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 AI를 위하여
브라이언 크리스천 지음, 이한음 옮김 / 시공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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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윤리·책임·정렬’의 모든 것, ChatGPT 시대 필독서


“우리는 인간보다 똑똑한 AI를 원하지만 인간성을 초월한 AI는 원하지 않는다.”

이 짧은 문장은 인간적 AI를 위하여(원제: The Alignment Problem)의 본질을 관통하는 하나의 문장이며 지금 우리가 기술 발전의 가장 앞에서 마주한 인류의 철학적 질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알고리즘에 의한 삶으로 널리 알려진 브라이언 크리스천의 최신작이자 AI와 인간의 윤리적 공존 가능성을 사유하는 인문학적 대작이다.


 

"정렬의 문제"란 무엇인가?

AI가 인간보다 더 뛰어난 판단과 계산 능력을 갖게 된 지금 우리의 질문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서게 되었다.

AI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구를 위해서 그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도덕적 정렬(Alignment)의 문제로 접어든다.

보스트롬은 슈퍼 인텔리전스에서 이 문제를 “인류 멸망의 가장 근본적 리스크”라고 설명했고 MIT 물리학자 맥스 테그마크는 “AI의 미래는 우리가 지금 윤리적 설계에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브라이언 크리스천은 이러한 디스토피아적 상상보다는 현실에 벌어진 윤리적 실패 사례들을 통해 실질적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독특한 길을 걷는다.

책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AI는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AI는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있는가?”

“우리는 AI에게 어떤 인간성을 학습시킬 것인가?”

이 책은 이론이나 전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딥페이크, 자율주행, 채용 알고리즘, 원격의료 등 현실 세계에서 AI가 작동하면서 드러낸 오류와 윤리적 파열음을 실감 나는 사례로 제시한다.

예를 들어 흑인의 사진을 “고릴라”로 분류한 구글 포토의 사고 남성이 무모한 운전자라는 통계적 예측이 여성의 운전 행태까지 바꿔버린 사례 등은 AI의 공정성과 표현 능력의 한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오류들은 대부분 AI가 인간의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함으로써 강화된 결과이며 ‘기계가 인간의 결함을 증폭시킨 것’으로 진단한다.


 

인간 행동을 배우는 기계

브라이언 크리스천의 탁월함은 기술적 해석을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시키는 데 있다.

“AI는 인간보다 뛰어난 계산자지만, 인간이 아니다”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AI의 판단력과 인간의 윤리 사이의 틈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를 탐구한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개념인 “모방”은 인간이 만든 AI가 인간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 실수, 복잡성까지 반영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다.

실수한 뒤 복구하는 자율주행 AI를 위한 훈련 사례처럼 AI가 실패를 학습하도록 만드는 인간의 노력은 인간성의 정수가 반영된 가장 아름다운 엔지니어링의 모습이다.


 

철학자와 공학자의 대화, 그 사이에 선 우리

인간적 AI를 위하여가 특히 주목할 만한 이유는 철학자와 공학자가 동등한 질문자로 함께 등장한다는 점이다.

AI가 불완전한 인간의 행동을 학습할 때 그 기준점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인간의 직관이 옳은가 아니면 수치화된 모델이 더 타당한가?

이 질문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인간의 판단은 일관되지 않으며, 직관은 대부분 착각으로 가득하다”고 했다.

크리스천은 여기에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AI에 인간의 직관을 모델링하게 해도 괜찮은가?”

이러한 복잡한 질문은 독자로 하여금 AI를 도구로 보지 않게 만든다.

오히려 AI는 인간의 가치, 규범, 문화가 투영된 거울이자 또 다른 인간의 확장물임을 보여준다.


 

해외 석학과 독자의 반응

이 책은 AI 커뮤니티와 철학계 모두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인스타그램 공동창업자는 “지금 가장 시의적절한 책”이라 평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AI가 윤리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독서”로 이 책을 꼽았다.

