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나리아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창해 / 2001년 7월
구판절판


"깨끗한 시냇물 속 돌 같은데 붙어 살아요. 그다지 귀여운 편이 아니니까 주목을 받을 필요도 없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어요. 게다가 잘라도 재생이 가능하다니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잖아요? 섹스 같은거 하지 않아도 그냥 가만 놔두면 자라서 두마리로 나눠진다는 것도 심플하고요."
(플라나리아)
-53쪽

어린 시절부터 30대까지의 기나긴 시간을 나는 그렇게 충실하게 보냈다. 지금도 그 충실함이 잘못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가 디디고 선, 그야말로 단단하다고 굳게 믿어왔던 대지가 그렇게도 간단하게 무너져버릴 살 얼음이었다는 건 까맣게 몰랐었다. 그러나 얼음이 깨지면서 빠져든 물밑에서 이제 나는 꼼짝없이 얼어죽는구나 했더니, 뜻밖에도 거기에는 '남아도는 시간'이라는 이름의 뜨뜻미지근한 물이 가득 차 있었다. 거기에 흥건히 누워서 지내는 일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편안하고 아늑했다. 더구나 나는 그 밑바닥을 박차고 솟아오를 어떤 동기도, 어떤 목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네이키드)-132쪽

넘어져 피가 나도록 다치고서도 이윽고 그 상처가 아물면 다시 일어서야 하는게 인간이었다. 그것이 싫었다. 어느샌가 몸도 마음도 다시 제자리를 잡아가는, 그 놀라운 회복력이라른게 아유도 없이 지긋지긋했다. -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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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5-11-21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새 책 표지가 바뀌었네요..? 했더니 예전 판본에 올려두셨네요?
이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생생한 표현들이 놀라울 정도였어요.
플라나리아 보고 연애중독인가요..? 그 책 주문했지요..^^ (오고 있는 중)

Laika 2005-11-21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도서관 책을 읽어서 예전 판본을 읽었어요... 저도 다른 책들 어서 빨리 읽고 싶어지더군요..^^

플레져 2005-11-21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이 밑줄 그은 부분 읽는 맛, 아주 좋아요!
나도 저 글귀에는 밑줄친 것 같아요...
금붕어님, 연애중독 보시고 리뷰 써주세요.
11월에는 책 사는 거 금지 강조의 달이에요 ^^

Laika 2005-11-2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제가 생각 못한 부분에 밑줄 그은걸 보는 것도 나름 재밌고요...^^

Volkswagen 2005-11-24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것도 사야하고 통역사도 사야하고....바쁘네요. 책도 읽어야 하는디...

Laika 2005-11-25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정말 바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