상적 만남과 관계로 인해 아름다운 공동체가 요구되고 있다. 가슴 설레게 하는 공동체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상처 받고 다른 교회를 떠돌아다니는 교인들을 무작정 비판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영적 호흡이 끊어져 숨이 막혀 죽어가는 공동체는 더 이상 변화의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완전한 공동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절대적 평가를 믿고 좀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거나 찾는 것은 포기해야 하는가? 현대교회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했고, 해야 할 질문들이다. 우리의 고민들을 조금 덜어줄 책 한 권이 있다. 바로 크리스틴 폴의 <공동체로 산다는 것>이 그 주인공이다.

 

저자는 공동체를 갈망하는 인간의 본성을 탐색하면서 공동체를 아름답게 만드는 네 가지의 원리를 소개한다. 하나는 감사’, 두 번째는 약속’, 세 번째는 진실’, 마지막 네 번째는 손 대접이다. 네 축을 중심으로 공동체는 움직여진다.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나에게는 약속 지키기와 진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의식중에 어기는 약속들은 서로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친밀성을 파괴한다. 예를 들어보자. 내일 오전 열시에 시계탑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아무런 연락도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약속 어김은 자신에 대한 배신이며, 상대방에 대한 무례이다. 하나님은 언약(言約, 약속)의 하나님이시다. 신실한 하나님의 백성은 언약에 근거하여 순종하는 이들이다. 공동체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공동체를 깨뜨리는 것은 거대한 위협이 아니라 사소한 약속을 깨뜨리는 무례함이다.

 


약속의 의미를 좀 더 확장시켜 보자. 그 공동체에 매주 토요일 저녁 6시에 모임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어떤 이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는다. 몇 몇의 불성실한 일원들 때문에 전체 공동체가 맥이 빠지고 낙담하게 된다면 이것 또한 큰 문제다. 공동체는 나만의 유일함으로 영위되지 않는다. 서로의 희생과 양보, 헌신을 통해 더욱 강화되고 친밀함은 높아지는 법이다. 초대교회가 강력한 힘을 발휘 했던 이유는 다른 이유가 아니다. 내가 아닌 서로를 위해 존재했고, 함께 했기 때문이다.


 

 

십자가 없이 부활 없고, 고난 없이 영광 없다. 공동체도 마찬 가지다. 사랑은 반드시 희생의 대가가 필요하며, 신뢰는 상대방에 대한 헌신을 통해서만 주어진다. 아름다운 정원은 정원사의 땀과 노력이 필요하듯 아름다운 공동체 역시 사람들의 헌신과 수고가 필요하다. 갈 길이 멀다. 몇 문장으로 공동체를 논하기는 버겁다. 그러나 방향은 잡은 것 같다. 공동체는 경작(耕作) 되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