미국 심리학자 제임스 터너는 “AI 학습 과정에 인간 심리학과 아동 발달 이론이 접목되는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다”며 인간성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AI의 진보는 공허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책은 철학자, 공학자, 인간 모두를 위한 선언문이다

인간적 AI를 위하여는 인간과 AI가 같은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끝없이 되짚는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우리가 지금 기술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성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구나 하는 무게를 절감했다.

어떤 면에서는 이 책이 일종의 윤리적 선언문처럼 읽혔다.

기술은 도구이지만 도구는 인간의 얼굴을 닮아간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술을 설계할 때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브라이언 크리스천은 AI라는 수단을 넘어 인간이 인간다워질 수 있는 길을 기술로부터 다시 배우자고 제안한다.


AI를 만든 자 AI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인간적 AI를 위하여는 철학, 과학, 심리학, 윤리를 교차하며 “AI의 미래는 인간의 질문에 달렸다”는 통찰을 전한다.

AI는 인간보다 똑똑해야 하지만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윤리적 경계선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는 바로 지금 우리의 과제다.

이 책은 기술을 다루는 모든 이에게 아니 모든 현대인에게 필독서다.

지금 당신이 AI를 두려워하거나 기대하거나 궁금해한다면 그 질문에 대한 가장 깊고 풍부한 답이 바로 이 책 안에 있다.


추천 대상

- AI, 기술, 철학에 관심 있는 모든 독자

- 기술에 윤리를 심고자 하는 기획자, 개발자, 정책가

- 인간 중심의 기술 설계에 관심 있는 스타트업 창업자


“기계에 우리 목표를 추구하라 가르치는 일. 그게 인간이 할 가장 인간적인 일이 아닐까.”

인간적 AI를 위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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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위에 군림하는 억만장자들 - 거대 자본으로부터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법
크리스틴 케르델랑 지음, 배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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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케르델랑의 정부 위에 군림하는 억만장자들은 단지 억만장자 비판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무심히 받아들여온 기술의 세계가

과연 누구에 의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심문하는 철학적 탐사이자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를 지키기 위한 경계의 기록이다.

전통적인 ‘국가-시민’ 모델이 붕괴된 21세기 정부의 기능은

점점 기술 재벌의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고 있으며

그 결과는 실로 경악스럽다.


 

"대통령이 되지 않는 이유? 대통령보다 강하니까."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이조스, 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 빌 게이츠.

이 여섯 명의 공통점은 돈이 많다는 것만이 아니다.

이들은 서른 즈음에 상상 불가능한 부를 축적했고

지금은 언론, 외교, 국방, AI, 우주, 생명공학 등

거의 모든 시스템의 ‘코어’를 장악한 존재들이다.

책은 이들이 단지 기업가가 아니라 인류의 방향을

설계하는 '구세주를 자처하는 기술 관료'로 진화했음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특히 머스크는 “대통령이 되면 화성에 로켓을 못 쏜다”고 말하며

정부의 권력을 경시한다.

미국 정부의 국방부조차 스페이스X의 존재 없이는

전쟁 전략을 짤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의존하고 있다.

뉴요커 기자 로넌 패로가 기술한 바와 같이

정부 고위 인사들이 머스크의 눈치를 보는 장면은

더 이상 풍자가 아니라 현실이다.


 

구세주의 가면을 쓴 ‘기술 메시아’들

이 책에서 가장 날카로운 통찰은

바로 "자선의 탈을 쓴 유토피아 건설"이라는 테크계의 본심을 드러낸다.

이들이 추구하는 프로젝트는

공통적으로 ‘죽음의 정복’, ‘증강인간’, ‘우주 이주’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캘리코를 통해 유전자 조작으로 수명을 두 배 늘리는 연구를 지원하고

일론 머스크는 뉴럴링크로 인간 뇌에 칩을 심고자 한다.

이들이 믿는 건 과학기술을 통한 신체와 정신의 초월이며

이것이야말로 인류에 대한 최고의 봉사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그 지점이다.

누구를 위한 봉사인가?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이며 또 누가 소외되는가?


