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김하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농담을 엮어 기발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방법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을 펼쳐들면서 가볍고 유쾌한 에세이를 기대했다. '실없이 놀리거나 장난으로 하는 말'인 '농담'이라니 그저 재미 위주의 책 읽기가 되려니 했다. 김하나라는 이름도 낯설었다. 인터넷으로 저자에 대해 검색을 해보고서야 나의 예상이 빗나갔음을 알았다. 김하나는 광고계에서 꽤나 유명한 사람이다. 네이버 ‘세상의 모든 지식’, SK텔레콤 ‘현대생활백서’와 ‘사람을 향합니다’, 현대 카드 등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을 탄생시킨 실력 있는 카피라이터이다. 2013년에는 창의성에 접근하는 방법을 설명한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를 출간한 바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은 저자가 각종 매체에 기고했던 칼럼을 모은 책이다. 책은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를 다룬다. 저자는 여기저기 늘어져있는 아이디어를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어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얻어낸다. '농담'이 그냥 농담이 아닌 거다.


     책은 44편의 칼럼을 11편 정도씩 묶어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새로움은 끝이 없다', '선택지 밖의 대답'로 크게 묶어 놓았다. 4개의 장으로 나누어놓긴 했으나 각 장의 이야기가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목차를 보면 각 장에 속한 칼럼의 제목을 그대로 정리해두었다. '커플을 받지 않는 게스트하우스', '속도는 당연하지 않다', '여배우의 턱시도', '시간차 공격' 등의 제목만 보아도 호기심이 생긴다. 각 칼럼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솜씨 좋게 다듬고 엮어서 아이디어와 아이디어 창출을 논한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고전적인 광고 문구, 버스커버스커 1집,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작가 김훈의 <칼의 노래> 등의 성공사례를 들어 시대착오적인 것이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강렬한 이미지를 줄 수 있음을 말한다. 또 셀카봉, 승무춤 출 때 사용하는 장삼, 만화 <원피스>의 고무고무열매 등을 엮어 유연한 사고의 중요성을 논한다. '시간차공격'에서는 홍대에 새벽에만 나타나는 트럭 파타이 식당, 낮에는 플로리스트의 꽃집이지만 한밤부터 새벽까지는 술집으로 변하는 '심야오뎅'  등의 사례를 통해 '예상 가능한, 상식적인 시간대를 바꿔서 이용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문학, 음악, 영화, 드라마 등을 넘나드는 저자의 농담은 그 자체로도 흥미만점이다. 어디서 이런 잡다한 지식을 어떻게 얻었을까, 어떻게 이 많은 이야기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낼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저자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데 매우 적극적인 사람임이 분명하다. 일상생활 속에서 보고 느낀 것을 꼼꼼히 메모하는 사람이기도 할 거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색깔의 포스트잇에 아이디어를 적어두고, 이리저리 붙였다 떼었다 하는 저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하나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아!"하는 통찰에 이르는 순간도 상상해봤다. 생각만으로도 흥분되고, 굳은 머리가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책은 일단 쉽고 재미있다. 칼럼이라 한 편의 글이 길지 않고, 간결하면서도 리듬 있는 문체 덕분에 술술 읽힌다. 마음만 먹으면 몇 시간 내에 읽을 수 있다. 다만, 급히 읽고 나면 '내가 뭘 읽었지?'하고 의문이 들 수 있다. 너무 많은 분야의 이야기들이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황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지식을 전달하는데 목적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글자로 되어 있다. 물론 나의 어설픈 그림도 있지만. 글자를 읽은 뒤엔, 다 잊어버려도 좋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진짜로 하고 싶은 얘기는 글자가 아니라 문단과 문단 사이에 있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여러 가지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될 수 있는지, 티셔츠를 정리하는 방법과 프랑스혁명이 어떻게 꿰어질 수도 있는지에. 내 한 줌 지식을 이리저리 연결해 보면서 나는 교양이 아닌 유연성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내게 무척 재미있는 작업이다. 나는 풀뿌리의 모양과 오래된 동네의 골목이 뻗어나간 모습이 닮았다는 걸 느끼곤 한없이 즐거워하는 유형의 인간이므로.      - 서문 중에서


저자는 '유연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한다. 분야나 정해진 원칙, 편견 따위에 구애받지 않고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여러 방향으로 조합해보는 유연한 사고. 그것을 느끼고 경험했다면 책을 제대로 읽은 거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창의성이란 말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주눅이 드는 사람,  아는 건 많은데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지루한 일상을 변화시킬 신선한 자극이 필요할 때도 읽으면 좋겠다. 하루에 한 편씩 읽어가면 자신의 삶을 활기차게 만들어줄 재미난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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