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세탁소 1 - 인생을 바꿔 주는 옷 혹시나 세탁소 1
이은재 지음, 고형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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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세탁소 1) 무쓸모 김대찬 편>

이 소설은 액자소설이다. 막심의 이야기 안에 대찬이의 이야기가 있다. 막심은 첫 페이지에서 “당신의 인생을 바꿔 줄 옷을 빌려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써 있는 ‘혹시나 세탁소’를 운영하는 할머니다. 부유한 농사꾼의 셋째 딸로 6개월 살았고, 그 이후에는 이 가족에게 발생하는 불행의 원인으로 살았다. 아버지와 언니 둘은 “이게 다 저년 때문이야, 저 계집애가 태어난 뒤로는 되는게 없어”라고 말했고, 어머니만이 막심을 사랑하며 재봉틀로 옷 다섯 벌을 지어 주고 삶을 마감한다. 재봉틀에서 나온 재봉신은 그녀를 ‘혹시나 세탁소’로 이끌고 그녀는 그렇게 여기서 옷 다섯 벌의 주인을 기다린다. ‘무쓸모 김대찬’이 1편이니, 첫 번째 옷의 주인공은 대찬이, 그리고 나머지 4벌의 옷 주인이 앞으로 나올 이 책의 시리즈 연작일 것이다.

막심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옛이야기 중 바리데기와 이어지는 부분이 있어보인다. 날개옷이 있어야 날아갈 수 있는 선녀의 이야기의 변형도 보인다. 나는 한 5-6년 전까지만 해도 전래동화(요새는 옛이야기라고 불러야 한다고 함)에 대한 큰 오해를 가지고 있었다. 착하게만 살아야 복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뻔한 줄거리가 맘에 안들기도 했고, 이런 스토리 때문에 착한 사람들이 오히려 호구 소리 듣는 세상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이런 생각에 반전을 준 책은 신동흔 교수님의 <옛이야기의 힘>이다.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녀에 대한 해석을 읽으며 충격받기도 했고, 수동적이라 생각했던 신데렐라의 원형인 그림형제의 아센푸텔은 행동하는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옛이야기에 대해 이런 바뀐 생각을 가지고 이 책을 읽다보니 앞으로 전개될 이 네 개의 옷에 관련된 이야기가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아직은 수동적인 막심이 이 다섯 명의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변화할지 무척 궁금하다.

