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코비의 마지막 습관
스티븐 코비.브렉 잉글랜드 지음, 안기순 옮김, 김경섭 감수 / 김영사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고방식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


   스티븐 코비는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리더십 권위자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비즈니스 서적'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스티븐 코비의 마지막 습관』은 스티븐 코비의 성공학을 최종 정리한 책이다. 얼핏 어떤 조직의 리더이거나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자기 계발서로 보인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그렇고 그런, 흔하디 흔한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며 부딪히는 매우 어려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사고의 극적 전환이 필요하며, 이것이 이 책의 주제'라고 밝히고 있다. 문제를 대하는 사고방식을 바꾸면 삶이 획기적으로 변한다는 거다. 책을 끝까지 읽어보면 스티븐 코비가 말하는 '성공'이 경제적인 성공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타인에게 진심으로 공감하고 경청하며, 내가 속한 세상에 봉사하는 삶을 강조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 사람, 현실을 개선할 획기적인 대안을 찾고 싶은 사람,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크게 공감할 내용이다.


   책의 핵심 키워드는 '시너지'와 '제3의 대안'이다. 우리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나의 입장과 다른 사람의 입장을 구분 짓고, 다른 사람의 입장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문제를 점점 더 심각하게 만들고 갈등을 고조시킨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러한 사고방식의 문제점을 살핀 뒤에 '시너지'라는 개념을 꺼내든다.  


  시너지는 갈등을 해소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갈등을 뛰어넘어 새 결론에 도달하고, 누구나 신선한 약속에 가슴 설레고 미래가 바뀌는 결론을 얻는다. 시너지는 '나의 방법'이나 '당신의 방법'보다 바람직한 '우리의 방법'이다. (25쪽)

 

   시너지는 '두 명 이상이 심각한 난제를 해결하려고 각자 선입견을 초월해 함께 결정을 내릴 때' 찾아온다. 이것이 바로 '제3의 대안적 사고'이다. 이것은 '풍요의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우리가 아직 생각해본 적조차 없는 무한히 보람 있고 흥미진진하고 창의적인 대안이 있다'라고 생각하는 거다. 책의 1~2장에서는 제3의 대안을 얻는 과정을  '자신을 본다', '상대방을 본다','상대방을 탐구한다',' 상대방과 함께 시너지를 발휘한다.'의 4단계로 제시한다. 나와 상대방을 자존감을 가진 인격체로 존중하고, '공감적 경청'을  통해 시너지에 도달한다.'각자 생각해낸 것보다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니  정말 멋진 일이다. 주요 개념과 시너지 도달 단계에 대해 명료하면서도 객관적인 언어로 서술하여 이해하기 쉽고 신뢰가 간다. 표나 그림으로 주요 개념이나 원리를 명료하게 정리해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책의 1,2장이 이론을 다룬 부분이라면,  4~9장은 적용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분량의 차이만 보아도 이 책이 단순히 이론을 나열하는데  목적이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저자는  제3의 대안적 사고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평화롭고 온전하게 바꾸어내는지를 생생히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4~9장에서는 삶의 여러 장면에서 제3의 대안적 사고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제3의 대안적 사고가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직장에서 추구하는 제3의 대안', '가정에서 추구하는 제3의 대안', '학교에서 추구하는 제3의 대안', '법에서 추구하는 제3의 대안', '사회에서 추구하는 제3의 대안', '세계에서 추구하는 제3의 대안', '삶에서 추구하는 제3의 대안'을 다룬다. 독자의 관심 부분에 따라 장을 선택해서 읽어도 좋을 듯하다. 나의 경우에는 '가정에서 추구하는 제3의 대안'과 '삶에서 추구하는 제3의 대안'을 크게 공감하며 읽었다. 부부 문제, 자녀 문제로 위기를 겪는 가정이 존중과 공감을 통해 제3의 대안을 찾았고, 내면의 평화와 새로운 삶을 얻었다. 나이가 들어 은퇴한 이들이 평생 기다려왔던 휴식을 즐기는 삶이라는 뻔한 노후가 아닌 제3의 대안, 즉 새로운 사명을 찾아 가족과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선택했다. 사고방식의 변화는 그들의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제3의 대안을 선택한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성공하는 삶을 스스로 정의하고, 타인과의 협력을 통해 그것을 구현해냈다. 여러 사례를 통해 제3의 대안이 존재할 수 있다는 믿음이 타인과의 관계를 바꾸고, 나의 삶을 바꾸고, 더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는 상대방에게 제3의 대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저자도 이런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에 책의 마지막 장에서 '내면의 힘'을 키울 것을 강조한다. 내면의 힘을 발달시켜 제3의 대안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돕는 20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의외로 간단한 것들이나 꾸준히 실천하기는 어려운 방법들이다.  

