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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와 나의 여친
블레이크 넬슨 지음, 홍한별 옮김 / 서해문집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에 혹했다. 작가가 주목 받는 청소년 소설 작가라는 것도 몰랐다. 마르크스 주의에 물든 학생이 여친을 만나 현실에 눈을 뜨는 류의 내용인가? 하고 넘겨짚었다. 아니었고,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지금 든 것이다.
17세 고딩인 제임스 호프는 뇌가 좀 과격하고 반문명적이고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 복장은 일부러 재활용센터 같은 곳에서 고른 옷으로 차려 입고 다니는데 `소비주의자`들이 싫어서, 그들과 똑같아지고 싶지 않아서 그런다. 뭐 당연한 얘기지만 눈부시게 멋있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있고 아주 밥맛은 또 아니다. 친구 없을 타입인 것 같지만 몇 어울리는 친구는 있다. 권위적이고 교양없는 아빠를 많이, 아니 그래 존나 싫어하고 사실 싫은 게 좀 많다. 놀랍지만 이런 호프에게 미인이고 긍정적인데다가 사람들에게 인기도 많은 여친이 있었는데 그 전 여친이 보기에 호프는 비관주의자다. 작문 숙제로 자동차를 모조리 없애야 한다든가, 사람들이 아무 생각들이 없다거나 하는 혹독한 비판글을 써내는 이 학생에게 담임은 감정적으로 타인을 비방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 전 여친이랑 쿨하게 헤어진줄 알았는데 어느날 보니 마음 정리가 안 되서 미치겠다. 다들 눈치를 챘겠지만, 이 친구 밉지 않다.
누구에게나 17세의 시절이 있었다. `중2병`이나 `씹선비`로 매도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비슷하게 크는 게 나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과거엔 골빈X이나 무뇌아 라는 욕설이 존재했는데). 마르크스는 제임스 호프가 영향을 받은 인물이고 나의 여친 세이디도 그 못지 않다. 이 두 영토에서 방황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진짜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엔 졸업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