슬이의 리얼 독후감
막심이 너무 불쌍하다. 잘못한 게 없는데 아빠와 언니들이 막심 탓을 한다. 대찬이도 불쌍하다. 형보다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속상해하는 것 같아 불쌍하다. 하루도 불쌍하다. 얼마나 속상했으면 가출을 했을까? 엄마는 우울증에 걸리신 것 같고 학교에서는 일진에게 당하는 하루도 너무 불쌍했다. 셋 다 불쌍한데 그래도 그 중 하루가 가장 낫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았다. 하루는 긍정적으로 살았다.(정확히는 하루가 된 대찬이이긴 하지만) 그래서 웃는 야채를 생각해낼 수 있었다. 그럼 막심과 대찬이 그리고 하루가 다른 점이 뭘까 생각해보니 하루(가 된 대찬이)는 재봉신이 골라준 옷을 입어서 힘이 난 것 같다. 그런 하루의 삶을 살아보니 다시 대찬이로 돌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누구의 인생을 대신 살아보고 싶을까 생각해보았다. 아빠로 살아보고 싶다. 왜냐하면 아빠는 평일에 힘들게 일하시지만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밤까지 아빠는 신나게 게임만 한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평일에 너도 9시간 공부를 하고 주말에 실컷 놀으라고 하신다. 그걸 들으니 일과 공부가 다르다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아빠로 살기도 싫어졌다. 그럼 뭐가 좋을까 생각해보았다. 내 친구 중에 일론 머스크의 아들로 태어나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대답을 해보니 엄마는 그런 애들은 후계자 수업을 빡씨게 시킨다고 한다. 다 때려치우고 요리 잘하는 백종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엄마는 백종원은 요리사가 아니고 경영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며 일할 수 있는 미슐랭 가이드가 되고 싶다. 이렇게까지 생각하다 보니 솔직히 내 인생이 제일 괜찮은 것 같다. 다른 친구들은 학원 뱅뱅이를 도는데 그래도 나는 좀 더 널널하게 사는 편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도 자기의 삶이 가장 좋다고 생각할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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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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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때 느꼈던 섬뜩함은 그대로지만 그로테스크한 유머, 아니 위트가 담겨있는 현실이 더 해진,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를 만났다.
지구 생물체의 문어라고 하기엔 더 많은 다리를 가진, (외계행성에서 온, 아차, 스포다) 파란 문어 표지보다, 차례가 담긴 페이지에 나는 더 끌렸다. 바닷물 속으로 보이는 심연, 오른쪽 하단에 문어, 대게, 상어, 개복치, 해파리, 고래라는 각 장의 이름이 써있다. 지금은 낮인지, 반짝거리는 물결인 윤슬이 물빛을 만들어낸다. 이 바다 속에서 살고있는 지구 생물체들의 위기가 이 소설에 고스란히 담겼다. 하지만 지구의 정복자가 확실한 사피엔스이긴 하지만 매우 평범한 주인공들 형편 역시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대학교 강사인 ‘나’는 대학 노조인 위원장과 함께 정체 모를 검은 양복 무리들에게 잡혀와서 취조받고 있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위원장이 밤에 농성하는 천막에서 “지구ㅡ 생물체는ㅡ 항복하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문어를 홀랑 잡아먹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잡아먹기 전, 이들은 한참 투쟁하던 중이었다. 이런 상황이 한 페이지 이상으로, 그러니까 문어다리처럼 긴 문장으로 구구절절 써 있다. “그리하여 땡볕에 땀범벅이 되어 기자회견을 하고 구호를 외쳤고 총장실 앞에 가서 성명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총장은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며 사무처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를 총장실에서 멀리 떨어진 소회의실에 밀어 넣으려고 해서 말다툼이 벌어졌고 경비 회사 직원이 달랑 한 명 등장하여 불안한 표정으로 뒤에서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고 위원장님이 ...(pp.16~17)” 이런 상황에서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나 잡아먹어 잡혀간 것이었고 알고보니 그동안 위원장님이 먹은 문어는 꽤 되는 걸로 밝혀진다. 이제 이런 문어를 시작으로 러시아어를 하는 대게, 상어, 개복치, 해파리, 고래가 이들의 삶에 스며든다. 아무래도 작가님의 전공이 러시아어여서 그럴까, 난 내내 고골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고골은 사실만을 묘사하려는 리얼리즘 이전 단계인 자연파 작가로 분류된다. 그의 소설에는 지리하면서도 지난하고 긴 문장의 묘사가 담긴 리얼리즘에 그로테스크한 판타지를 더한다. 이 소설 역시 그렇다.(19세기 러시아 소시민이었던 아까끼 아까기예비치가 21세기의 ‘나’와 ‘위원장’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이 그로테스크한 아이러니가 주는 지점이 있다. 바로 이 부분이 정보라 작가님만의 개성이라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해본다. 사피엔스끼리도 언어가 다양해 서로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꼭 언어 문제 때문은 아니군) 대부분의 나라에 자유와 평등이 버젓이 헌법으로 적시되어 있음에도 우리는 같은 종족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느라 지구는 죽어간다. 나에게는 이 소설이 사피엔스를 포함한 모든 지구 생물체들의 다잉메세지로 읽혔다. ‘나’와 위원장의 꿈은 소박하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는 투쟁해야 함을 작가가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켜야 한다. 남편과 나는 손을 잡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p.253)라고 작가님은 끝맺는다. 하지만 나는 뭔가 성에 차지 않는다. 다시 이 책의 첫 장 ‘문어’의 끝으로 돌아가본다. “지구ㅡ생물체는ㅡ 항복하라. 우리는 항복하지 않는다. 나와 위원장님은 데모하다 만났고 나는 데모하면서 위원장님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도 함께 데모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교육 공공성 확보와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 해방과 지구의 평화를 위해 계속 함께 싸울 것이다. 투쟁.(p.46)” 나 역시 25년 전쯤에 해보고 그동안 한번도 하지 않았던 손동작을 취해본다. 어깨 위치에 주먹을 쥐고 귀를 스쳐 주먹을 치켜든다. “투쟁!” 21세기를 살아가는 소시민 한 명의 외침이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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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짭짤 코파츄 2 달콤 짭짤 코파츄 2
다영 지음, 밤코 그림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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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모모모> 그림책을 본 독자라면, ‘밤코’라는 그림작가를 잊기 힘들 것이다. ‘모모모모모’, ‘벼벼벼벼벼’라는 단순한 단어와 그림으로 쌀이 내 밥상에 올라가기 전까지의 과정을 알려주는 아주 신통방통 재미난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그런 밤코 그림작가님이 이런 피카츄 짝퉁같은 코파츄를 그리다니! 생각을 살짝 한 건 사실이다. 다 읽은 후에는 엉덩이탐정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구성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의혹에도 불구하고 밤코 작가님이 그렸기 때문에 모방논란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디테일 폭탄이 그런 생각들을 싹 지워준다. 그리고 훨씬 훨씬 훨씬 귀엽다.

