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메이커
이상현 지음 / 필름(Feelm)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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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들이 모였는데 왜 조직은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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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신이 옳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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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다.

프로젝트는 실패한다.

모두 열심히 일했는데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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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메이커는 모순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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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에어비앤비, 오픈AI에서 일해온 저자는 센스를 단순한 눈치나 타고난 감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현실을 읽고 위험을 판단하고 사람들을 움직여 결과에 책임지는 능력으로 접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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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가장 주목한 것은 일 잘하는 사람의 특징보다 일이 실패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보이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1. 제멜바이스의 비극, 진실에는 전달 비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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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에게 손 씻기의 중요성을 알렸던 제멜바이스의 이야기는 불편하다.

과학적으로 옳은 주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조직에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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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숫자가 사실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사람을 움직이는 것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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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분석 결과가 무시되는 이유를 상대방의 무지로만 설명한다면 분석가는 자신의 책임 중 일부를 놓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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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결정을 내릴 권한을 가졌는지,

무엇을 잃을까 두려워하는지,

어떤 증거가 있어야 판단을 바꿀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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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정의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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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란 정답이 현실에 도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는 능력이다.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이해관계를 읽는 일과 권력에 굴복하는 일은 전혀 다르다.


2. 에어비앤비가 보여준 것은 노력보다 질문의 중요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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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풀리지 않을 때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

광고를 늘리고 기능을 추가하고 회의를 한 번 더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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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문제를 잘못 정의했다면 어떨까?

책에서 다루는 에어비앤비의 초기 사례는 나에게 전략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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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AI 제품을 기획할 때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훌륭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가보다 사용자가 지금 어떤 문제 때문에 불편한지,

문제가 해결되면 실제로 돈을 낼지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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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고객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 다른 질문이다.

노력의 함정이 아니라 문제 정의의 부채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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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질문을 해결하는 데 투자한 시간은 쌓일수록 수정 비용이 된다.


3. 위험을 모르는 사람보다 멈추지 못하는 사람이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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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래 생각하게 된 부분은 위험을 관리하는 태도였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칭찬한다.

계속하는 것이 반드시 용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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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도 이미 투입한 비용이 아까워 잘못된 결정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매몰비용 효과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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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장기적인 믿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믿음과 고집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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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장기투자자는 가격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매도하지 않는다.

기업의 경쟁력이 무너졌는데도 처음 세운 투자 논리를 무조건 지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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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 있는 사람은 중단할 조건까지 설계한다.

멈추는 능력은 용기의 반대말이 아니다.

미래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또 다른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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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모두가 옳아도 전체가 틀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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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가장 오래 남는 질문은 부서 간 조율 문제다.

각 부서의 판단은 합리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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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팀은 위험을 줄이고,

개발팀은 안정성을 지키며,

영업팀은 고객과의 약속을 달성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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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시스템은 실패한다.

데이터 분석의 언어로 바꾸면 개별 지표가 개선됐다고

전체 목적함수까지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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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 가장 비싼 오류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무능한 개인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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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사람들이 각자의 성과지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결과,

조직 전체가 실패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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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협업은 서로 친하게 지내는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성공의 정의를 하나의 목표에 맞춰 조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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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케아는 시장을 조사하기 전에 사람의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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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가 인도 시장에 진출하면서 사람들의 실제 주거 공간을 살펴본 사례도 인상적이었다.

시장조사 데이터만으로는 생활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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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소득 수준의 고객이라도 가족 구성,

주거 구조, 문화와 생활 습관이 다르면 전혀 다른 선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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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장 중심 문제 해결과 맞닿아 있다.

엑셀에는 고객의 숫자가 있고,

현장에는 고객의 사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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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와 사정이 충돌하면 왜 충돌했는지 알아봐야 한다.

데이터는 세상을 압축하지만,

좋은 판단은 그 과정에서 사라진 맥락을 다시 복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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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오히려 더 중요해질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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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생각, 사람에게 도착하는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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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더 정확해지고 기술이 더 발전하면 세상도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해 왔다.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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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많아진다고 이해가 깊어지는 것은 아니며

AI가 똑똑해진다고 인간이 현명해지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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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배워야 할 것은 더 많은 정답을 생산하는 방법만이 아니다.

