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금요일에 가을은 불현듯 쳐들어왔다. 새파란 하늘이 거짓말 같았다.   





#. 2


일요일엔 강변북로를 달리다 무지개를 만났다. 컸다. 얼마나 컸냐면, 그런 규모의 어떤 것도 전에 본 적이 없었다. 색이 꽉 차서 그 쪽으로 계속 엑셀을 밟으면 언젠가 부딪힐 것 같은 존재감이었다. 급하게 강변 공원에 차를 대고 핸드폰 카메라를 꺼냈다. 1/2.3인치 센서로는 일부도 담을 수 없었다. 다행히 파노라마 모드를 생각해 냈다. 


옆에서 하늘을 보고 있던 어느 한남이 “오 신이시여!”라고 외쳤다. 


이건 뭐,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 3


돌아오는 길에 해가 내렸다. 뿜어져 나온 빛이 산란해 하늘을 귤색으로 물들였다. 셔터 한번 누르고 스마트폰을 조수석에 집어던졌다. 차라리 그 시간에 눈으로 더 볼걸 그랬다.    





#. 4


오늘 낮에는 한강을 산책했다. 줄창 흐르는 강도, 낮게 엄습하는 구름도, 소슬한 바람도 다 좋은 날씨였다. 





#. 5


회사 근처로 돌아오니 또 색이 달랐다. 


가을에 며칠, 하늘을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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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6-08-30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롯데빌딩이
소생의 아내가 겨털 뽑을 때 쓰는 족집게모양과 너무 흡사해서 순간 깜짝 놀랐어요 오호호호
쓸데없는 소리 지껄여서 죄송해요 ㅜㅜ

뷰리풀말미잘 2016-08-30 22:59   좋아요 0 | URL
저는 늘 이쑤시개 같다고 생각했어요. 항간에 뜬소문으로 어느 점쟁이가 신격호 회장이 백수하려면 큰 빌딩을 지어야 한다고 해서 짓는 거라는데, 어쩐지 남근을 닮은데가 있는 것도 같고. 게다가 잠실은 사실 물을 막아 만든 동네라 풍수적으로다가 음양의 조화가.. 흠흠.. 쓸데없는 소리라면 이 정돈 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