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타르, 왜 철학을 하는가?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지음, 코린 에노도 해제, 이세진 옮김, 이성근 감수 / 북노마드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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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르본 대학에서 1964년, 리오타르가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네 차례 강연한 철학수업의 원고본이다. 리오타르의 주저로 알려진 책들의 발간 시기를 감안하면(《포스트모던의 조건》(1979), 《쟁론》(1983)) 철학자로서 아직은 워밍업의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강의를 기반으로 한 저서의 강점은 주제가 비교적 선명하고 글이 소략하다는 점이라고 생각하는데(물론 그 점이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본 저서 역시 두 요건을 충족한다. 리오타르는 철학하는 원인이 욕망에 있다고 본다. 욕망은 결핍의 반증이다. 철학의 결핍은 일자, 즉 통일의 부재에서 기원하며 이 통일에의 욕망과 그 영원한 미달의 존속이 철학의 역사이자 원동력이라고 하는 것이 두 강의 내용의 핵심이다. 이후의 두 강의에서는 사유보다 앞서 주어진 언어체계 안에서 철학하기의 의미와 철학이 실천으로 이어져야하는 의의에 대해서 설파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주제의 크기에 비해 논거가 정치하지 못해서 감질맛이 난다. 수용자의 능력부족도 한몫한다.

현실의 결핍에 있어 철학이 해답을 주지 못할 것이며 어떤 면에선 철학이 그래야한다는 당위성을 거부하는 것을 하나의 주의로 내세우고 있는 리오타르의 사유에서는 패배를 직감하면서도 전장으로 나서는 장수의 체념과 결의 같은 것이 느껴진다. 어쩐지 서글프면서도 뒷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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