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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원성 지음 / 화니북스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솔직히 원성 스님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그림을 그리는 스님 정도로만 들었고, 다른 책들도 얼핏 들추어 보다가 말았을 뿐이었는데, 내가 이책을 흔쾌히 선택한 것은 스님의 글 하나 받고 싶다는 엄마의 부탁에서 부터였다. 몇일 전부터 전화로 재차 나의 스케쥴을 확인하는 엄마 때문에 딴에는 일찍 간답시고 30분 일찍 사인회에 도착해 줄을 섰건만, 이미 내 앞으로 백명도 더 넘을듯한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고, 기다리는 3시간 반은 날 체면도 무시하고, 바닥에 주저 앉게 만들었다.
무엇이 그토록 긴 줄을 세워가며 사람들을 기다리게 만든걸까? 스님이 우리에게 큰 깨우침을 줄수 있는 명언을 남긴것도 아닌데, 왜 사람들을 그토록 줄을 서게 만든것일까? 글쎄, 정확히는 몰라도 그 책을 읽으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은 천진난만한 그림과 글 속에서 한줄기 마음의 여유를 얻고 싶은것 뿐일것이다. 스님이 직접 그린 그림과 글이 불교에 대한 연관이나 관심을 떠나서 누구에게나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고, 이 가을에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기 충분한것 같다.
찻잔이 너무 뜨거워서 잔을 놓쳐버려 다시 따르니 입천장을 데이고, 차맛도 모르겠다는걸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또다시 그림으로 그렸는데, 볼수록 성미급한 모습이 그림에 너무 잘 나타나서 웃음이 난다. 한편의 동화책 같기도하고, 나의 어린시절 일기장 같기도하고, 수필집 같기도 한 글과 그림이 은은한 녹차향 같이 읽고 나서도 마음에 잔잔한 향을 지니게 만드는 책이다. 가까이에 두고, 마음이 급해질때, 여유가 없어질때, 우울할때 보면 그 글귀에, 그림에 마음에 여유가 생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