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전쟁은 누구에 의해 일어나는가? 전쟁은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 주는가?
켄 폴릿이라는 탁월한 이야기꾼이 내놓은 두툼한 분량의 두 권의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앞선 질문들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갖게 될 것이다.
1914년 영국, 지방의 탄광촌 에버로언에서 이제 막 광부의 삶으로 들어선 14세 소년 빌리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무대를 영국과 독일, 미국과 프랑스에서 러시아로 종횡무진 옮겨 다니며 서로 다른 국적과 신분에 속한 인물들을 후에 1차 세계대전이라 불릴 참혹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던져 넣는다. 방대한 무대 만큼이나 다양한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만들어내는 긴장과 드라마는 통속적 성격이 강하기는 해도 소설을 끝까지 읽어나가게 만드는 힘임에는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당대의 역사적 정황 속에서 대두될 수밖에 없던 논쟁들을 인물들의 대립을 통해 풀어내는 솜씨는 수준급이어서 지적인 만족감을 손쉽게 공유할 수가 있다.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주요 권력자들과 정치인들이 소설에 뒤섞이고 등장인물들이 그들과 어우러져 스스로의 정치적 입장을 명확하게 성격화하면서 소설은 당시의 논쟁적 쟁점들, 전쟁의 정당성과 배후에서 일어나는 이권 다툼의 흑막, 전쟁으로 인해 더욱 분명하게 두드러지는 계급과 성별의 갈등 따위의 굵직한 논점들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왔고 합의되었으며 또 개선되었는지를 극적으로 재현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부분이 이 소설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고, 또 우리를 이 소설에 빠져들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는데 아무 망설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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