정답을 누구의 삶에, 어떤 책임으로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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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다시 붙잡게 된 문장이다.

지능은 답을 찾아내지만,

센스는 그 답이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고 현실을 바꾸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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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놓친 사람의 사정까지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진짜 센스메이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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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1분, 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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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고 쓸고 두드리고 진화하다 - 문자에서 인공지능까지 기술은 어떻게 우리의 몸을 바꾸었는가
버네사 창 지음, 오수원 옮김 / 비아북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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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일까, 기술이 사용하기 편하도록 바뀌어가는 인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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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집어 듭니다.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밀고 누군가의 말을 읽습니다.

모든 행동은 익숙해서 의식조차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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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이런 동작을 자연스럽게 배웠을까요?

동작을 배우는 동안 우리의 몸과 생각에서는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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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고 쓸고 두드리고 진화하다>는 질문을 놀랍도록 오래된 역사 속으로 끌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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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역사를 발명품이나 기업의 성공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인간의 손과 목소리, 귀와 눈을 통해 기술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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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접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술의 발전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잊어버리는 것이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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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해진 손은 정말 자유로워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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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인간이 세상을 바꿔온 가장 오래된 도구입니다.

문자를 기록하고 기계를 조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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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자카르 직기에서 쿼티 자판,

스마트폰의 손짓까지 손의 능력이 어떻게 기계와 데이터로 옮겨갔는지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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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손의 노동을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동작을 요구한다는 사실입니다.

손으로 더 적게 만들지만 더 많이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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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가로 살아온 제 경험을 돌아보게 됩니다.

클릭률, 전환율, 체류시간을 측정합니다.

클릭이 쉽다는 사실이 반드시 사용자가 자유롭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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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가 오래 머물렀다는 사실도 만족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데이터는 손가락이 어디를 눌렀는지는 알려주지만,

왜 누르기 싫었는지까지 설명해 주지는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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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술은 사람을 불필요한 움직임에서 해방시키는 기술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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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나를 떠나도 여전히 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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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는 말하는 사람의 몸과 같은 장소에 존재했습니다.

녹음과 재생 기술은 그 관계를 바꿨습니다.

AI는 실제 사람이 말하지 않은 문장도 목소리처럼 들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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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놀랍지만 섬뜩하기도 합니다.

목소리가 음향 정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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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의 망설임, 침묵, 숨소리에는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의 상태가 묻어 있습니다.

기술은 이런 특징들을 재현 가능한 데이터로 바꿔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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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문제는 AI가 얼마나 사람처럼 말하느냐가 아닙니다.

목소리에 누가 책임을 지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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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목소리는 틀릴 수 있지만 자신의 말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생성된 목소리에는 책임의 주체를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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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말하는 능력을 복제할수록 말하는 존재의 진실성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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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대, 왜 우리는 덜 듣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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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음기와 녹음 기술은 사라질 소리를 보존했습니다.

음악은 특정 장소와 공연 시간을 벗어나 언제든 다시 들을 수 있는 경험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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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알고리즘이 우리의 취향을 예측하고 듣고 싶은 음악까지 추천합니다.

분명 기술의 놀라운 성취입니다.

저는 듣기와 소비하기를 구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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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을 끼고 하루 종일 무언가를 듣는다고 해서 반드시 세상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아닙니다.

추천 알고리즘은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게 도와주기도 하지만,

이미 좋아하는 것만 반복적으로 만나게 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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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추천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의 태도에 있습니다.

귀의 진화는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에도 자리를 내어주는 능력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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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인간관계에서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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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말하는 동안 듣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음에 내가 할 말을 준비할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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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소리를 전달하는 능력을 확장했다면,

인간은 타인의 말을 이해하는 능력까지 함께 확장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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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볼수록 진실에 가까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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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인간의 눈이 놓치는 장면을 기록하게 했습니다.

이제 기계는 이미지를 인식하고, 사람을 구별하고,

존재하지 않는 장면까지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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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능력이 확장된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보는 세계의 상당 부분이 기술의 선택과 가공을 거쳐 전달된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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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있다고 모두 진실은 아닙니다.

