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존재는, 어쩌면 아무 것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생물이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어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살 수 있나 해서 결국 필사적으로 이런저런 일들을 하는 게 아닌가......" -166쪽
예를 들어 여러 명의 남자들을 한 장소에 모아두고 "자, 이제부터 뭐든 하고 싶은 대로 하시오." 하면, 그들은 어떤 행동들을 할까? 서로의 영역을 빼앗느라 치고 박고 주먹질을 할까 아니면 서로 자리를 양보하고 한 자리에 얌전히 앉아 있기만 할까? 주어진 자리에 만족할 수 잆는게 인간의 본성일까 아니면 주어진 자리가 못마땅해 불평을 하면서도 끝내는 받아들이고 마는 것이 인간의 본성일까? 현재를 만족할 수 없기 때문에 내일을 위해 살아나가는 걸까 아니면 하나하나 만족하기 때문에 오늘을 살 수 있는 걸까? -167쪽
거기서 대화가 뚝 끊겼다. 상대에게 'Good morning!'하고 인사를 했는데, 상대가 'Good evening!'하고 받는다. 그래서 그제야 '아, 그런가, 벌써 밤이구나!'하고 깨닫는 것과 비슷하다. 별로 중요하지 않는 문답 같기도 하고, 정말로 심각한 문제 같기도 했다. -193쪽
"내가 이런 걸 입고 있는데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지? 그건 뭐랄까, 내가 뭘 하든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아닐까...... . 예를 들어 내가 갑자기 없어져도 말이지,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고 그저 내가 세운 빌딩만 거기 남는 거야. 어때? 좀 상상을 해봐. 슬프지 않아? -204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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