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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밥상 - 유기농 대표농부 10집의 밥상을 찾아서
안혜령 지음, 김성철 사진 / 소나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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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자도 담배처럼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저 몸에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좋지않은 것이 아니라 나쁘다. 감자칩은 감자로 만들었다. 그런데 감자는 알칼리성 음식으로 몸에 좋으므로 감자칩도 건강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감자칩은 이미 감자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쌀과자는 쌀이 아니고, 새우로 만든 과자도 새우가 아니며, 양파로 만든 과자도 양파가 아니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 라고 광고한 햄버거 역시 게가 아니다. 공장에서 나오는 이러한 가공 식품들은 원재료가 갖고 있던 장점이 사라진 경우가 대부분이며 해로운 것이 잔뜩 첨가된 돌연변이다.

 팜유 앞에 접두어처럼 늘 붙는 말이 있다. 바로 '식물성' 이라는 말이다. 팜은 야자 중에서도 짜면 기름이 나오는 기름야자(oil palm)를 말한다. 팜유는 분명 식물에서 나오는 기름임에도 불구하고 동물성지방과 매한가지이다. 심장병 전문가들은 심장병을 예방하는 데 있어 팜유같은 기름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거꾸로 말하면 팜유를 많이 먹으면 심장병이 생기기 쉽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포화지방이 많기 때문이다. 포화지방은 대개 동물성 지방에 많다. 하지만 팜유에는 동물성지방만큼이나 포화지방이 많이 들어 있다. 포화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피 속에도 기름이 둥둥 떠나디고 혈관 벽에 기름 찌꺼기가 덕지덕지 달라붙고 결국에는 혈관이 막혀 심장병, 중풍도 생긴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밀은 주로 미국에서 들어오는 것이고, 캐나다, 호주에서도 들어온다. 밀을 비행기로 실어나를 수는 없기에 배로 수송하는데 수확하고, 선적해서, 태평양 건너 한국까지 당도하려면 몇달은 걸린다. 갓 수확한 햇밀이 아니라면 수확한 지 몇 년이나 지난 밀도 들어올 수 있다. 이것이 배을 타고 한국까지 오는 동안 과연 벌레도 안생기고 깨끗한 상태로 올 수 있겠는가? 그래서 고안해낸 방법이 바로 포스트 하비스트(Post Harvest)이다. 포스트 하비스트란 수확을 한 뒤에 유통 과정 중에 벌레가 생기지 말라고, 썩지 말라고 농약을 치는 것을 말한다. 농사를 짓는 중에 농약을 치는 것은 그래도 비바람을 맞으며 씻겨갈 수도 있으나 수확한 것에 농약을 치면 소비자의 입안으로 들어올 위험은 훨씬 더 크다.  이렇게 농약에 찌든 밀은 국내로 들어와서 새하얀 밀가루로 거듭난다. 그 과정에서 껍질과 씨눈은 다 날아가 버린다. 껍질에 있던 섬유질은 온데간데없고, 씨눈에 들어 있던 노화방지 물질과 비타민들도 다 날아가 버린다. 밀 속 알갱이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껍질과 씨눈이 함께 섭취될 때에만 몸을 제대로 이롭게 할 수 있건만, 좋은 것은 다 없어지고 표백까지 된 이 가루는 그야말로 형편없는 먹거리이다. 그래서인지 수입 밀가루는 쥐도 안먹는단다.- 생각을 바꾸면 살이 빠진다에서 발췌-

 이 책을 읽기 얼마 전에 읽은 책이다. 건강적인 면에 중심을 두고 체중감량을 이야기 한 책으로 바른 먹거리부분에 있는 내용이다. 몰랐던 내용이어서 놀라고 너무 충격적이었다. 기름이나 과자가 좋은음식이 아니라는것은 알고 있었지만 밀가루에 대해선 제대로 생각해본적이 없어 끼니를 때우기 위해 먹고있던 식빵을 놓아버리게 만들었다. 그 후로 마트에 가면 반은 습관적으로 라면이나 과자코너에 갔지만 자세히 살피게 되었다. 하나같이 밀가루는 수입산이고 라면을 튀길때 쓴 기름은 특별히 큰 글씨로 팜유라고 쓰인걸 심심찮게 볼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밀가루음식을 좋아해 라면이나 빵을 잘먹었다. 오죽하면 라면공장의 공장장에게 시집가라고 어머니가 놀리셨을까...... 이제껏 그렇게 사랑했던 음식들이 이런것이었다니...... 자취하면서 밥을 잘 못먹어 라면을 거의 안찾게 된게 그렇게 다행스러울수가 없었다.