영상이 있다고 맥락까지 보존되는 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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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시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문제를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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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데이터라도 축의 범위와 비교 기준,

무엇을 제외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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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미지와 딥페이크가 보편화될수록

눈으로 확인했다는 확신은 충분한 검증 방법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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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것을 의심하고 맥락을 복원하는 능력이 중요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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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기술에 판단의 습관을 넘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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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남은 생각은 하나입니다.

인간은 기술에 능력을 맡기면서,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과정까지 함께 맡기기 쉽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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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 움직임은 인터페이스가 유도하고

목소리의 진위는 인증 기술에 의존하고

귀의 취향은 추천 시스템의 영향을 받으며

눈의 관심은 알고리즘이 배열한 화면을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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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 습관의 외주화'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책을 기술에 대한 비관론으로만 읽고 싶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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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공학은 누군가가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일을 가능하게 하고

음성 기술은 읽기와 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새로운 소통 경로를 열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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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해답은 아닙니다.

기술의 성능을 평가할 때 새로운 질문을 추가하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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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어떤 선택권이 남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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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술은 인간을 대신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인간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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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도 있습니다.

신체와 기술을 연결하는 역사적 사례들이 풍부한 만큼,

오늘날 자신의 일상과 연결하려면 한 번 더 생각을 이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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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명쾌한 해결책을 기대하는 사람보다 오래 질문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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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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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계와 경쟁하기 위해 더 기계처럼 살아갈 필요가 없습니다.

빠른 판단, 정확한 반복, 무한한 기억은 점점 기계가 잘하는 일이 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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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인간은 무엇을 기억하고

누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어떤 장면 앞에서 멈출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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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고 쓸고 두드리고 진화하다>를 통해 제가 붙잡고 싶은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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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넓히지만,

인간의 진화는 무엇을 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능력에서도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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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손도, 목소리도, 귀도, 눈도 아닌

모든 감각을 통해 세상을 판단하는 자기 자신의 주도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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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 만물의 평등에 관하여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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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로벨리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 관계, 시간, 자유의지에 관한 물리학적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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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언제부터 한 사람이 되는 걸까.

태어났을 때부터일까.

이름을 얻었을 때일까.

누군가 자신을 알아봐 주었을 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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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베이스에서 한 사람은 하나의 행으로 표현된다.

나이, 성별, 행동, 구매 기록, 방문 횟수.

수많은 정보를 연결하면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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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의문이 생긴다.

한 사람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정말 같은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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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로벨리의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는 질문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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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에서 출발한 책이지만 내가 오래 붙잡은 것은 인간에 관한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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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계속 발생하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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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벨리는 우리 자신을 고정된 실체가 아닌 시간 속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특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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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성격이라는 이름표를 붙인다.

저 사람은 이기적이고 저 사람은 성실하며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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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판단은 살아 있는 인간을 한 시점에서 정지시킨 사진과 닮았다.

어제 실패했던 사람이 오늘 새로운 선택을 한다.

과거에는 두려워했던 일을 내일은 용기 있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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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알고 있는 누군가는 아직 끝나지 않은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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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가장 부정확하게 이해하는 방법은 너무 빨리 이해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과거의 기록이 있지만, 기록이 앞으로의 모든 가능성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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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데이터는 진실이 남긴 흔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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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는 흔적이다'라는 제목은 데이터 분석가인 내게 유독 무겁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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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많아질수록 객관적인 세계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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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떤 고객의 이탈 기록에는 서비스를 떠난 이유가 온전히 담겨 있지 않다.

방문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알 수 있어도 무엇을 고민했고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는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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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거짓말하지 않을 수 있다.

숫자를 선택하고 해석하는 인간은 얼마든지 중요한 것을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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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한 사람의 글과 행동을 분석해 취향과 성향을 예측한다고 해보자.

아무리 정확하더라도 예측은 특정한 자료와 조건에서 만들어진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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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사람 자체는 아니다.

책에서 발견한 가장 중요한 경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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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누군가를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사람을 정의할 권리까지 얻었다는 뜻은 아니다.

기술이 인간을 정교하게 분류할수록 분류되지 않는 부분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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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관계는 우리를 만들지만 모든 관계가 성장시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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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자는 따뜻한 메시지를 예상할 수 있다.