 

     요즘 유난히 우리 국민이 찬성과 반대로 갈려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는 모습을 많이 접한다. 어느 한 쪽도 지지 않으려 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맞서며 평행선을 달린다. 힘을 가진 쪽이 자신들의 생각을 밀어붙이고,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준다. 저자가 제안한 '제3의 대안'에 크게 마음이 끌리는 이유다. '제3의 대안'이 있다고 믿으면, 상대방과 나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존중하면 서로 흥겹게 어깨를 끌어안고 함께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얻게 된다 한다. 문득, 같은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독서 토론이 '제3의 대안'을 찾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독서 토론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음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면서 나를 발견하고, 상대방을 이해하게 된다. 나의 이야기와 다른 이의 이야기가 만나 전혀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내고, 나의 사고를 확장시킨다. 책에서 다룬 '제3의 대안'을 찾는 4단계가 독서 토론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뤄진다.


      부모들이, 교사들이, 나라의 정책을 만들고 결정짓는 이들이 이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해보길 권한다. 우리는 편을 가르고 비난하기에 골몰하는 사고방식에 익숙하다. 존중과 공감을 통해 '제3의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가정과 사회를 어떻게 바꿔낼 수 있는지를 책을 통해 확인하자. 나부터 '제3의 대안'을 믿고, 찾아보려는 용기를 갖자. 그리고 어려운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마법의 질문을 던져보자. 스티븐 코비가 미래를 변화시키는 열쇠라고 했던 바로 그 질문. " 아마도 우리는 각자 생각한 것보다 나은 해결책을 생각해낼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아직 생각하지 못한 제3의 대안을 찾아볼 의향이 있나요?" (2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김하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농담을 엮어 기발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방법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을 펼쳐들면서 가볍고 유쾌한 에세이를 기대했다. '실없이 놀리거나 장난으로 하는 말'인 '농담'이라니 그저 재미 위주의 책 읽기가 되려니 했다. 김하나라는 이름도 낯설었다. 인터넷으로 저자에 대해 검색을 해보고서야 나의 예상이 빗나갔음을 알았다. 김하나는 광고계에서 꽤나 유명한 사람이다. 네이버 ‘세상의 모든 지식’, SK텔레콤 ‘현대생활백서’와 ‘사람을 향합니다’, 현대 카드 등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을 탄생시킨 실력 있는 카피라이터이다. 2013년에는 창의성에 접근하는 방법을 설명한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를 출간한 바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은 저자가 각종 매체에 기고했던 칼럼을 모은 책이다. 책은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를 다룬다. 저자는 여기저기 늘어져있는 아이디어를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어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얻어낸다. '농담'이 그냥 농담이 아닌 거다.