 언젠가, 그렇게 싫어하던 나물이 어쩐일인지 맛있게 느껴져 밥 한공기를 뚝딱 비웠더니 그 모습을 보시던 어머니께서 이제야 어른이 되는 모양이라고, 씁쓰름한 나물을 맛있게 먹을 줄 알면 그제야 인생의 맛을 아는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그 글을 볼때만해도 대부분의 나물을 입에도 안대는 편이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어서 기억을 해두었었다. 그리고 작년, 내게도 그런일이 찾아왔다. 어느 봄날, 밥상에 못보던 풀이 올라왔다. 내 입에 좀더 좋으라고 빨갛게 양념을 한, 파랗고 빨간 미나리였다. 초봄에 나오는 어린 미나리라고 해서 돌미나리라고 한다고 했다. 양념탓인지 조금은 더 나이를 먹은 탓인지 그 미나리가 너무 맛이있어 결국은 뒷집에 혼자 사시는 아주머니가 캐온 미나리마저 얻어먹어버렸다. 다먹고도 어머니에게 미나리 캐오라며 아양을 떨기도 했다. 억세지도 않고 향도 은은한게 쓰지 않고 풀내음마저 느껴졌다. 그 미나리를 시작으로,  쌈을 싸먹으며 호박잎을 먹어보기도 하고 상추로 겉절이 한것을 먹기도 하고 쑥국도 먹었다. 이렇게 나는 풀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먹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읽고 있는 책에서 푸성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것이 건강서적에서건 소설에서건 산문집에서건 요리책에서건 미나리를 떠올리며 먹고 싶어 입맛을 다시다가 배고픔을 느끼곤 했다. 이 책을 알게 되고나선 내 손에 잡고 읽기까지 서점에 갈때마다 표지한번 쓰다듬고 입맛한번 다시고 표지한번 쓰다듬고 미나리를 떠올려가며 눈독을 들였다. 손에 쥐고 읽은 농부의 밥상은 단순히 채소설명으로 그친 책이 아니었다. 제목만 봐서는 내용의 범위를 짐작하기 어려웠고 표지에 떡 하고 차려진 밥상에 정신이 나가있어 몰랐는데 읽어보니 우리 자연을 사랑하고 우리 음식과 우리 몸과 우리 이웃을 사랑해서 어렵게 유기농 농사를 짓고있는 농부들의 삶과 마음이 담겨있었다.

 수확량을 늘리자고, 벌레 먹지 말라고, 좀더 보기 좋고 크자고, 좀더 입에 달고 맛있자고 억지로 변형을 가하는 농사를 거부하고 우리땅에서 나는 건강한 우리음식을 키워내고자 애쓰는 분들의 모습이 정말 고마웠다. 농사라는 말의 농자는 별 신 辰 자에 노래 곡 曲 자가 합쳐진, 별의 노래라는 뜻으로 하늘의 기운을 따르는 일이 농사라고 한다. 이런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고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하며 우리 먹거리를 아끼는 분들이셨다. 서글서글한 그분들의 모습과 정겨운 밥상, 푸른잎이 가득한 농경지 사진들이 하나하나 기억에 남았다. 다 같이 좋은 음식 먹고 같이 잘 지내자고 부지런히 농사짓는 그 마음이 얼마나 넓고 평온한지 모른다.

 이제껏 생각없이 먹었던것에 놀라고 우리 땅에서 나온 먹거리를 보면서 먹는다는것에 대해 조금은 깊이 생각해보게 됐다. 먹는 사람을 위해 마음을 담는다는건 드라마속 요리사만 하는 말이 아닌것같다. 나라의 힘이 약해 불필요한 먹거리가 쏟아져 들어오는 요즘이지만 생각하지 않고 있던 곳에 우리 자연과 우리 음식을 지키고 계신 분들이 있다는걸 알면 한번쯤은 우리네 밥상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기회를 갖게되지 않을까? 