로벨리의 논의는 근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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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적 양자역학에서 중요한 것은 사물의 성질을 다른 물리적 계와의 상호작용과 떼어 놓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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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적 설명이 인간관계의 윤리까지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철학적 비유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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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이해한다.

어떤 사람 앞에서는 솔직해지고 어떤 환경에서는 능력을 의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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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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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우리를 성장시키지만 가능성을 제한한다.

사회적 편견과 조직의 평가 방식 역시 우리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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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좋은 관계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관계가 아니다.

상대방이 아직 보여주지 않은 가능성까지 함부로 지워 버리지 않는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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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은 모든 관계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을 훼손하는 관계에서는 벗어날 자유도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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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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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벨리는 엔트로피와 시간, 인간의 숙고를 연결하며 미래의 열림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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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과 투자의 공통된 한계를 떠올렸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과거를 연구한다.

과거를 아무리 정밀하게 분석하더라도 미래가 과거의 복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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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선택이 오늘의 조건을 만들었지만 오늘의 숙고 역시 내일의 조건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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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 자유의지가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책의 논의 역시 물리학과 철학 사이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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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내게 중요한 것은 명확했다.

미래가 이미 완성된 정답이라면 정답을 확인하며 시간을 보내는 존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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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가 불확실해서 두려운 순간보다 미래를 이미 안다고 착각했던 순간을 더 경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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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지성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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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화학, 생물학처럼 서로 다른 설명의 층위를 연결하는 데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가 많다고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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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미완성은 새로운 발견의 기회라는 태도다.

내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분석의 자세와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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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부족하면 더 좋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설명하지 못한 현상이 나타나면 자신의 가설을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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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보다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을 더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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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성이란 얼마나 많은 정답을 소유했는지가 아니라

자신의 확신을 얼마나 정직하게 수정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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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관계적 세계관에서 인간의 자유와 윤리로 이어지는 논의는 여러 번 생각을 멈추고 검토해야 할 만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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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 좋았다.

나를 쉽게 설득하는 책보다,

내가 당연하게 믿었던 전제를 의심하게 만드는 책이 오래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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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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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쉽게 판단하는 태도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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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우리를 이름과 경력, 성과와 실패로 기억한다.

모든 기록은 살아 있는 존재의 일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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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인지 묻는 질문에는 언제나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

아직 내리지 않은 선택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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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완성된 사람이 되기보다 계속 수정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서로를 통해 아직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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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 때문에 나는 사람을 공부하고,

데이터를 의심하고,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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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서로를통해존재한다 #카를로로벨리 #쌤앤파커스

#책추천 #과학책추천 #인문학책추천 #교양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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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니치 서바이벌 - 10억 인도인을 사로잡은 금융 스타트업 어피닛 이야기
이기문 지음 / 북스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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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크면 기회도 크다고 믿습니다.

인구가 많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투자금이 몰리는 곳을 좋은 시장이라고 부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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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장에는 언제나 경쟁자가 넘쳐납니다.

누군가의 하루를 불편하게 만드는 작고 사소한 문제에는 놀라울 정도로 관심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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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니치 서바이벌>은 무관심에서 출발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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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국에서 출발한 스타트업 어피닛은 인도에서 통신요금 잔액을 확인하는 작은 서비스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금융 플랫폼 트루밸런스로 성장했고 2022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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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도달하기까지 무엇을 포기했는지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1. 매스니치, 시장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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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니치(Mass Niche)는 겉으로는 틈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대한 수요가 존재하는 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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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닛이 바라본 인도에는 기존 금융회사가 충분히 포용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신용 이력이 부족하고 은행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우며 소액의 통신요금에도 민감한 사람들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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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기업들이 높은 소득과 구매력을 가진 고객을 바라볼 때 어피닛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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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은 조금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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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크기는 해결되지 않은 불편이 얼마나 자주 반복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100만 명이 일 년에 한 번 겪는 문제와 1만 명이 매일 겪는 문제 중 어느 쪽이 더 좋은 사업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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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없습니다.

지불 의사와 해결 비용까지 따져야 합니다.

저는 해결 비용에서 지속적인 제품 사용의 단서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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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가로 일하면서도 숫자로 표현되는 현상과 숫자를 만든 사람의 행동을 구분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동안 익숙하게 사용했던 시장 규모라는 지표를 다시 의심하게 만듭니다.


