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 1
윤태호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내부자들:디 오리지널– 글자와 주먹의 사회사


우민호 감독 / 이병헌(안상구), 조승우(우장훈), 백윤식(이강희), 이경영(장필우) 등 출연 / 상영시간 180분 / 청소년 관람불가 

  신은 언어로 세계를 창조했다. “빛이 있으라.” 조국일보 주필, 이강희는 언어로 대한민국을 설계한다. “매우 보여진다.” 그가 주문을 외우면 존재하지 않았던 사건도 존재한 사건이 된다. 한편, 말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행동’의 의미는 평가 절하된다. “정의심? 복수? 그딴 것은 난 상관없소. 하지만 기자양반. 빌어먹을 내 손이 없어졌단 말이오.” 오프닝에서 안상구의 거친 대사는 폴란스키의 걸작 ‘차이나타운’의 유려한 인용이나, 그의 현실은 한낱 깡패 두목이다. 열정과 능력을 겸비한 검사 우장훈은 ‘족보’가 없다는 이유로 출세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언어를 담을 매체가 없거나, 언어 그 자체가 없었다.   

 

  이강희는 신문사에 미래 자동차의 광고를 끌어들여 ‘주필’의 권위를 획득했고, 막강한 자본과 정치권력을 이어 장필우를 유력한 대선 후보로 만들었다. 장필우가 성공한다면 떨어지는 중간마진은 총리자리. 이게 정치, 경제, 사회의 연합전선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그 세상의 뒷켠에서 학벌주의, 연고주의, 성상납 같은 사회의 병폐들이 곰팡이처럼 피어난다. 감독이 그리는 서울은 만화적 판타지가 거세된 고담시티를 닮았다.  

 

  호형호제하던 이강희와 안상구가 어긋난 것도 사실 글자를 둘러싼 주도권의 문제다. 안상구가 이강희에게 가져가 보관해주기를 부탁한 것은 미래자동차의 비자금 ‘서류’. 안상구는 다만 보험을 들고 싶었겠으나, 서류는 어디까지나 ‘언어’에 속하는 것이다. 금단의 영역에 손을 댄 안상구는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처럼 잔혹하게 응징 당한다. 유리천장에 부딪힌 우장훈도 사정은 비슷하다. 두 인물의 복수인지, 정의인지, 그도 아니면 분노인지 모를 인화성 재료들이 차곡차곡 쌓여 이야기는 폭발력을 얻는다.

 

  영화는 반전을 거듭하며 대한민국 사회의 치부를 까 내려간다. 직설화법의 촌스러움은 있지만, 권력의 일그러진 민낯이 드러나는 쾌감도 분명하다. 영화의 결말부에 ‘내부자’의 활약으로 연합전선은 와해되는데, 이강희의 마지막 신을 주목해 볼 만 하다. 그의 몰락은 곧, 언어의 몰락이었다. "씨발 좆됐네." 그가 읊조리는 날 것 같은 욕설에서 기름진 단어들로 치장된 사회의 가냘픈 몸체가 ‘매우’ 상징적으로 ‘보여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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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16-03-16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스물 세줄. 넘나..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1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요. 뷰리풀말미잘 님 잘지내시죠 ?

뷰리풀말미잘 2016-04-01 23:4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여. 곰곰생각하는발님. 전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한수철 2016-04-27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쯤 새 글을 쓰실 거지요?

뷰리풀말미잘 2016-04-27 15:20   좋아요 0 | URL
썼어요! 한수철님의 댓글에 감응해서 저런 꿈을 꾼듯 싶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