 

"우리는 '미래의 침팬지'가 될 것인가?"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영국의 사이버네틱스 학자

케빈 워릭이 제시한 ‘미래의 침팬지’ 개념이다.

돈이 없어 기술을 접목하지 못한 사람들, 증강되지 않은 사람들은

이제 생물학적 열등종으로 분류될 위험에 놓인다.

트랜스휴머니즘은 기술을 통한 진화가 아니라 기술을 통한

새로운 ‘인종 계급’을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우리 본성의 미래에서 생명공학과 기술이

인간의 본성을 파괴하고 인간의 존엄 개념 자체를

붕괴시킬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케르델랑의 이 책은 후쿠야마의 경고 이후 다시 한 번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까지 인간일 수 있는가?"를 되묻는다.


민주주의는 왜 이들을 막지 못했는가?

정치권은 더 이상 이들의 행보를 통제할 수 없다.

오히려 정치가 이들의 손에 들어갔다.

저자는 이를 ‘탈진실(post-truth)’ 시대의 도래와 연결 짓는다.

진실은 더 이상 검증되는 것이 아니라 소유되는 것이다.

각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우리의 감정과

투표, 소비, 나아가 삶의 목적까지 설계하는 시대.

언론은 디지털 광고 수익의 70~80%를 페이스북과 구글에 빼앗겼고

시민들은 이들의 콘텐츠 설계에 따라 여론을 형성한다.

민주주의는 이제 플랫폼의 기획 상품이 되어버렸다.


중국 모델을 바라보는 양면적 시선

책은 중국이 보여준 ‘억만장자 규제’의 사례도 다룬다.

마윈, 바오판, 샤오젠화 등의 실종과 처벌은

중국식 통제의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저자는 "백색 고문"과 같은 비민주적 방식은

결코 우리가 따를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시민적 감시와 국제적 공조를 통한

법적 규제, 특히 글로벌 조세 공조와 디지털 주권의 확립이다.


책이 개인적으로 주는 울림 ‘무력감’이 아닌

‘대담함’의 감정

읽는 내내 숨이 막혔다. 무력감과 동시에 분노,

모종의 각성이 뒤섞였다.

마치 하버마스가 말한 ‘공론장의 붕괴’를

눈앞에서 목격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무력함에 빠질 것이 아니라 우리도 이들처럼

‘대담함’을 가져야 한다고.

기술이 선한 의도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그것이

민주주의를 압도할 만큼 강력해졌을 때는

반드시 견제되어야 한다.

"좋아요" 중독과 짧은 영상 속에서 허우적대는 청소년에게

진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책임이

우리 어른들에게 있다.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아이에게는

전자기기를 제한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억만장자들’에 대한 새로운 문해력

크리스틴 케르델랑은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가 테크 리더들의 화려한 혁신 뒤에

감춰진 세계관을 이해하고 그것이 우리의 미래에

어떤 구조적 영향을 미칠지를 통찰하게 해준다.

책은 철저히 미시사적이며 철학적이며

동시에 구조적이다.

정독과 재독이 필요하며 이 시대의 시민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기술을 가진 자가 신이 되려는 시대,

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민주주의는 준비되어 있는가?"

정부 위에 군림하는 억만장자들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독자들은 대답해야 한다.

지금,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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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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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사라졌다
미야노 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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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반복된다면 인간은 어떻게 변할까? 내일이 사라졌다 루프소설이 던지는 충격의 질문"

내일이 사라졌다 ‘영원의 오늘’ 속에서 인간은 무엇을 선택하는가

“지옥 같은 오늘이 반복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습니까?”

일본 작가 미야노 유의 데뷔작 내일이 사라졌다는 제목부터 묵직하다.

‘내일이 사라졌다’는 선언은 시간의 끝이자,

인간 존엄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단순한 타임 루프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 문명 속 인간의 도덕, 본능, 선택을 섬세하게

해부하는 문명철학적 SF다.