2. 10루피 마케팅, 고객은 감정을 가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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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운 장면 중 하나는 친구를 데려오면 10루피를 지급했던 추천 마케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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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돈으로 당시 약 150원.

한국에서는 작은 금액이지만 현지에서는 사람을 움직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공개된 본문에 따르면 해당 캠페인은 일주일 만에 사용자 1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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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절대적인 크기가 아닙니다.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제공하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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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의 본질을 다시 생각합니다.

사람은 경제적 보상만을 계산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인정받는 느낌, 참여하는 재미,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도 반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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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루피 전략을 무조건 성공 공식으로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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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때문에 앱을 설치한 사람과 실제 필요 때문에 계속 사용하는 사람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설치 수와 활성 사용자 수, 장기 유지율과 고객 획득 비용은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

고객을 데려오는 기술과 고객이 다시 돌아올 이유를 만드는 기술은 서로 다른 능력입니다.


​

3. 슈퍼앱의 유혹, 많이 할수록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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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하다 보면 기회가 끊임없이 보입니다.

​

결제도 하고 싶고 보험도 하고 싶고 쇼핑도 연결하고 싶습니다.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사업적으로 해야 한다는 확신으로 바뀌기 쉽습니다.

​

어피닛 역시 슈퍼앱을 꿈꾸며 여러 사업으로 확장했지만 소액 대출이라는 핵심 영역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돌아옵니다.

​

무척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

AI가 등장하면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비용과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제품을 만들기 쉬워졌다고 해서 고객의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기까지 쉬워진 것은 아닙니다.

​

기능을 추가하기 쉬워진 만큼 집중하지 않을 유혹도 커졌습니다.

제게 초집중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익숙한 경영 구호가 아닙니다.

​

내가 만들 수 있는 것과 고객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일입니다.

​

기능을 열 개 만든 뒤 한 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머지 아홉 개를 포기할 수 있는 용기 말입니다.


4. 기업의 생존은 철학을 시험한다

​

연체율 상승, 코로나19, 구조조정, 자금 부족과 같은 생존의 문제가 등장합니다.

​

런웨이가 6개월이라는 것은 단순히 재무제표의 현금이 줄어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조직 구성원의 생활과 고객에게 약속했던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까지 위협받는다는 뜻입니다.

​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집니다.

성장은 기업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지만 위기는 기업이 무엇을 끝까지 지킬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

금융사업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는 한 가지를 더 물어야 합니다.

​

돈을 빌리지 못했던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과,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대출을 확대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

대안신용평가 기술이 발전할수록 차주의 상환 능력, 금리와 수수료의 투명성, 개인정보 보호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

금융 포용이라는 명분만으로 모든 금융상품이 좋은 상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

5. 결핍에도 구조가 있다

​

제 삶에 연결하면서 떠오른 생각이 있습니다.

​

결핍을 개인의 문제로 해석합니다.

돈이 없거나, 정보가 부족하거나, 적절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개인이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보는 것이죠.

​

어떤 결핍은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사회와 시장의 설계에서 발생합니다.

​

신용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금융에서 배제되는 사람처럼,

필요한 서비스가 존재해도 접근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이런 현상을 '설계되지 않은 권리의 공백'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

기술의 역할은 그 공백을 발견하고 줄이는 데 있을 것입니다.

단지 새로운 기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이 보지 못했던 사람을 보이게 만드는 일이죠.

​

모든 공백이 사업이 되지는 않습니다.

공익적 필요와 실제 지불 능력 사이에는 냉정한 간극이 있습니다.

​

좋은 창업자는 사람을 이해하는 따뜻함과 사업성을 검증하는 냉정함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

단순한 해외 진출 성공담보다 잘못된 확신을 버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사람들의 기록으로 읽고 싶습니다.

​

누구나 큰 꿈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아이디어가 틀렸음을 인정하고

이미 투자한 시간과 비용에 매달리지 않고

다시 고객의 문제로 돌아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

창업의 진짜 경쟁력은 자신의 오답을 남보다 빨리 인정하는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한 가지 생각을 더 남기고 싶습니다.

