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한 해 더 넘긴 생텍쥐페리가 쓴 이 소설은 폭이 넓다. 상충하는 인물들이 누구도 해치는 법 없이 제각각 오롯이 빛난다. 강점은 강점 대로, 결점은 결점 대로. 행동하는 인물들 사이에서 단순화하기 어려운 삶의 질곡이, 그래서 상쾌한 맛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텁텁함이 놀리듯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야간비행의 주인공이라고 할 법한 리비에르라는 인물을 아마 나는 기억하리라. 어쩌면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은 리비에르가 있다. 작가의 솜씨 덕에 나는 그를 이해하는 데 거의 성공했다. 하지만 그를 좋아하지도 동정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가 실패자로 기억되는 세상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