 장마다 빠지지 않고 음식이야기가 나와 힘들었다. 사진은 또 어쩜 그리 맛있어 보이는건지...... 하지만 난 아직 어른이 덜 된 모양이다. 아직 쓴맛에 덜 익숙해져 손이 가지 않은 달래가 냉장고안에서 장기투숙중이니 말이다. 오늘 저녁엔 다시한번 달래를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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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와로 2007-03-30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잘 쓰신 것 같아요.^^

kassia 2007-04-02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댓글달아주신걸 이제야 봤네요.. 잘쓰긴요.. 아니예요~~ 감사합니다.. 봐주셔서..^^
 
립스틱 정글 1
캔디스 부쉬넬 지음, 서남희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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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20대인 내가 보기에 이미 거대한 하나의 세상같은 40대 여인 세명이 주인공이다. 이들 명함은 또 어찌나 거창한지 그 자체로 반짝반짝 빛이 나는것만 같았다. 영화사 사장, 잡지사 CEO, 일류 패션 디자이너. 영화나 드라마속에서나 있을것만 같은 이들이 이번엔 책속에 등장한 것이다. 이미 내게 꿈같은 그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서 잘나가는 디자이너로 우뚝 선 빅토리 포드. 그녀의 패션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제껏 쌓아온 명성과 달리 혹평이 가혹하게 따라붙은 쇼가 되고 말았지만 사업의 어려움에도 자신의 안목을 지켜내려 이를 악물고 있다. 그리고 아직 싱글이었던 그녀는 억만장자와 연애를 시작한다. 멋진 경력을 자랑하는 잡지사 편집장 니코 오닐리. 일도 잘 해내지만 전쟁과도 같은 사내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냉정함과 자기관리가 돋보인다. 이런 빽빽한 생활을 이어갈 활력을 남편이 아닌 연하의 남자에게서 찾기 시작한다. 시나리오더미에 파묻혀 매달려온 웬디 힐리는 영화사 사장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시나리오를 모두 체크하고 영화제작시 촬영지에도 모두 들려보는등 일을 열심히 하기때문에 남들보다 연평균 히트작이 더 많다. 자신이 위로 오르고 오르는 사이 꽃미남 남편은 하는일마다 실패하고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불만이 쌓여 가정이 위태롭다.
 
동전의 양면처럼 이미 거대한 그들의 빛나는 면면에 어려움이 있었다. 화려한 그들의 모습보다 무너질듯 힘든 문제들을 이겨내려 심지를 굳히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아직 내세울것이 없는 내가 어쩌면 더 희망적일지도 모르겠다는 엉뚱한 생각마저 들 정도로 내눈엔 세 사람의 생활이 쉽지 않아보였다. 그래서 그들 누구 하나에게도 쉽게 감정을 터뜨릴수도 없었다. 그래도 한편으로 자신의 뜻을 굽히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조심스럽게 생겨났다.
 
아직 1권밖에 못봐서 배경파악을 한 정도밖에 못되는게 아쉽다. 그리고 세 사람의 이력은 다르지만 캐릭터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세 사람 모두 열정적이고 일에 중독되었다고 해도 좋은 직장여성이다. 모두 직장에서 파워를 갖고있고 자신의 위치에 자부심을 갖고있어 직장에서의 트러블에 강한모습을 보인다. 나는 이것이 아쉽다. 이런 지도자형의 여성들만 칙릿문학의 주인공이 될수있는건 아니다. 친구의 이름으로 엮인 세 사람인만큼 서로 다른 장단점으로 서로를 보완해주고 살펴주는 모습과 각자 나름대로 타고난 성격과 방식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이는게 더욱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 주인공들의 다른점보다 비슷한면이 더욱 부각되어 상황파악을 해야하는 처음 몇장은 조금 혼란스러웠다. 이런 아쉬움은 좀더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2권에서 사그러들것으로 기대해본다.
 
신혼보다 황혼에 접어든 부부의 이혼률이 4배나 더 높다고 한다. 그만큼 자아의 인식이 강해진게 아닐까 한다. 그리고 나 역시 내일은, 내년은 더욱 나으리라 믿으며 자신에 대한 생각이 가장 많은 사람이다. 칙릿문학이라고 알고 읽은 책에 난데없이 40대의 아주머니가 등장해 처음엔 놀랐지만 조금 생각해보니 놀랄일도 아닌것같다. 지금은 젊은날 쌓아올린것에 안주하고 가족을 우선시하는 나이가 40대가 아닌데다 가족만큼이나 자신의 인생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대인것이다. 그렇게보면 모두에게가 아니라고해도 40대는 20대에 사회에 발을 들여 30대에 정신없이 달려오면서 하나씩 쌓아온것을 더욱 견고하게 쌓고 지켜내야하는 나이이지 않을까? 이런 시각에서 보니 더이상 아가씨문학의 주인공에 40대가 등장한게 어색하지 않다. 미(美)를 본능적이라 할만큼 동경하는 여자로서 상상도 안되는 40대의 나이에도 자신의 삶과 사랑에 열정을 쏟아부울수 있는 그들이 정말 멋있었다. 이제 내나이만큼을 더욱 살아온 어른으로서가 아니라 같은 여자이자 인생선배로 바라보면서 2권에선 그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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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2 - 죽음의 예언에서 라그나뢰크까지, 영원한 상징의 세계
안인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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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이 자꾸만 떠올랐다. 사실 떠올리지 않는게 이상하다. 그 모티브가 되는 신화이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느낌으로 책을 읽으며 영화속 장면들을 떠올렸다. 북유럽 신화에 대해서는 아는게 전혀 없었다. 거의 백지상태라고 봐도 좋을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영화 반지의 제왕도 남들만큼 재밌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정신이 없다고 생각을 해왔으니 할말 다했다. 허허... 