세상에는 아직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문제가 많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이 아직 도착하지 못한 사람과 현장이 있을 뿐입니다.

​

위대한 사업은 거대한 시장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오랫동안 참고 살아온 작은 불편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순간 시작될 수 있습니다.

​

<매스니치 서바이벌>을 통해 제 창업 철학에 남기고 싶은 문장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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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추에이티드 - 의지, 노력, 끈기를 성공으로 연결하는 사람과 장소의 힘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신솔잎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11월
평점 :
예약주문


왜 환경은 평가하지 않을까.


사람을 평가할 때 환경을 지워버립니다. 

성과가 좋으면 성실한 사람, 무너지면 의지가 약한 사람. 같은 사람이 어떤 날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고 어떤 날은 사소한 일에도 소진된다면 달라진게 인격일까요?


앤절라 더크워스의 시추에이티드(Situated) 가제본을 읽으며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사람을 이해하려 하면서 사람 주변의 조건을 얼마나 이해했을까.


힘껏 헤엄치지만 전진하지 못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구조와 응급처치가 생명을 살립니다.


이런 장면이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전형적으로 보여지는 영웅적 의지와 승리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인데요. 바다는 인간이 얼마나 간절한지 전혀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죠.


노력의 양이라는 익숙한 잣대가 부끄러웠어요. 

같은 거리를 헤엄쳤어도 물살의 방향이 다르면 결과는 달라지는거죠. 

육지에 올라온 사람의 기록만 비교하고 어떤 바다를 건넜는지는 묻지 않는거죠.


그릿에서 열정과 끈기의 중요성을 연구했던 저자가 끈기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는 변화가 드디어 나왔습니다.


철회가 아닙니다. 

노력의 가치를 인정하며 증폭되거나 소모되는 조건을 함께 보자는 제안인거죠.

오랫동안 믿어온 설명의 빈칸을 스스로 들여다보는 태도야말로 제게는 용기처럼 보였어요.


세 개의 상자도 흥미로웠습니다. 상황, 생각, 반응.


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에는 이미 해석이 섞여 있죠. 누군가의 짧은 답장을 무시라고 읽을 수도 바쁜 하루의 흔적이라고 읽을 수도 있어요. 감정이 언제나 순서로만 생긴다고 단정하기보다 내 반응을 점검하는 지도처럼 받아들이는 편이 좋겠습니다.


이번에는 책 밖으로 나가볼게요.


성과가 낮은 구성원에게 교육을 시키기 전에 회의가 하루를 어떻게 잘라 놓았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투자에서도 비슷한 실수를 봅니다. 상승장에서 얻은 수익을 자신의 통찰로 기억하고 하락장에서의 손실을 나약함으로 돌립니다. 실제 판단의 질을 따지려면 당시 시장의 유동성, 정보, 선택 가능한 대안도 돌아봐야 하는거죠.


성과와 실력은 겹치지만 같은 단어가 아닙니다.

시추에이티드가 준 새로운 질문은 무엇이 나를 강하고 약하게 만드는가입니다.


책 관점에도 경계선은 필요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환경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돌봄 책임, 주거비, 직장의 권력관계는 책상 정리처럼 간단히 해결되지 않는거죠.


상황을 바꾸라는 말이 또 다른 자기책임론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개인이 손댈 수 있는 조건과 조직·사회가 바꿔야 할 조건을 구분할 때 윤리의 문제가 되는거죠.


가제본을 읽으며 작은 실험을 생각해봤습니다.

집중하지 못한 날에는 의지력보다 방해받은 순간을 기록하기. 

마음이 거칠어진 날에는 어떤 상황에서 그랬을까를 먼저 묻기.


일주일에 하나씩 책상, 알림, 약속, 대화의 장소를 바꿔 결과를 비교하기. 

환경을 핑계로 삼지 않되 관찰의 대상에서 지우지도 않는 연습입니다.


책에서 발견한 불편하지만 유용한 질문인거죠.

누군가에게 버티라고 말하기 전에 사람이 서 있는 바닥이 기울어져 있는지 확인한 적이 있을까요.


성장의 시작은 자신을 밀어붙이는 일이 아닙니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먼저 관찰해보는겁니다.



출판사 비즈니스북스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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