     책은 44편의 칼럼을 11편 정도씩 묶어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새로움은 끝이 없다', '선택지 밖의 대답'로 크게 묶어 놓았다. 4개의 장으로 나누어놓긴 했으나 각 장의 이야기가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목차를 보면 각 장에 속한 칼럼의 제목을 그대로 정리해두었다. '커플을 받지 않는 게스트하우스', '속도는 당연하지 않다', '여배우의 턱시도', '시간차 공격' 등의 제목만 보아도 호기심이 생긴다. 각 칼럼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솜씨 좋게 다듬고 엮어서 아이디어와 아이디어 창출을 논한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고전적인 광고 문구, 버스커버스커 1집,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작가 김훈의 <칼의 노래> 등의 성공사례를 들어 시대착오적인 것이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강렬한 이미지를 줄 수 있음을 말한다. 또 셀카봉, 승무춤 출 때 사용하는 장삼, 만화 <원피스>의 고무고무열매 등을 엮어 유연한 사고의 중요성을 논한다. '시간차공격'에서는 홍대에 새벽에만 나타나는 트럭 파타이 식당, 낮에는 플로리스트의 꽃집이지만 한밤부터 새벽까지는 술집으로 변하는 '심야오뎅'  등의 사례를 통해 '예상 가능한, 상식적인 시간대를 바꿔서 이용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문학, 음악, 영화, 드라마 등을 넘나드는 저자의 농담은 그 자체로도 흥미만점이다. 어디서 이런 잡다한 지식을 어떻게 얻었을까, 어떻게 이 많은 이야기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낼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저자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데 매우 적극적인 사람임이 분명하다. 일상생활 속에서 보고 느낀 것을 꼼꼼히 메모하는 사람이기도 할 거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색깔의 포스트잇에 아이디어를 적어두고, 이리저리 붙였다 떼었다 하는 저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하나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아!"하는 통찰에 이르는 순간도 상상해봤다. 생각만으로도 흥분되고, 굳은 머리가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책은 일단 쉽고 재미있다. 칼럼이라 한 편의 글이 길지 않고, 간결하면서도 리듬 있는 문체 덕분에 술술 읽힌다. 마음만 먹으면 몇 시간 내에 읽을 수 있다. 다만, 급히 읽고 나면 '내가 뭘 읽었지?'하고 의문이 들 수 있다. 너무 많은 분야의 이야기들이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황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지식을 전달하는데 목적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글자로 되어 있다. 물론 나의 어설픈 그림도 있지만. 글자를 읽은 뒤엔, 다 잊어버려도 좋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진짜로 하고 싶은 얘기는 글자가 아니라 문단과 문단 사이에 있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여러 가지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될 수 있는지, 티셔츠를 정리하는 방법과 프랑스혁명이 어떻게 꿰어질 수도 있는지에. 내 한 줌 지식을 이리저리 연결해 보면서 나는 교양이 아닌 유연성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내게 무척 재미있는 작업이다. 나는 풀뿌리의 모양과 오래된 동네의 골목이 뻗어나간 모습이 닮았다는 걸 느끼곤 한없이 즐거워하는 유형의 인간이므로.      - 서문 중에서


저자는 '유연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한다. 분야나 정해진 원칙, 편견 따위에 구애받지 않고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여러 방향으로 조합해보는 유연한 사고. 그것을 느끼고 경험했다면 책을 제대로 읽은 거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창의성이란 말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주눅이 드는 사람,  아는 건 많은데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지루한 일상을 변화시킬 신선한 자극이 필요할 때도 읽으면 좋겠다. 하루에 한 편씩 읽어가면 자신의 삶을 활기차게 만들어줄 재미난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을 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속삭임의 바다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놀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적인 소통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치유 그리고 소녀의 성장 이야기

 

    팀 보울러는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청소년 성장 소설 작가 중 한 명이다. 전작으로  『프로즌파이어』,  『스타시커』, 『리버보이』 등이 있다. 팀 보울러는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뒤늦게 검색해보니 팀 보울러의 작품을 모두 수집하고 읽는 매니아도 많다. 이번에 출간예정인 팀 보울러의 신작  『속삭임의 바다』 를 가제본 형식으로 읽었다. 팀 보울러의 작품은 처음이다. '속삭임의 바다'라는 제목에서 시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제껏 읽어온 책들과는 또 다른 방식의 책 읽기가 될 것 같았다. 커피 한 잔을 곁에 가져다 두고 첫 장을 넘겼다. 예감이 좋았다. 일단 시작부터 매우 흥미로웠고, 뒷 이야기가 자꾸 궁금해졌다. '이 책 금세 다 읽어버리겠구나.' 싶었다. 정말 그랬다. 이야기는 매우 흥미진진했고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가슴 한 켠에 따뜻한 감정 덩어리가 느껴졌다.