버니와 코파츄, 토끼와 돼지가 주인공이다. 채식과 잡식의 차이에서 오는 이들의 티키타카와 과학이 학문이 아닌 삶의 지혜처럼 보인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1권부터 꾸준히 등장하는 지지배배씨, 꼬북씨, 엉엉웅씨, 펭구씨, 까마쿠 나팔랑 낙타봉 뚜러지 죠스바 참깨굴 등등..이름만 들어도 어떤 동물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수수께끼같은 이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이 숨은그림찾기처럼 포진해 그려져 있다.

뭐니뭐니해도 커다란 콧구멍으로 쌍 리코더를 특기로 하는 피카 아니 코파츄라는 이름만 들어도 벌써 반은 웃기지 않은가?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할까
1. 유투브 보느라 책을 안보는 아이들이 있다면 추천한다. 코파츄와 바니는 이 책에서 완전 인기있는 과학 크리에이터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던 화면이 책에 더 귀엽게 구현되어 있는 걸 본다면, 거기에 엄마의 칭찬이 곁들어진다면 아이의 인생에 책이 추가될 확률이 생길 것이다.

2. 과학 학습 만화는 쏟아져나왔고, 나오고 있고, 나올 것이지만, 과학에 대해 설명하는 책 중, 그것도 그림책에서 동화책으로 가는 저학년용 글밥책은 많지 않다. 학습만화를 주로 보는 저학년들에게 추천한다.

3. 한 책을 보고 또 보는 독서법을 가진 아이들에게 추천한다.
다시 책을 펼쳐볼 때마다 그 전에 찾지 못했던 그림의 디테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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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레이션 : 세대란 무엇인가 - 사일런트, 베이비붐, X, 밀레니얼, Z, 알파 세대 그들은 대체 누구인가?
진 트웬지 지음, 이정민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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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레이션:세대란 무엇인가?>
* 몇 년 전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올해에는 같은 저자의 책, <그건 부당합니다>역시 그랬다. 한 개인을 세대로 묶는 방법 역시 X세대스럽다는 생각을 오늘 이 책을 읽으면서야 해본다. 자기들은 개성 넘치고(라고 쓰고 개인적이고) 묶이고 싶어하지 않고(라고 쓰고 방종의 선을 넘나드는) 우리를 건물주나 환경파괴범들로 보는 밀레니얼, Z, 알파 세대의 주인공들은 한 점이길 원하지 우리처럼 한 면을 이루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세대에 묶여버렸을 때 개인으로서 잃어버리는 우리 다음 세대들의 아우성을 뒤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을 재미있게 읽는 이유는, 집단주의적인 사고에 빠져나와야지라고 말은 하면서도 그 속에서 허우적 거리며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같은 죄를 저지른 죄인을 만나는 반가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확실히 다음 세대에게 우리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유죄이긴 하니까.