시간이 반복되는 ‘루프’라는 기묘한 현상,

그리고 이 루프를 인식하는 ‘루퍼’와 인식하지 못하는

‘스테이어’의 분열된 세계.

미야노 유는 이 괴이한 설정 위에, 비극을 겪은

한 어머니의 복수극을 올려놓으며

인간성의 가장 깊은 밑바닥까지 우리를 데려간다.

복수는 끝났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비극의 탄생

작품은 강렬한 복수극으로 시작한다.

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가해자는 소년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았다.

더는 살아갈 이유도, 의미도 없어진 어머니는

차분하게 그를 죽이고 경찰에 자수한다.

이 시점에서 독자는 그녀의 고통에 대한 ‘이해’와 ‘종결’을 기대한다.

그러나 그녀가 눈을 뜬 곳은 교도소가 아닌,

딸을 죽이러 가던 그날 아침의 침대 위다.

그리고 다시, 그리고 또 다시.

그녀는 하루를 반복하는 루퍼가 되어버렸다.

아무리 복수를 반복해도,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죄책감도, 안도도 아닌 무한 반복의 공포가 시작된 것이다.

감염병처럼 퍼지는 인식

루퍼는 점점 늘어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증가가 전염처럼 발생한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감정이 물리적 변화를 유도한다”는 의심을 받지만,

지구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루퍼가 등장하면서

이는 단순한 SF적 설정을 넘어선다.

여기서 작가는 중요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과연 시간은 외부의 물리적 조건만으로 존재하는가?”

“인간의 감정, 기억, 윤리가 시간에 영향을 줄 수는 없는가?”

이 질문은 버지니아 울프가 등대로에서 시도했던 시간의 내면화,

혹은 베르그송(Henri Bergson)이 주장한 ‘지속(durée)’이라는

심리적 시간 개념과도 맥을 같이한다.

즉, 인간의 의식이 느끼는 시간은 절대적인 선형성이 아니라,

감정의 밀도에 따라 휘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도덕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내일이 사라졌다의 백미는 루프 사회가 30%를 넘는 루퍼의 등장 이후,

사회의 도덕 구조 자체가 붕괴하는 장면이다.

어떤 행동도 내일에 남지 않으니,

사람들은 범죄를 거리낌 없이 저지른다.

'퍼지 데이(Purge Day)'라는 표현은

바로 이 상태를 정확하게 묘사한다.

퍼지 시리즈에서 하루 동안

모든 범죄가 허용되는 설정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한 폭력의 만연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 속에서도 존엄을 지키려는 사람들,

정의를 실현하려는 이들의 선택에 집중한다.

광기 속의 윤리. 혼돈 속의 도덕.

이는 빅터 프랭클이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말한

“삶이 우리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을 때조차

우리는 태도를 선택할 자유는 남아 있다”는

사상과 겹친다.

감정적 SF의 실험

‘루프물’은 이제 그리 새롭지 않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 애니메이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일본 드라마 라이어 게임 등 루프는 다양한 형식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내일이 사라졌다는 ‘루프의 감정적 감염’이라는 참신한 가설과,

복수의 윤리를 중심축에 둔 플롯,

그리고 도덕적 붕괴의 통계적 상상력을 결합해 전에

없던 ‘사회철학적 루프물’로 탄생했다.

게다가 이 작품이 작가 미야노 유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은 놀랍다.

감정선의 밀도, 세계관의 설계,

서사의 완급 조절 모두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작가의 손길 같다.

루프라는 비현실 위에,

이토록 현실적인 인간의 딜레마를 정교하게 새겼다.

고통조차 반복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택할까

개인적으로 내일이 사라졌다는

단순한 SF를 넘어선 윤리철학적 실험이었다.

복수를 반복해야 하는 인간,

매일을 처음처럼 살아야 하는 인간,

도덕이 사라진 세계에서 존엄을 택하는 인간들.

읽는 내내, 철학자 니체의 영원회귀(Ewige Wiederkehr) 개념이 떠올랐다.

“당신이 지금 이 순간의 삶을 무한히 반복해야 한다면,

과연 당신은 그 삶을 긍정할 수 있는가?”

