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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가든
한윤섭 지음, 김동성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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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섭 작가의 신간 <숲속 가든>을 읽었다. 단편 '숲속 가든','이야기의 동굴','잠에서 깨면','비단잉어 준오 씨' 가 실려 있다.

책을 받은 자리에서 한 번에 읽고, 며칠 지나 두 번 더 읽었다. '역시 한윤섭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과 장면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도록 매끈하게 써 내는 필력이 독보적이다. 덜컥거리는 문장 하나 없고, 이어지는 이야기가 궁금해서 견딜 수 없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게 된다.

'딱 한 번 다른 사람들이 절대로 주울 수 없는 걸 주운 적이 있었다.'(숲속 가든), '세상에는 가끔 믿을 수 없는 일도 일어나거든. 넌 내 말을 믿을 수 있을까?'(비단잉어 준오 씨)

이토록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너에게만 들려주겠다는 작가의 제안을 독자는 거부할 수 없다. 신비하고 은밀한 분위기에 이야기꾼(작가) 앞으로 바짝 다가 앉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숲속 가든>은 재미있다. 하지만 이 '재미'란 것이 자극적이고, 금세 사라지는 '유흥'이 아니라 오래 남아 독자의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어떤 '깨달음'에 가깝다. <숲속 가든> 속 네 편의 이야기는 '뼈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숲속 가든'의 화자는 길에서 병아리 삼백오십 마리를 주워 식당에 맡긴다. 병아리는 죽지 않고 살아 닭으로 크지만 식당 주인 손에 잡혀 손님 식탁에 오르게 된다.

'지금 죽음의 게임을 할지언정 몇 개월이나마 걱정 없이 산 것으로 만족해야 할까?(숲속 가든)

작가는 이렇게 독자를 깊은 딜레마에 빠트린다. 주운 병아리를 살리기 위해 행한 나의 선행의 의미와 결과를 살피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간과 닭의 관계에 대해 아프게 성찰하게 한다.

'비단잉어 준오 씨'도 '숲속 가든'처럼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파고드는 신비한 이야기다. 이에 비해 '잠에서 깨면'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내면 상태를 잔잔하고 깊게 다뤄냈다. 개인적으로는 '잠에서 깨면'이 너무 좋아서 몇 번 더 읽었다. 늙음과 치매에 대해 오래 머물러 생각했다.

'이야기 동굴'에는 이야기의 신이 등장한다. 사람들이 신 앞에 모여 이야기를 듣는다. 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 사람들에게는 삶에 대한 통찰과 절망을 이겨낼 희망이 남는다.

<숲속 가든>을 읽고 나니 새삼 이야기와 작가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야기는 이토록 아름답고, 재미있고, 힘이 세구나. <숲속 가든>을 읽는 동안 각각의 이야기의 인물, 사건, 배경 따위를 따지며 머리로 분석할 필요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 이야기를 쫓아갔고, 다 읽은 뒤에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통찰을 얻었다. 이야기의 어떤 장면이, 인물의 어떤 대사가 내 몸을 관통한 듯 잊히지 않았다.

어린이도 어른도 곁에 두고, 여러 번 읽을 만한 책이다. 재미있고, 깊이 있는 책이다.

