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두고 읽는 서양철학사
오가와 히토시 지음, 황소연 옮김, 김인곤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은 어렵다고, 나와 상관없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권하는 책

 

   책모임에서 니체의 작품들을 읽고 있다고, 함께 하자고 권할 때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어려워~"하며 얼굴을 찌푸리거나  "왜?"라며 의아해한다. 많은 사람들이 철학은 어렵고 딱딱한 학문이며, 우리의 일상생활과 크게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철학은 많이 배우고 똑똑한 학자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철학이 내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게 됐다. 나의 생각을 갖고, 세상을 나의 관점으로 볼 수 있을 때 타인의 평가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철학은 내가 누구인지 깨닫는 과정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안경을 얻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나?' 등의 철학적인 질문에  혼자 답해보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깨달아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럴 때 철학자들의 사유와 사상 정립 과정을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거다. 하지만  처음 철학을 접하는 사람은 어떤 철학자의 이야기를 참고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친절한 철학 입문서를 발견했다. 바로 오가와 히토시의 『곁에 두고 있는 서양철학사』이다.

     『곁에 두고 읽는 서양철학사』는  3천 년 서양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 50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철학의 대중화'에 '힘쓴다는 저자 소개의 말처럼 이 책은 일반 대중을 위한 책이다. 총 6개의 장에서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인간을 생각하다','이성의 한계를 규명하다.','나의 존재란 무엇인가?','세계를 움직이는 새로운 규칙','정의로운 사회를 고민하다.'와 같은 시대별 철학의 질문을 다루었다. ​한 철학자의 사상을 대표하는 개념을 두 가지로 정리해서 5-7쪽 분량으로 다룬다. 단순히 철학자나 사상을 정리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철학이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살필 수 있도록 서술했다. 결정 장애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 빈곤과 불평등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아마르티아 센의 '사회적 커미트먼트' 개념이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책의 곳곳에 독자가 철학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세심히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목차만 살펴보아도 어떤 철학자가 어떤 문제를 연구했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각 장마다 철학자들이 활동했던 시대를 표시한 연표를 실었고,  철학자들의 캐릭터에 주요 사상을 간략히 정리해두었다. 본문에서 자주 사용한 그림과 도식은 철학자의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친절한 설명을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철학자들을 사로잡았던 문제들이 지금 내삶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철학자 또한 자신이 살던 시대의 문제들을 고민했던 한 사람이다. 그들의 사유를 들여다보면서 좀 더 깊고 넓게 생각하는 일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50인의 철학자를 한 번에 다 만나려고 책을 끝까지 급히 읽을 필요는 없다.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들과 관련된 개념을 연구한 철학자 중심으로 먼저 읽어도 좋다. 인간의 감정과 자아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흄을, 전체주의와 인간다운 삶에 대해 궁금하다면 아렌트를 만나보는 거다. 일종의 철학 도감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의 내용을 한 번에 다 이해하고 기억할 필요는 없다. 책 제목처럼 늘 곁에 두었다가 필요할 때 찾아 읽으면 된다. 문득 철학적인 문제들이 떠오를 때면 목차를 펼쳐서 관련된 문제를 사유한 철학자를 찾는다. 그렇게 철학자가 정립한 주요 개념을 통해 생각의 실마리를 얻어보면 족하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철학 개념은 현대인의 고민과도 연결되어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철학의 세계를 폭넓게 조망할 수 있는 좋은 안내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책을 읽어보니 저자의 바람이 이루어진 듯하다. 이 책은 친절하지만 가볍지 않은, 꽤나 괜찮은 철학 입문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