내일이 사라졌다는 그 질문을 정면으로 묻는다.

그리고, 차마 대답할 수 없게 만든다.

당신에게 ‘내일’은 오는가?

이 책을 덮은 후,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 “과연 나는 오늘을 살아냈는가?”

이 질문은 어쩌면, 매일 같은 아침을 반복하며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현대인 모두에게 던지는 묵직한 철학적 물음이다.

내일이 사라졌다는 SF라는 장르를 통해,

인간의 윤리와 존엄에 대해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내일’이 있다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에게,

이 소설은 경고한다.

내일이 사라졌을 때 드러나는 인간의 민낯을.

그리고, 그 속에서도 끝내 빛나는 선택의 가능성을.


추천 독자

- 윤리와 철학, SF를 함께 즐기고 싶은 분

- 루프물에 익숙하지만 더 깊은 감정을 원하는 분

- 죽음의 수용소에서, 타인의 고통, 사피엔스 같은 책에 감동한 독자

- ‘내가 진짜 오늘을 살고 있는가’를 자문하는 당신에게

#내일이사라졌다

#책추천 #미야노유 #하빌리스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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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인텔리전스
로랑 알렉상드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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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인텔리전스 인공지능의 문 앞에서

인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_우리는 지금, 생물학적 진화의 마지막 장에 와 있다.

인공지능은 그것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_

지능이란 무엇인가.

수천 년 동안 인간은 도구를 만들어왔고 기계를 만들어왔으며

마침내 자기 자신보다 더 지능적인 존재를 설계하려 하고 있다.

로랑 알렉상드르의 넥스트 인텔리전스는

그런 시대의 변곡점에서 우리가 끝내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지능은 선택이 될 수 있는가 그리고 인류는 그 선택 앞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지능은 새로운 자본이다 인지 자본주의의 도래

저자는 매우 인상적인 사례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2013년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한 사건이다.

불과 55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스타트업이 21만 명이 일하는 푸조보다

높은 가치를 평가받았던 그 사건은 기업 인수합병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능 즉 알고리즘이 곧 자본이 되는 인지 자본주의의 선언적 사건이었다.

이 지점에서 알렉상드르는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을 해체하는 듯 보인다.

IQ 165의 청년 몇 명이 IQ 95의 노동자 백만 명보다 더 많은 부를 창출한다.

단순한 논란이 아니다.

실제로 GPT-4, GPT-5는 이제 인간의 인지 능력 대부분을 추월하기 시작했고

지능은 더 이상 생득적인 특권이 아니라 기술로 증강 가능한 자산으로 변하고 있다.

알렉상드르는 이것을 지능의 민주화로 명명한다.


 

인공지능 시대 우리는 사라질 것인가 진화할 것인가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기술의 발전에 환호하거나

두려움에 떨지 않는 데 있다.

로랑 알렉상드르는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그 중간의 가능성까지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우생학적 미래와 신경 독재, 지능 계급화라는 미래를 경고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이 지능 격차를 줄이고

인간의 신체적·환경적 한계를 초월하게 해주는

트랜스휴머니즘적 유토피아의 가능성도 제시한다.

스티븐 호킹과 일론 머스크가 인공지능을 향한

미래를 두고 보여준 극단적 입장을 모두 인용하면서

이 두 극 사이에서 인간이 진정으로 해야 할 것은 공진화(Coevolution)라고 주장한다.


 

2060년의 학교 챗GPT보다 더 똑똑한 아이들을 위한 교육

교육은 이 책에서 가장 강렬하게 다루어지는 테마다.

지능은 세상에서 가장 불공평하게 분배된 것이라는 말은

그의 문제의식이 철저히 윤리적이고 인본주의적임을 말해준다.

교육의 미래를 다음 세 가지 축으로 재정립한다.

1. 비판적 AI 리터러시

학생들은 GPT를 답변 생성기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도구의 한계와 권력을 동시에 이해해야 한다.