    이야기의 배경은 육지나 다른 섬들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외부와 거래가 끊긴 모라 섬이다. 주인공은 헤티라는 열 다섯 살 소녀이다. 헤티는 바다에 엄마, 아빠를 잃고 그랜디 할머니와 둘이 산다. 헤티는 바다 유리(sea glass)에 나타난 어떤 형상을 보고, 바다의 속삭임을 듣는다. 사람들은 그런 헤티를 몽상가라 부르고, 헤티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심한 태풍이 모라 섬을 덮치고, 묘령의 노인이 난파당해 모라 섬에 도착한다. 헤티는 노인을 돌보지만 일부 마을 사람들은 노인이 모라 섬에 불운을 가져올 것이라고 배척한다. 섬 사람들의 불길한 예감을 증명하듯 줄줄이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모라는 노인과 함께 작은 배를 타고 모라 섬을 떠난다. 노인이 원래 살던 곳을 향해 향해하는 헤티.바다는 거칠게 헤티의 배를 덮친다. 이야기는 매우 빠르게 전개된다. 외지에서 온 노인을 두고 모라 섬사람들 간에 일어나는 갈등, 그 사이에 헤티의 고집스럽고 저돌적인 행동이 만들어내는 긴장감 때문에 책장을 놓을 수 없다. 외지에서 온, 결말 부분에서야 그 정체가 드러나는 묘령의 노인에 대한 궁금함 때문에라도 계속 읽게 된다. 태풍이 덮친 모라 섬의 자연과 사람들의 모습, 거친 바다에 맞선 헤티의 작은 배의 모습과 고단한 항해 장면에 대한 묘사가 압권이다. 꿈꾸듯 장면을 떠올리며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된다.

    『속삭임의 바다』 는 단숨에 읽을 정도로 재미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끝에 이르면 가슴을 쿵하고 울리는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바다에 부모를 잃은 헤티와 딸을 잃은 노인의 영적인 끌림과 소통은 내게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가족을 바다에 잃은 사람들. 그 누구도 그들의 아픔을 이해할 수 없고, 위로할 수 없다. 그들에게 바다는 두려움이고 그리움이다. 헤티와 노인처럼 그들도 바다의 속삭임을 듣고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은 믿지 않고, 이해하지 못하는 그 소리를 그들은 듣고 있을 거다. 헤티의 말을 믿고 곁을 지켜준 친구 탐,  그랜디 할머니, 맥키 아저씨 그리고 노인의 가족들. 책에 등장하는 헤티 주변인물을 보면서 생각해보게 된다. 세월호 가족들의 커다란 상실감과 고통을 함께 나누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 책은 열 다섯 살 헤티의 성장소설이지만 한편으로는 상처를 가진 이들의 소통과 치유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랜만에 쏙 빨려 들어 책을 읽고 싶다면  무작정 선택해도 좋겠다. 술술 잘 읽히지만 감동이 있어서 읽고 나서 허탈하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894년 격변하는 시대를 살아낸 민중의 이야기


