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 존즈 감독/ 호아킨 피닉스(테오도르), 에이미 아담스(에이미), 루니 마라(캐서린), 스칼렛 요한슨(사만다 목소리) 등 출연/ 상영시간 126/ 18세 관람가

 

재치 있는 말솜씨에 탁월한 업무능력. 사만다는 성실한 비서이자 상담자로 주인공의 삶 속에 들어온다. 편지 대필가인 테오도르는 영리한 그녀 덕분에 출판 작가로 성공하게 되고, 별거중인 아내에게서 느낄 수 없는 상냥함과 사려 깊음에 감정은 점점 깊어간다. 퇴근 이후의 무료한 시간은 핑크빛으로 밝아진다. 그녀가 이끄는 대로 눈을 감고 거리를 걸을 때 두근거리는 감각이 온 몸을 가득 채우고, 즐거운 대화로 늘 마음은 풍요롭다. 그런데, 주인공 옆에 그녀의 모습은 카메라에 비치지 않는다. 어디에 있을까? 완벽한 그녀가 유일하게 갖지 못한 것은 바로 인간의 육신. 사만다의 정체는 최초로 개발된 인공지능 OS.

 

현실에서도 인공지능이 성큼 다가왔다. 최근 IBM은 인도, 필리핀에 아웃소싱하던 전화 상담사를 컴퓨터 상담사로 대체했다. 뉴스에 따르면 수학적, 기술적인 몇몇 난제가 풀려 20년 후에는 약한 인공지능, 50년 후에는 완전한 자아를 갖춘 강한 인공지능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한 인공지능이 탄생하면 우리의 삶은 혁명적 전환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엄청난 속도로 세계의 정보를 흡수할 것이고, 인간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세계를 조직할 것이며,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발명품들을 내놓으리라. 소설을 쓰는 기계. 그래서 강한 인공지능을 ‘Our Final invention’, 인류 최후의 발명품이라고 부른다.

 

장차 인류는 인공지능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그와 그녀의 달콤 쌉싸름한 연애의 양상을 통해 기술만능주의는 우아한 실루엣 속 허상을 드러낸다. 테오도르와 사만다는 세계를 인지하는 방식이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달랐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보다 훨씬 먼 거리에 그들의 감정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테오도르는 연애편지 전문 대필가면서도 한 번에 641명의 사람과 진심이 담긴 러브레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연인을 이해할 수 없어 혼란스럽다.

 

최근, 일본에서는 인간보다 키스를 잘 하는 키스로봇이 개발됐다. 기술은 이제 인간의 감각까지 지배할 수 있게 되었으나, 과연 감정을 공유하는 영역에 다가갈 수 있을까. 최소한 테오도르의 핑크빛 바탕화면에는 삑- 블루 스크린이 나타났다. ‘당신 인생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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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16-01-20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인간 감정이라는 것이 뭐 그렇게 대단하냐 그런 생각도 드는 아침입니다. 소수의 특출난 인물들을 과감히 차치한다면...

뷰리풀말미잘 2016-01-20 15:04   좋아요 0 | URL
객관적으로는 한낱 티끌같은 것이고, 주관적으로는 온 우주같은 것이겠죠. 음.. 어쨌든 한수철님은 ‘과감히 차지’하고 생각해야 할 1인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