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한 달은 카뮈를 읽어봐야지 하고 마음 먹었다. 고작 한 달을 들여서 읽을 수 있는 작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의식으로 이 정도면 넉넉하니까.

<안과 겉>과 <결혼>은 청년 카뮈의 도취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산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에의 도취인가. 그것은 어지럽게 쓰여지기는 했지만 자연과 인간, 영원과 유한, 허무와 열정이라는 극단의 모순적 틈새에서의 도취가 아닌가 싶다. 가난하지만 삶을 너무나 사랑하는 명석하고 예민한, 고작 20대 청년의 현란함과 과장이 눈이 부시면서도 어지럽게 뒤섞여 있다. 그 현란한 문장의 파도를 통해 어떻게든 자꾸만 늪처럼 빠져드는 유한한 생의 허무로부터 그 의미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써본다는 인상이다.

<여름>은 <결혼>과 함께 묶여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약 15년 동안의 시간이 카뮈를 관통하는 동안의 글이다. 샘처럼 솟아나던 열정은 이제 길어오르기 위해 저 밑바닥까지 온 몸을 굽혀서 긁어야 하고 도덕이, 결국은 도덕이 더욱 카뮈를 사로잡게 된 것처럼 보이나 그는 언제나 양 끝의 모순을 끌어 안으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예술가였다. 카뮈를 읽는다는 것은 결국 모순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자세를 배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러한지 아닌지는 이제 읽어나가면서 차차 음미해보면 될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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