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그송에 대한 입문서로 읽었다. 저자가 베르그송 전공자는 아니지만 개념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고 분량도 적어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과학적 방법으로써 이해되는 생의 한계를 명확히하고, 지속의 개념과 직관으로서만 올바른 생의 이해를 구할 수 있다는 줄기를 중심으로 베르그송의 사상사를 균형감 있게 개략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뒤따르는 밋밋함은 어쩔 수 없다. 생철학자이자 반실증주의자로서 당대의 베르그송은 논란의 중심이면서 대중의 열렬한 사랑을 받은 철학자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더 아쉽다. 저자는 개종한 기독교인으로서의 베르그송(그는 유대인이다)의 삶과 사유에 방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베르그송의 생애와 사유의 진행 과정을 개략하고 있는 본문에 앞서 죽음 직전의 개종 장면을 소설적 필체로 적어 내려가는 몇 장은 책의 성격상 조금 어안이 벙벙하다. 아마도 사르트르를 위시한 뒤이은 후대 철학자들이 베르그송의 사유로부터 단절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얇은 책에서는 베르그송 철학의 개요에 집중하고 있을 뿐, 그 한계와 비판적 수용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