2. 신경 증강 교육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이 교육의 일부가 되고

인간의 학습 방식 자체가 진화한다.

3. AI와의 협력 교육

인공지능과의 경쟁이 아닌 협업이 미래의 교육에서

핵심 역량이 될 것임을 강조한다.

일론 머스크의 뇌 내 임플란트 프로젝트 뉴럴링크를 조명하며

그것이 기계와 인간의 경계를 허무는 미래 교육의 서막이라고 설명한다.


 

유럽의 히스테릭한 멜랑콜리 그리고 한국의 미래

로랑 알렉상드르는 프랑스의 유명한 외과 의사이자 기업가이며

유럽 지성계의 대표 논객이다.

책 전반에 걸쳐 유럽이 기술 발전을 악마화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유지한다.

한국 독자에게도 큰 시사점을 준다.

- 한국은 과연 인공지능을 윤리의 이름으로 거부할 것인가

- 혹은 지능의 불평등을 사회적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전진할 것인가

현명한 창조주가 되어 인공지능을 통제하라.

기술을 규제하라는 말이 아니다.

기술을 윤리적, 교육적, 철학적으로 껴안고 가야 한다는 선언이다.


 

함께 보면 좋은 인문학적 통찰들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계급사회의 미래를 경고했다.

알렉상드르는 같은 질문을 던지되 더욱 적극적인 교육과 개입을 통해

그것을 극복 가능성의 문제로 전환시킨다.

엘리저 유드코프스키는 AGI가 지구 종말을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했지만

알렉상드르는 그 경고를 받아들이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만들지 않을 책임과 능력을 가진 존재라고 믿는다.

에마뉘엘 마크롱이 프랑스 과학자 처우에 무관심한 데 대해

알렉상드르는 통렬하게 비판한다.

인지 자본주의 시대에 지능에 대한 사회적 투자를 게을리한다면

미래는 AI 제국의 기술적 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기술서가 아닌 철학적 교양서의 완성본

넥스트 인텔리전스는 AI 기술서도 교육 정책서도 아니다.

이 책은 "지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

교육이란 무엇인가 미래는 어떤 윤리와 철학으로

설계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AI 시대의 국부론 혹은

종의 기원에 가까운 무게감을 지닌다.

기술적 디테일을 넘어서 인류의 본질과 선택이라는

메타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지능과 인공지능 사이 우리는 어떤 장인이 될 것인가

지능은 두뇌의 능력이 아니다.

지능이란 사물과 사물, 개념과 개념을 연결하는 능력이다.

이제 우리는 생물학적 지능과 인공지능을

연결할 줄 아는 연결의 장인이 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로랑 알렉상드르의 이 문장은 AI 뉴스에 지친 오늘의 독자에게

가장 통렬한 통찰을 안겨준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미래를 선택해야 한다.

지능의 민주화와 공진화 그리고 교육의 재설계를 향한

모든 질문자에게 이 책은 최고의 동반자다.

#넥스트인텔리전스 #로랑알렉상드르 #열린책들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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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기 이기원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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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기 완벽한 정의의 신화를 해체하는 고발문,

혹은 새로운 사사기의 예언서

디스토피아를 관통하는 AI 정의 시스템과 인간 감각의 부활


정의의 신으로 숭배된 저스티스-44,

사법이 신이 될 때 벌어지는 일들

사사기는 제목부터 이중의 의미를 담고 있다.

고대 히브리 민족이 혼돈의 시대 속에서

사사들—판관이자 지도자—에게 통치를 위임했던 역사의 기록이자,

인공지능 판사 '저스티스-44'를 숭배하는

디스토피아적 근미래 도시국가 ‘뉴소울시티’의 이야기다.

이기원 작가는 사사기를 통해 철저히 통제된 완벽한 유토피아,

그러나 진실은 폐쇄된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고통받는 인간성을 파고든다.

마치 조지 오웰의 1984나, 이사야 벌린이 경고했던

'긍정적 자유의 폭력성'을 현대적 기술언어로

재현한 듯한 이 작품은,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정의를 신격화하고,

그 신이 인간을 심판하는 시대가 과연 얼마나 인간적인가를 묻는다.