이 책 안인희의 북유럽신화 1,2권은 이런 내게 아주 좋은책이었다. 이해하는데 부족함이 없게 쉬운 설명과 서술된 문장이 내겐 감사했다. 그저 신화의 이야기만 나열했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상징성이나 의미들도 친절하게 쓰여있고 관련된 그림이나 조각상등도 실려있어 지루할 새가 없다. 마지막엔 책의 이해를 돕기위해 용어설명이 되어있고 종이재질이나 인쇄상태도 좋다. 나와같은 북유럽신화에 무지한 사람을 위해 신경쓴 흔적이 엿보인다. 

 모든 이야기를 시작과 끝으로 나눈다면 1권이 신화의 시작이고 2권이 끝이다. 즉 신들의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담고있다. 이 두권을 이어서 생각했을때 가운데부분이 신화속에 등장하는 신과 거인, 인간, 요정등에 대한 설명과 일화를 소개한다. 두권에 걸친 신화속엔 너무도 인간적으로 보이는 신들의 이야기가 많다. 대부분이라고 하는게 좋을것같다. 불멸과 절대적인 존재로서가 아닌, 무언가를 갖기위해 그 대가(代價)를 치르고 죽음이 있음을 아는 신이었다. 신들의 아버지이자 전사의 신인 오딘조차도 지혜의 샘물을 마시기 위해 한쪽 눈을 내놓아 애꾸눈이 되었고 바네에서 아제의 신이 된 아름다운 여신 프라야도 황금목걸이를 얻기위해 난쟁이와 사흘을 함께 보내면서 몸을 허락한다. 정신연령이 의심스러울만큼 사고를 치고 수습하기 바쁜 불의신 로키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거인들을 때려잡는 우직한 토르의 캐릭터도 인상적이다. 이런 신들간의 관계와 함께 그들의 최후 전쟁이 벌어지는 마지막엔 아홉세계의 전쟁이라 생각하니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기분이 들면서 반지의 제왕 속 장면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북유럽신화 자체의 구조와 캐릭터들도 재미가 있지만 이들에 관심을 갖게한 절대반지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다. 영화속처럼 환각상태인듯 보일만큼 정신이상을 일으키게하진 않았지만 무시무시하긴 했다. 반지를 로키에게 빼앗긴 난쟁이 안드바리는 화가나 반지에 저주를 걸어버린다. 반지와 함께 빼앗긴 보물은 로키를 통해 흐라이트마르라는 농부에게로 전해진다. 반지를 손가락에 끼면 누구든 죽을거라던 저주를 전해듣고도 많은 보물에 눈이 먼 농부는 정말 반지의 저주를 받아 죽게 되고 돌고 돌면서 모두들 저주를 받는다. 비록 손에서 벗어났어도 잠시라도 끼우면 모두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그에 얽힌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신이라는 환상과는 달라 오히려 신선하고 재밌는 북유럽신화였다. 수요일이 오딘의 이름에서, 목요일이 토르의 이름에서, 금요일이 프라이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알고나니 더욱 친근하게 느껴져 절대 잊을수 없을것같다. 이름이 낯설어 조금 어렵기도 했지만 다른문화권의 신화임에도 이질감없이 빠져들수 있었다. 북유럽신화는 이제 더이상 내겐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멋진 안내를 받은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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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시간 노리코 3부작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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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울의 늪에 빠져있을때 만나게 된 책이다. 그나마도 순전히 작가만을 보고 만난 책이다. 그렇지만 하마터면 볼수 없을뻔한 것이었는데 출판사측에서 연락을 해줘 내 손에 들어올수 있었기 때문에 고마운 마음에 책을 읽을때 만큼은 온전히 책에만 집중했다.