​     『나라 없는 나라』는 제5회 혼불 문학상 수상작이다. 원제는 '바람보다 큰'인데 출간하면서 제목을 고쳤다. 이광재 작가는 전북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이미 여러 소설집을 낸 바 있다. 특히  2012년에는 전봉준의 일대기를 그린 『봉준이, 온다』를 출간했다. 『나라 없는 나라』 는 1894년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시점부터 전봉준이 체포되어 이송되는 장면 까지를 다룬다. 작가는 이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굉장히 오랫동안 치열하게 공부했음이 틀림없다.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지역, 당시 사람들의 풍속, 음식, 무기 및 전술 등을 굉장히 공들여 표현했다. 풍부한 문학적 표현력과 세세한 묘사 덕분에 옛 사람들의 삶이 눈앞에 생생히 그려진다. 역사 소설을 대할 때 '이거 어디까지가 진짜야?'하고 의심을 품던 몹쓸 버릇도 잠시 잊었다.  새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죽는 길로 나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작품은 전봉준을 중심으로 동학농민운동의 전개 과정을 충실히 재현한다. 전봉준은 단순히 수탈을 벗어나고자 하는 민란을 넘어서서 외세를 몰아내고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으려는 큰 뜻을 품는다. 저자는 전봉준이 각 지역의 농군을 수합하여 일을 도모하는 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풀어낸다. 소설을 읽다 보면 동학의 5대 장군에 속하는 손화중, 김개남, 김덕명, 최경선의 개성 넘치는 인물도 만날 수 있다. 그 밖에도 전봉준의 딸 갑례, 죽을 각오로 전봉준을 지키는 을개 , 대원군의 시중을 들다 동학에 가담하는 막둥이, 사랑하는 남자를 찾으러 전쟁터로 나아가는 호정 등 가슴 아린 인물도 등장한다. 사실과 허구를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작가의 솜씨 덕분에  이 모든 인물이 실제하는 듯 느껴진다. 신식 무기를 든 정부와 외세에 맞서 화승총, 죽창, 도끼를 들고 나선 이들. 들판에 나가  땀 흘리며 일하고, 집으로 돌아와 소박한 밥상을 받아들고 행복해하던 이들이다. 무엇이 이들 피비린내 나는 싸움터로 달려나가게 했을까. 승산 없는 싸움임을 알면서도 도망치지 않아 끝내 죽어야 했을까. 저자는 단순히 농민의 한과 울분을 살피는데 머무르지 않는다. 흥선대원군, 이철래와 김교진, 조희연 김학우 등 정부 관료를 등장시켜 당시 정부 내의 갈등도 균형 있게 다룬다. 청국의 도움으로 농민군을 제압하려는 조정과 이틈을 노려 조선에 파병하여 지배하려는 일본. 그 사이에서 자신들의 이익이나 위치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관료들.


     독자는 이미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다. 동학농민운동은 실패로 끝나고 전봉준은 체포된다.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이후에 청·일 전쟁이 일어나 조선은 일본의 손아귀에 들어간다. 그러나 결말을 안다고 해서 작품의 몰입도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결말을 알기에 인물들의 대립과 갈등이 더 절실하게 와 닿는다.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19세기 조선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 국가의 이해관계에 좌지우지되는 상황, 국민을 위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제 몸 챙기기 바쁜 정치인, 정치인과 재벌에게는 다르게 적용되는 법의 잣대. 눈앞에서 수 백 명의 생명이 어이없이 찬 바닷속으로 수장되던 끔찍한 그 어느 날. 돈도 없고 지위도 없는 국민은 불안한 삶을 살며 울분을 삭힌다. '나라 없는 나라' 라는 이 책의 제목이 낯설지 않고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지니 슬프다. 19세기 조선의 격변기를 읽으며 오늘의 우리를 돌아본다. 오늘날 우리는 그들이 꿈꾸던 강한 나라, 민이 중심이 된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를 이룩하였는가. 책을 덮고도 곰곰이 생각해볼 거리가 많았다.

