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볼라뇨의 《야만스러운 탐정들》 2권(787쪽~789쪽)에서 발췌했다.

희극이라는데 웃기지 않다. 촌스럽게.

옛날 스페인(그리고 스페인어권 아메리카) 문인들은 위반하고 개혁하고 태우고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 공론의 장에 들어갔다. 스페인(그리고 스페인어권 아메리카) 문인들은 보통 부유하거나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집안 출신이고, 이들이 펜을 잡을 때는 그 지위를 거부하거나 이에 저항한다. 창작은 기득권을 포기하는 일이고, 거절하는 일이고, 가끔은 자살하는 일이다. 그것은 가문에 반대하는 길이었다. 오늘날 스페인(그리고 스페인어권 아메리카) 문인들은 하층 계급, 즉 프롤레타리아와 룸펜 프롤레타리아 집안 출신인 경우가 놀랄 만큼 많아졌다. 그리고 그들은 보통 계급 피라미드에서 상승하기 위한 글쓰기를, 즉 아무것도 위반하지 않으려고 엄청 조심하면서 자리를 굳히는 글쓰기를 한다. 그들이 교양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예전 문인들처럼 아니 거의 예전 문인들과 마찬가지로 교양이 있다. 그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예전 문인들보다 훨씬 일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들은 또한 훨씬 천박한 사람들이다. 기업가나 조직 폭력배처럼 행동한다. 아무것도 거부하지 않거나 거부할 수 있는 것만 거부한다. 적을 만들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하거나 제일 힘없는 사람 중에서 적을 선택한다. 광기나 격노 때문이라면 모를까 신념 때문에 자살하지는 않는다. 결국 문학판은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 희극으로 시작된 모든 것은 어김없이 희극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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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스러운 탐정들 1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우석균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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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인상단평.

소설은 결코(적어도 내 생이 끝나기 전까지는 충분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지 않고 어떻게 멕시코의 정신(이었을)과 육체(였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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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의 구조 ㅣ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 10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대단한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독서를 해나가고 싶은 독서 계획을 생각하게 만들 정도이다.

이 정도의 광범위한 주제를 이토록 명쾌하고 힘있게 설명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가라타니 고진은 최상급의 사상가이면서 범인을 위한 최상급의 교사라고 해도 좋다. 세계사의 구조적 전개 과정에 대한 지적 호기심의 해소는 물론, 속으로 한탄만 하면서도 자본의 대안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기만 했던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정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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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작가 자신의 마지막 소설이 될 것 같은(소설은 2009년에 일본에서 출판되었고 얼마 전의 방한에서 작가 자신이 더 이상 소설은 쓰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이 소설의 엔딩 역시 내게는 안티 클라이막스로 읽힌다. 삶이 종장에 가까이 이르러서도 심심하고 구원 없는 결말로 자신의 소설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점은 독서를 마치고 몇 주가 지난 지금에서야 삶과 특히 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놀랄 정도의 고집에서 비롯되는 감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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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반복해 읽기가 지겨워지는 때가 오면, 나는 어떤 식으로든 크게 변하고 만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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