* 나는 이 책에서 규정하는 1965~1979년 사이에 태어난, (완전 막차) X세대다. 이 책에서는 ”더글러스 커플랜드의 소설은 제목이 <X세대>지만 실제로는 보통 후기 베이비붐 세대로 간주되는 1960년대 초반생들에 관한 이야기다“(p.170)라고 하는 걸 보면 X세대라고 하기에는 좀 억울한 감이 없지 않지만, 기억하는 Rock과 Hiphop, 그리고 Dance music이 많다면 X세대가 확실하다. 우리나라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를 노래방에서 부른 적이 있다면 다 X세대다 ㅋㅋ

* 이 책을 펼치며 미국저자가 그들의 X세대를 다루고 있기에 IMF라는 특수한 경제상황에 놓여있었던 한국과는 좀 다를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읽다보니 우리의 1997년 이후 미국에게는 2008년 금융위기가 있었다. 즉, 우리는 1997년 이후 쭉 힘들었고, 미국은 단지 1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을 뿐.

*”한때는 베이비붐 세대보다 기술 지식이 풍부하다고 자부했지만 부모가 된 이후 틱톡처럼 듣도 보도 못한 플랫폼에 빠져 사는 Z세대 자녀를 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p.171)“
확실히 2023년이라는 오늘 날, 사이에 낀 세대를 절실히 느끼는 중이다. 부모님은 베이비붐 시대, 자식은 Z나 알파세대. ”가족에서 둘째가 그런 것처럼 모두가 X세대의 존재는 잊어버린다.“(p.171) 이 문장에 완전 공감한다. 지난 주에 아버님 칠순잔치를 마치고 나니, ‘나’는 그들의 ‘딸’이거나 내 자식의 ‘엄마’라는 가족간의 관계만이 나를 표현하는 삶을 살고 있다.

*미국의 X세대는 이혼율이 높아진 부모들의 아이들로서 자랐다. 그래서 방송사가 틀어주는 TV show에 많이 노출되었으며 개인주의적이고 냉소적, 부정적 태도가 많은 세대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우울증이나 자살률도 높다. ”타인, 정부, 언론에 대한 신뢰라는 세 가지 요소는 민주주의가 제기능을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p.224)라고 쓰여있는 부분을 읽으니 X세대가 가지고 있는 신뢰의 부진이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았었고, 또 내년에 또 뽑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의 X세대와의 차이는 환경에 대한 깊은 관심과 동성에 대한 사랑을 인정해 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은 확실히 밀레니얼 세대가 좀 더 관심을 갖는 분야인 것 같다.

* 나는 이런 류의 책이 우리에게 대화를 걸어주지 않는 아랫 세대를 이해해보기 위해 쓰여지는 책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 트웬지라고 하는 이 저자의 책 <제너레이션>을 읽다보면 아랫 세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주는 관용을 베풀어준다면, 꼰대라고 불리우는 우리를 이해해줄수도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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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 창비아동문고 333
박하익 지음, 신슬기 그림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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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단숨에 읽은 슬이가 “엄마 이 책 전에 ‘개통하시겠습니까?’가 있었네”라고 말한다. 오잉? 검색해 보니 “있네?” 하고 읽어본다. 이 ‘해지하시겠습니까?’를 읽으며 혹시 그렇다면 지우가 1편의 개통의 주인공인가? 싶은 생각은 들지만 1편을 모르고 읽어도 전혀 어려움이 없다. 1권부터 꼭 순서대로 읽으려 드는(이라고 쓰고 융통성모지란) 슬이에게 필요한 경험이었다.
도깨비와 오니의 차이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도깨비는 장꾸이긴해도 사물에 깃드는 친근한 존재인데 일본의 도깨비 오니는 무시무시한 존재라고 했다. 이 책의 도깨비들은 정말 흥 넘치는 장꾸들이었다. 물론 수범이를 좋아해서 음기가 많아져 생명의 위협은 느끼지만 말이다! 이 넘치는 흥으로 이 도깨비들은 밴드를 운영한다.(유투브 채널을 운영하는 현대식!도깨비) 그런데 문제는 얘네가 훌륭한 보컬이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인 인간 정수범은 그들에게 발탁(!)된다. (알고보니 이 도깨비시장으로 이끈 노인이 새환이었다는 사실은 이 소설의 맨 마지막에 밝혀진다 ㅋㅋ)
*줄거리
이 책에서 ‘기’는 매우 중요하다.