 

   책에는 옛 선비들이 즐겨 쓰던 말투인 의고체가 등장한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고심해서 사용한 문체이고, 이 문체 덕분에 인물들의 호기로움과 비장함이 더 깊이 느껴진다. 하지만 처음에 읽을 때는 낯설어서 가독성이 다소 떨어진다. 또한 전봉준과 5대 동학 장군 중심으로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풀어가다 보니 인물들의 세세한 감정선은 깊이 느끼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을개와 갑례, 이철래와 호정의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의 감정을 깊이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시간 내어 읽을만하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동학농민운동의 전개 과정을 꼼꼼히 다루었고, 문학적 서사로 풀어내어 읽는 재미도 갖추었다. 연대와 인물을 외우는 역사에 지친 학생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전봉준, 녹두장군 정도로 동학농민운동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이 책을 통해 그 시대를 살다간 다양한 민중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나라 없는 나라'라는 제목에 이끌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곁에 두고 읽는 서양철학사
오가와 히토시 지음, 황소연 옮김, 김인곤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은 어렵다고, 나와 상관없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권하는 책

 

   책모임에서 니체의 작품들을 읽고 있다고, 함께 하자고 권할 때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어려워~"하며 얼굴을 찌푸리거나  "왜?"라며 의아해한다. 많은 사람들이 철학은 어렵고 딱딱한 학문이며, 우리의 일상생활과 크게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철학은 많이 배우고 똑똑한 학자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철학이 내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게 됐다. 나의 생각을 갖고, 세상을 나의 관점으로 볼 수 있을 때 타인의 평가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철학은 내가 누구인지 깨닫는 과정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안경을 얻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나?' 등의 철학적인 질문에  혼자 답해보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깨달아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럴 때 철학자들의 사유와 사상 정립 과정을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거다. 하지만  처음 철학을 접하는 사람은 어떤 철학자의 이야기를 참고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친절한 철학 입문서를 발견했다. 바로 오가와 히토시의 『곁에 두고 있는 서양철학사』이다.

     『곁에 두고 읽는 서양철학사』는  3천 년 서양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 50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철학의 대중화'에 '힘쓴다는 저자 소개의 말처럼 이 책은 일반 대중을 위한 책이다. 총 6개의 장에서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인간을 생각하다','이성의 한계를 규명하다.','나의 존재란 무엇인가?','세계를 움직이는 새로운 규칙','정의로운 사회를 고민하다.'와 같은 시대별 철학의 질문을 다루었다. ​한 철학자의 사상을 대표하는 개념을 두 가지로 정리해서 5-7쪽 분량으로 다룬다. 단순히 철학자나 사상을 정리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철학이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살필 수 있도록 서술했다. 결정 장애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 빈곤과 불평등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아마르티아 센의 '사회적 커미트먼트' 개념이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책의 곳곳에 독자가 철학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세심히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목차만 살펴보아도 어떤 철학자가 어떤 문제를 연구했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각 장마다 철학자들이 활동했던 시대를 표시한 연표를 실었고,  철학자들의 캐릭터에 주요 사상을 간략히 정리해두었다. 본문에서 자주 사용한 그림과 도식은 철학자의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친절한 설명을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철학자들을 사로잡았던 문제들이 지금 내삶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철학자 또한 자신이 살던 시대의 문제들을 고민했던 한 사람이다. 그들의 사유를 들여다보면서 좀 더 깊고 넓게 생각하는 일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50인의 철학자를 한 번에 다 만나려고 책을 끝까지 급히 읽을 필요는 없다.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들과 관련된 개념을 연구한 철학자 중심으로 먼저 읽어도 좋다. 인간의 감정과 자아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흄을, 전체주의와 인간다운 삶에 대해 궁금하다면 아렌트를 만나보는 거다. 일종의 철학 도감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의 내용을 한 번에 다 이해하고 기억할 필요는 없다. 책 제목처럼 늘 곁에 두었다가 필요할 때 찾아 읽으면 된다. 문득 철학적인 문제들이 떠오를 때면 목차를 펼쳐서 관련된 문제를 사유한 철학자를 찾는다. 그렇게 철학자가 정립한 주요 개념을 통해 생각의 실마리를 얻어보면 족하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철학 개념은 현대인의 고민과도 연결되어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철학의 세계를 폭넓게 조망할 수 있는 좋은 안내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책을 읽어보니 저자의 바람이 이루어진 듯하다. 이 책은 친절하지만 가볍지 않은, 꽤나 괜찮은 철학 입문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