#숲속가든
#한윤섭
#푸른숲주니어
#재미와의미
#뼈있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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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회화나무
오월실천교사 지음 / 푸른칠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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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라는 이름은 내게 깊은 슬픔과 고통을 떠올리게 한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한없이 마음이 가라앉으며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책장을 덮을 수 없었다. 끝까지 읽어야 했다. 목숨 바쳐 민주주의를 지켜낸 이들과 그들을 가슴에 품고 긴 세월 어둠 속에 머무는 유가족을 기억하는 일은 민주화의 밝은 빛을 쬐며 자란 나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오월의 회화나무>를 읽고 부끄러웠다. 5.18 관련 책이나 자료를 찾아 읽으며 "나는 기억하고 있다."는 걸로 만족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광주에서 어린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단지 혼자 '기억'하는 것에 머물지 않았다. '행동' 했다. 5.18 정신을 시로, 노래로, 뮤지컬로 담아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림책을 만들었다. 선생님들은 그날의 사람들과 그날의 마음을 온전히 담아 많은 이들에게 계속 알리고 있다.
5.18 민주항쟁의 모든 것을 지켜본 회화나무. 회화나무가 태풍에 쓰러져 죽었지만 그 씨앗이 또 회화나무의 기억을 품고 성장하는 장면은 큰 감동을 준다. 역사는 그렇게 시간을 거슬러 살아남고 전해지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선하고 옳은 것을 지켜내는 일은 늘 어려웠고, 많은 이들의 희생을 가져왔다. 약하고 작은 이들이 힘을 모아 거대한 권력과 악으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을, 소중한 조국을 지켜냈다.
아무리 힘겨워도, 끔찍한 폭력에 억눌려도, 끝내 민중이 승리한다. 회화나무의 씨앗이 자라 큰 나무가 되고, 그 나무가 또 씨앗을 날려, 큰 숲이 될 것임을 우리는 안다. 간결하고 담백하게 그려진 그림과 담담한 입말체 문장으로 큰 생각을 담아냈다. 책 뒷면에 그간 선생님들이 만들어오신 교육 자료와 뮤지컬 영상 등을 볼 수 있게 해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오월의 회화나무>를 함께 읽자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만나는 어린이에게 말 건네고 싶다. 혼자만의 기억에 머물지 않고, 각자의 기억을 나누며 더 큰 목소리를, 힘 있는 목소리를 만들어가야 한다.기억을 품고, '행동'해야 한다.
이 책이 내겐 오월의 광주를 품은 회화나무의 씨앗 같다. 광주에서 먼 이곳까지 힘차게 잘 도착했다. 이 씨앗을 잘 키우는 건은 이제 나의 몫이다.
귀한 책 내어주신 오월실천교사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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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국어사전 (2025년 최신판) - 초등 국어 교육의 시작, 3차 개정판 보리 어린이 사전 시리즈
토박이 사전 편찬실 엮음, 윤구병 감수 / 보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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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키우기의 기본은 어휘력이다. 어휘력은 단순히 많은 어휘를 아는 것만이 아니라 어휘의 정확한 뜻을 알고, 맥락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어휘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텍스트를 읽어내고, 텍스트의 내용과 의미(주제)를 해석할 수 있는 것이 독해력이다. 어휘력과 독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좋은 국어 사전을 곁에 두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로 뭐든 검색창에 넣으면 다 나온다지만 국어 사전이 주는 물성과 정확성은 여전히 중요하다. 


국어사전의 두께 자체가 우리말의 양과 풍요로움을 실감하게 해주고, 우리말이 어떤 체계로 정리되고 사용되는지를 직관적으로 알게 해준다. 검색창에 필요한 낱말만 찾아 그때 그때 뜻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은 활용하면 우리말의 짜임, 낱말과 낱말의 관계, 낱말이 쓰인 문장(사례)을 확인하며 우리말 감각을 기를 수 있다. 때문에 학교 교육에서는 여전히 국어사전이 중요한 교육 내용으로 존재한다. 


국어 시간 뿐만 아니라 사회, 과학 등 다양한 과목에서 국어사전은 필요하다. 그렇기에 좋은, 믿을만한 국어사전을 선택해야 한다. 어떤 국어사전은 풀이말 자체가 너무 어려워서 한 낱말의 뜻을 찾고,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해 연이어 사전 찾기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어떤 국어사전은 '초등'이란 말을 붙이고 너무 적은 수의 낱말을 담아 활용하는데 아쉬움이 많다. 


