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26쪽에서 28쪽 사이의 내용을 편집-발췌.
소설을 위해서라도 대가들의 일갈이 필요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소설의 종말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해 왔다. (......) 그렇지만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에서는 수백 수천 종의 소설이 쇄를 거듭하여 간행되어 큰 성공을 거두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그러나 이 소설들은 더 이상 존재의 정복을 추구해 가지 않는다. 실존의 어떤 새로운 면모도 찾아내지 않는다. 단지 이미 이야기되어 있는 것들만을 확인해 줄 따름이다. 이미 한 이야기(해야 하는 이야기)를 확인해 주는 것이 그 소설들이 처한 사회에서의 존재 이유, 영광, 용도인 것이다. 그것들은 아무것도 발견해 내지 않기 때문에 내가 소설의 역사라고 부른 발견의 계승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는다. (......) 그러니까 소설의 죽음이란 허황된 생각이 아니다. 이미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소설이 어떻게 죽게 되는가를 안다. 그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소설의 역사 바깥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 죽음은 조용히, 눈치채지 못하게 이루어지며 어느 누구도 화나게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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