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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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소설을 읽고 별 볼 일 없는 글을 남긴다는 것만큼 자괴감에 드는 일도 없다. 다만 나는 이 소설이 왜 그토록 아름답게 느껴지는가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얘기하는 것이 이 자괴감을 더는 나름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소설이란 우선 삶이 아름답다는 확신을 가진 소설이다. 그리고 그 눈부신 순간을 포착해 껴안아 보여주는 소설이다. 여기까지는 너무나 당연한 조건인 듯하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후가 사실 어떤 점에선 더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이런 점들이다. 삶의 절정은 매우 짧고 빠르게 지나간다는 사실, 그때의 눈부심이 사실 절정 이후의 쇠락해가는 개인의 삶을 이따금씩이나마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순간들이 있다는 사실, 저 달의 광휘를 알기 위해 끝없이 펼쳐진 어두운 밤하늘을 피할 도리가 없다는 사실. 바로 그런 사실들을 말하는 소설이 아름답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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