‘매일 이런 식이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나를 힘나게 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 오히려 기운을 빼앗아 가지. 모두 다 마음 도둑들이야.’(p.44)라고 생각하는 수범. 그럴만한게 외할머니가 아파 갑자기 이사온 수범이의 가족들은 다들 나름대로 이미 지쳐있었다. 잔소리 폭격인 외할머니, 티비앞 쇼파에서 일어나려고 하지 않는 엄마, 술담배로 범벅되어 있는 아빠... 그런 가족들은 수범이에게 ‘마음 도둑’으로 지칭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 역시 내 일상에 파묻혀 슬이에게 좋은 기운을 주기는커녕 나쁜 기운을 옮겨준 건 아닌가,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수범이가 전학생이었기에 아직 친한 아이들이 없는 반에 애장품 뤼팽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아이가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건만을 훔치는 뤼팽이 누군지 수범이는 도깨비세계에 다녀왔기 때문에 알게 되었다. &&(스포는 할 수 없으니!)라는 아이였다.
“점심시간이나, 체육 시간 전후의 자투리 시간, &&이는 가끔 수범이 주위에 있었다. 남자애들 사이에서 수범이가 겉돌 듯, &&이는 여자애들 사이에서 겉돌았다. 그렇다고 성별도 다르고 데면데면한 둘이 사이좋게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라 수범이는 &&이를 모른 체했다.”(p.78)

요새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겉도는 아이들, 그리고 서로 알아보더라도 남녀 성별의 차이를 더욱 느끼는 열두 살의 나이로서는 함께 하기 어려운 요새 아이들.

이 책에는 기생충이라고 인간을 휘감고 있는 존재가 있다. 일등 기생충, 야동 기생충, 도둑 기생충 등등 이런 것들에 대해 도깨비 칠성이는 이렇게 말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면 사라져.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제 할 일을 잘하고 주변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다 보면 어느새 없어져.”(p.79)
이 간단한 명언은 말이 쉽지, 어른인 나도 가장 지키기 어려운 일이지 싶다.

‘인기 향낭’과 ‘사실은 향낭’을 도깨비 시장에서 사서 같은 반 친구들에게 사용한 수범이는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을 듣게 된다.
“반 아이들은 저마다의 고민거리를 안고 있었다. 성적과 외모에 대해 고민할 뿐 아니라 아픈 가족을 걱정하기도 했다.
수범이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비 오는 밤 독갑 다리 위를 홀로 걷던 날이 떠올랐다.
‘나만 힘들고 외로운 게 아니었어.’(p.144)”
고민거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것을 배우는 모먼트다.

‘마음이 삐뚤어지면 누구라도 나쁜 생각이 깃드는 거야! 나라고 예외가 아니야.’ (p.150)

나는 이 책에서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용서를 구할 줄 아는 아이들이 등장한다는 점이었다. 그 어느때보다도 요즘이 가장 용서를 구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생각한다. 용서를 구하기 대신, 돈이나 권력으로 발라 입을 막아버리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수범이의 반 아이들은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해 직면하고 인정한다. 그러자 상대방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단계적인 변화가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며 교육에서 가장 필요한 미덕아닐까 생각해본다.

“좋은 흥은 우리에게 보람을 가져다줘요. 흥이 충분하면 기생충쯤이야 쉽게 길들일 수도 있지요. 게임에 빠졌던 수범이가 새로운 친구들과의 우정, 노래라는 흥 주머니로 기생충을 물리쳤듯이요.(p.186)” 작가의 말에서 발췌한 글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분명 흥 많은 민족이다. 그래서 도깨비라는 존재의 이야기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것일테다. 좋은 흥이라는 것. 이것을 우리 아이들이 수범이와 지우를 통해서 알아봐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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