 

법과 감정, 알고리즘과 직감 사이에서

이 소설의 중심을 관통하는 질문은 단 하나다.

"AI는 진정한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가?"

사사기에서 AI판사 저스티스-44는 사람들의 요구에

철저히 부응하며 ‘신성한 존재’로 군림한다.

그러나 이기원 작가는 교묘히 그 정의가 단 하나의 결함,

오작동이라는 균열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때 페이스북의 AI 윤리 책임자였던 케이트 크로퍼드가 말한 바 있다.

“AI는 중립적이지 않다. 인간이 만든 데이터는

언제나 인간의 편견과 역사적 결함을 반영한다.”

법이 데이터가 되었을 때, 감정과 맥락은 지워진다.

인간의 촉, 심증, 분위기라는 비정량적 요소는

단지 '오류의 가능성'으로만 치부된다.

하지만 사사기는 이렇게 묻는다.

“그 오류야말로 진실로 가는 유일한 단서가 아니었는가?”


 

현대판 바벨탑과의 은유

이 작품의 통치조직 ‘전국기업인연합(전기련)’과

그 수장 ‘아바리치아’는 이름부터가 경고다.

라틴어로 탐욕(Greed)을 의미하는 아바리치아는,

‘완벽한 도시’라는 이름 아래 모든 권력을 AI와 자본,

기업이 독점하게 만든다.

미국의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이

분노와 용서에서 주장했던 바와도 연결된다.

그녀는 말했다.

“정의는 분노가 아니라,

연민과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사사기의 세계에서 연민은 제거되고,

이성화된 판결만이 남아 인간을 냉철히 재단한다.

완벽해 보이는 AI 시스템의 이면에는

결국 권력 독점과 감정 제거가 필연적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이 이 소설에서 드러난다.


 

죽음과 진실, 그리고 인간의 감각

조사관 우종은 AI의 판결을 믿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그 믿음을 의심하지 않을 근거가 필요하다.

이 양가감정은 작품 후반부에 이르러

기자 재민의 죽음을 계기로 분열된다.

“진실이 아무리 잔인하더라도,

사람들은 진실 속에 살고 싶어 한다.”

이 문장은 사사기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을 드러낸다.

AI가 완벽한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고 믿는 세계에서,

인간의 몫으로 남겨진 것은 무엇인가?

바로 ‘진실을 감지하는 능력’, ‘의심하는 용기’,

그리고 ‘직관이라는 비정형의 가치’다.

“사유는 인간이 전체주의를 이겨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사사기는 소설이 아니라 경고장이다

사사기는 단순한 SF소설도,

디스토피아 서사도 아니다.

그것은 ‘정의의 알고리즘화’에 대한 철학적 경고이며,

‘기술 숭배 시대의 인간성 회복’에 대한 역설적 기도문이다.

이기원 작가는 쥐독에서 이미 인간 삶에

깊숙이 파고든 기술의 그림자를 조명한 바 있다.

이번 사사기는 그 문제의식을 한층 더 확장시켜,

AI 시대에 인간이 붙들어야 할 마지막 감각이 무엇인지를 조명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마치 AI 시대의 '판사 유다'와

'예언자 사무엘'이 한 인물 안에 공존하는 문제적 서사처럼 느껴졌다.

냉혹한 현실과 감정 사이에서,

무엇이 진짜 정의인가를 묻는 그 질문은 읽는

내내 불편하면서도 아름답다.


우리는 어느 시대의 사사에게 재판받고 있는가

지금 이 시대의 저스티스-44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떤 알고리즘에 판단받고 있으며,

또 어떤 정의를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는가?

유토피아는 언제나 디스토피아의 전조였다.

그 틈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진정한 정의는, 오직 인간이 지켜야 할 감각 속에 있다.

추천 독자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철학적으로 성찰하고 싶은 독자

#사사기 #이기원 #마인드마크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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