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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어
모네의 후기작을 연상하면서 찍었다.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노회한 화백의 눈은 분명한 사물의 경계를 포착하지 못한다. 그가 볼 수 있는 건 흐릿한 초점 속에서 강렬한 햇볕 사이로 뒤채여 이지러진 풍경. 그 속에서 가물가물 피어나는 하얀 연꽃의 신비함.
식스센스의 그 꼬맹이 말을 빌리자면,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 만 본다. 예술가가 범인과 다른 건 보고싶은 것을 주관이 아닌 객관의 범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나아가 주관을 객관의 객관성을 뒤집는 주관으로 표현해 낸다는 점이다. 그래서 모네를 아는 사람은 '수련'을 떠올릴때 모네의 '수련'이 다른 수련의 이미지를 지배한다. 그것이 인상파의 거장, 모네의 수련이다.
모네의 작품은 유니크하다. 그래서 모방은 있을지언정 그 이상의 작품이란 없다. 누구나 그런 모네를 따라할 이유도, 방법도 없다.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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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러진 여울 속으로 아릿하게 보이는 송어떼는 사실 모네의 모방이 아니다. 저것은 햇볕의 이지러짐을 사용한 '인상'이 아니라 물결의 이지러짐을 사용한 '인상'이다. 물론 초점을 물결에 맞춰 송어떼 자체의 이미지를 잡아 낸다는 발상 자체는 모네의 유산이다. 유식한 말로는 영감이라고도 하고 모티브라고도 하는 모양인데 왠지 써 놓고 보니까 쑥쓰럽고..
송어는 예쁘다. 늘씬한 유선형의 몸통에 부드러운 지느러미. 그것들은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를 추스르며 물 속을 휘젓는다. 온통 황금빛으로 채색된 수조는 모네도 한 수 접고 들어갈, 살아 움직이는 한 폭 유화가 아닌가. 게다가 모네의 그림은 뜯어 먹을 수 없는 반면, 이 화폭의 그림은 맘껏 뜯어 먹어도 상관이 없다는 거. 송어- 킬로그램당 단돈 2만원. 모네의 그림- 킬로 그램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