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금요일에 가을은 불현듯 쳐들어왔다. 새파란 하늘이 거짓말 같았다.
#. 2
일요일엔 강변북로를 달리다 무지개를 만났다. 컸다. 얼마나 컸냐면, 그런 규모의 어떤 것도 전에 본 적이 없었다. 색이 꽉 차서 그 쪽으로 계속 엑셀을 밟으면 언젠가 부딪힐 것 같은 존재감이었다. 급하게 강변 공원에 차를 대고 핸드폰 카메라를 꺼냈다. 1/2.3인치 센서로는 일부도 담을 수 없었다. 다행히 파노라마 모드를 생각해 냈다.
옆에서 하늘을 보고 있던 어느 한남이 “오 신이시여!”라고 외쳤다.
이건 뭐,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 3
돌아오는 길에 해가 내렸다. 뿜어져 나온 빛이 산란해 하늘을 귤색으로 물들였다. 셔터 한번 누르고 스마트폰을 조수석에 집어던졌다. 차라리 그 시간에 눈으로 더 볼걸 그랬다.
#. 4
오늘 낮에는 한강을 산책했다. 줄창 흐르는 강도, 낮게 엄습하는 구름도, 소슬한 바람도 다 좋은 날씨였다.
#. 5
회사 근처로 돌아오니 또 색이 달랐다.
가을에 며칠, 하늘을 기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