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혹시 과학 만능과 전체주의 세계관의 도래를 디스토피아적으로 묘사한 고전으로 읽는다면 결례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과학의 진실 추구 정신을 무엇보다 경계하며, 전체주의의 중추적 핵심인 뿌리 깊은 불신세력으로서의 전체에 대항하는 암세포 무리가 부재한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기계들의 세계에 떨어진 셰익스피어 덕후 `야만인 존`의 좌충우돌은 돈키호테만큼이나 배꼽을 빼는데 전자나 후자 모두 뼛속까지 체제와 관습의 노예라는 사실에서만큼은 하등 다르지 않다.소설의 후반부에 해당하는 16장 이후의 파트는 마치 이반의 대심문관 장면을 연상시키는데 더 정교하고 지금도 결코 낡지 않았다. 차라리 우리는 통제관의 세계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이 소설은 무섭게도 팔딱팔딱 살아 있다. 멋진 신세계를 당신이 바라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