제목만 봐서는 무슨내용인지 알수가 없다. 표지그림만으로 대충 배경이랄까, 잘사는 어느집 여성이 나올것이라는 단순한 예상만을 할 뿐이다. 평범한 노리코 앞에 연하에 돈많고 능력있고 섹시한 고라는 남자가 나타나 청혼을 한다. 그와 결혼하면서 상류층 사모님이 된 그녀의 사적인, 그녀만의 사적인 이야기다. 

공감하기 어려운 호화로운 생활을 3년간 해온 노리코의 모습이 그림처럼, 액자에 갇혀있는 고정된 그림처럼 보였다. 하지만 끔찍이 아끼는 아내를 자신이 의식하는 계급에 맞도록 강요하고 아내의 과거, 생각, 행동, 취미등 모든것을 무시하는 고에게서 질려가는 노리코의 마음만은 이해할수 있었다. 서서히 죽어가는 -생기를 잃는다는 말이다. 오해가 없길!- 그녀가 침울한 지금의 나와 닮아있어 내가 괜히 다 눈물이 났다.  

사랑이라는 것에 있어 생기는 문제가 무엇때문인지 많은 생각을 하고있는 요즘이다. 아주 사적인 시간이라는 제목이 내게는 순도 100퍼센트의 역설로 들릴만큼. 이런것에 생각도, 경험도 없던 때엔 남자도 여자도 같은 사람이니까 다를게 없다고 생각했다. 여자라고, 남자라고 딱지를 붙이지 말고 생각하면 된다고 믿었다. 아픈 경험을 하고 난 후 남녀간의 차이와 사랑에 대해 책을 읽어댔다. 그리고 나는 내가 나름대로 어른이 됐다고 느꼈다. 상대를 믿고 잘 아껴줄수 있다 라고. 그럴줄 알았다. 참 우습게도...... 닥치고 보니 나는 내 기분도, 마음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휘둘렸다. 그에 따라 나도, 그사람도, 우리사이도 냇물에 떠내려가는 종이배처럼 이리저리 휘청거렸다.  

남자와 여자는 생각하면 할수록 함께 있는 것이 어려운 종족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역시, 함께 살고 싶다는 유혹에 저항할 수 없는 뭔가가 있는것같다......................하지만 원래 사랑했던 혹은 서로에게 상냥했던 남자와 여자 사이에 냉혹한 말이 처음으로 오갔을 때의 심적 충격은, 세상의 그 어떤 큰 사건에도 필적할 만하다. 또 만일 한족이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을 때, 다른 한쪽이 그런 말로 상처를 준다면 그것은 범죄나 마찬가지다. 그것도 보통의 범죄와 달리, 사랑의 문제에 있어서 그것은 누구도 심판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렵다. 

81년 5월에 썼다는 이 작가의 말이 20년도 더 지난 지금 내게 뼈저리게 공감이 되는지...... 그냥 자체만으로도 마음 깊이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게 다나베 세이코 작품의 힘인것같다. 답은 모르겠지만 위안은 받게된다. 아주 솔직해질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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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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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문집을 좋아하는 편이다. 좋아하는 정도에 비해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이전시대의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어렵고 모진 시절이지만 그래도 자꾸만 눈이 가는걸 보면 내가 그 세대들의 자식이 맞긴 맞는 모양이다.
 
박완서라는 이름은 신뢰가 두터운 하나의 브랜드 이름과도 같았다. 장편인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를 읽어봤고 단편인 보시니 참 좋았다를 읽어봤는데 장편도 단편도 모두 든든한 만족감을 주었다. 그리고 나는 한사람의 애독자가 되었다. 그런 작가의 산문집이 나온다니 당연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무척 원한 책이었지만 막상 손에 쥐고보니 이렇게 읽을 수 있는게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처음엔 자그만 집의 밭에 꽃을 심고 잔디 가꾸고 잡초를 제거하는 그런 전원생활의 모습이 나온다. 지금 시골에 있는 내겐 무척 정겨운 모습이다. 엄마와 같은 우리네 이웃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에 대한 부분, 소중히 인연을 맺은 지인들의 이야기, 자라온 과정을 쓴 이야기 등등 모두가 인간적이었다. 열렬히 환호하는 내게 우상과 같은 작가의 큰 모습이 아니라 나와 같이 실수도 하고 속상한 일도 겪으면서 기쁨도 슬픔도 가지고 살아가는 따뜻한 이웃의 한사람을 보았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장을 덮을땐 마음이 무척 잔잔하고 평화로웠다.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를 할수는 없지만 함께해서 든든하고 정이 가는 한 사람을 지면으로나마 만날수 있었던 그 시간들이 기뻤다. 그렇게 애틋한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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