이에 비해 <보리 국어사전>은 실제 초등 교육과정에서 다뤄지는 낱말 4만개 이상을 충실히 다뤘고, 어린이가 이해하기 쉬운 말로 잘 풀어냈다는 점이 돋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해 4000점에 이르는 세밀화를 실은 점도 훌륭하다. 통일 시대를 준비해 북녘말도 챙겨 실어, 어린이의 풍부한 언어 감각을 길러줌과 동시에 가치로운 마음을 기를 수 있게 했다. 정말 어린이를 위해 정성을 다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보리 국어사전>은 어린이를 위한 사전을 넘어 우리말을 올바르게, 아름답게 사용하고 싶은 또 문해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든 어른을 위한 책이다. 온갖 비속어와 외래어가 난무하는 시대에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하여, 삶을 풍요롭게 가꾸고 싶은 모두를 위한 책이다. 교육현장 뿐만 아니라 모든 가정에 구비해야 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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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딱 한 글자
김응 지음, 이주희 그림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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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혼자서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동시집!
힘들고 속상한 마음, 몽글몽글 피어나는 우정과 사랑의 마음, 씩씩하게 일어서는 마음 등을 만날 수 있는 사랑스런 동시가 가득하다. 선물하기 딱 좋은 동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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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카르마 브라운 지음, 김현수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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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직 입으로만 전해져야 하는, 여자들만 아는 레시피

-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카르마 브라운.김현수.창비)

 

2018년 앨리스와 네이트 부부는 시골의 오래된 집에 이사 온다. 앨리스는 직업도 잃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에서 임신과 집안일을 잘 해내리라는 남편의 기대가 부담스럽다. 막연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그런 그녀가 전 집주인인 넬리의 요리책을 발견하고, 넬리가 죽은 엄마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넬리의 삶을 추리하기 시작한다.

작가는 2018년에 사는 앨리스의 이야기와 1952년에 살았던 넬리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서술한다. 또한 매 이야기마다 1950년대 현명한 아내가 되는 법을 실은 책의 문구를 전면에 배치했다. 가족을 위해 멋지고 맛 좋은 음식을 만들고, 남편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지침이다. 실제로 넬리는 남편 리처드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임신을 강요받으면서도 그를 위해 맛깔스럽게 음식을 만든다.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레시피에 따라 솜씨 좋게 음식을 만들어낸다.

 

남편을 위해 질투도 참고, 성적인 매력을 키우라는 옛날 책 속 지침들이 요즘 독자에게는 낯설게 느껴질까? 앨리스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2000년대를 살고 있는 앨리스는 넬리에 비해 현모양처 콤플렉스에 덜 시달리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거라 기대한다. 실제로 네이트는 리처드 보다 다정하고, 앨리스를 배려한다. 하지만 앨리스는 경제적으로 네이트에게 기대고 있고, 아이를 가지기를 원하는 네이트의 요구에 대해 자신이의 입장을 확실히 정하지 못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혼란스럽다.

 

이런 앨리스가 넬리의 편지(죽은 엄마에게 쓴 편지)를 읽게 되면서 조금씩 변화한다. 넬리의 엄마가 넬리에게 전해 준 비밀, 넬리의 정원에 심어둔 아름답지만 독이 강한 디기탈리스, 앨리스의 이웃인 샐리가 전해주는 엄마 미디엄의 말들(미디엄은 넬리의 이웃이었다.). 이것을 통해 여성들이 자신의 안과 밖에서 강요된 현모양처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하고, 자신의 삶을 꿋꿋이 살아내게 하는 힘이 대를 이어 내려왔음을 깨닫게 된다.

 

넬리의 엄마는 여성에게 엄혹했던 시대를 사는 딸을 위해 입으로만전해야 하는 비밀 레시피를 남겼다. 넬리는 그것을 이용해 자신을 지켰다. 샐리의 엄마 미디엄은 딸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잊지 말고, 외부의 압력이 있더라도 그 질문의 답은 스스로 찾으라 당부한다. 넬리가 완벽한 아내가 되라는 외부의 힘 때문에 힘들었다면 앨리스는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을 거라는 불안,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을 자기 안에 갖고 있었다.

 

책은 넬리와 앨리스의 삶을 교차하며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를 새로이 완성한다. 엄마와 딸로 이어지는, 대물림되는 어둠 안에 그녀들이 비밀스레 숨겨둔 한 조각의 빛을 보여준다. ‘완벽한 아내는 자신을 잃지 않는다. 어떤 순간에도 자신을 다른 이에게 온전히 내어주지 않는다. 딸이며 엄마이며 아내인 나, 그 모든 것이 아닌 나. 나는 내가 원하는대로 완벽한 아내를 정의할 수 있고, 나만의 인생 레시피를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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