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 창비아동문고 333
박하익 지음, 신슬기 그림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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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단숨에 읽은 슬이가 “엄마 이 책 전에 ‘개통하시겠습니까?’가 있었네”라고 말한다. 오잉? 검색해 보니 “있네?” 하고 읽어본다. 이 ‘해지하시겠습니까?’를 읽으며 혹시 그렇다면 지우가 1편의 개통의 주인공인가? 싶은 생각은 들지만 1편을 모르고 읽어도 전혀 어려움이 없다. 1권부터 꼭 순서대로 읽으려 드는(이라고 쓰고 융통성모지란) 슬이에게 필요한 경험이었다.
도깨비와 오니의 차이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도깨비는 장꾸이긴해도 사물에 깃드는 친근한 존재인데 일본의 도깨비 오니는 무시무시한 존재라고 했다. 이 책의 도깨비들은 정말 흥 넘치는 장꾸들이었다. 물론 수범이를 좋아해서 음기가 많아져 생명의 위협은 느끼지만 말이다! 이 넘치는 흥으로 이 도깨비들은 밴드를 운영한다.(유투브 채널을 운영하는 현대식!도깨비) 그런데 문제는 얘네가 훌륭한 보컬이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인 인간 정수범은 그들에게 발탁(!)된다. (알고보니 이 도깨비시장으로 이끈 노인이 새환이었다는 사실은 이 소설의 맨 마지막에 밝혀진다 ㅋㅋ)
*줄거리
이 책에서 ‘기’는 매우 중요하다.

‘매일 이런 식이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나를 힘나게 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 오히려 기운을 빼앗아 가지. 모두 다 마음 도둑들이야.’(p.44)라고 생각하는 수범. 그럴만한게 외할머니가 아파 갑자기 이사온 수범이의 가족들은 다들 나름대로 이미 지쳐있었다. 잔소리 폭격인 외할머니, 티비앞 쇼파에서 일어나려고 하지 않는 엄마, 술담배로 범벅되어 있는 아빠... 그런 가족들은 수범이에게 ‘마음 도둑’으로 지칭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 역시 내 일상에 파묻혀 슬이에게 좋은 기운을 주기는커녕 나쁜 기운을 옮겨준 건 아닌가,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수범이가 전학생이었기에 아직 친한 아이들이 없는 반에 애장품 뤼팽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아이가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건만을 훔치는 뤼팽이 누군지 수범이는 도깨비세계에 다녀왔기 때문에 알게 되었다. &&(스포는 할 수 없으니!)라는 아이였다.
“점심시간이나, 체육 시간 전후의 자투리 시간, &&이는 가끔 수범이 주위에 있었다. 남자애들 사이에서 수범이가 겉돌 듯, &&이는 여자애들 사이에서 겉돌았다. 그렇다고 성별도 다르고 데면데면한 둘이 사이좋게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라 수범이는 &&이를 모른 체했다.”(p.78)

요새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겉도는 아이들, 그리고 서로 알아보더라도 남녀 성별의 차이를 더욱 느끼는 열두 살의 나이로서는 함께 하기 어려운 요새 아이들.

이 책에는 기생충이라고 인간을 휘감고 있는 존재가 있다. 일등 기생충, 야동 기생충, 도둑 기생충 등등 이런 것들에 대해 도깨비 칠성이는 이렇게 말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면 사라져.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제 할 일을 잘하고 주변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다 보면 어느새 없어져.”(p.79)
이 간단한 명언은 말이 쉽지, 어른인 나도 가장 지키기 어려운 일이지 싶다.

‘인기 향낭’과 ‘사실은 향낭’을 도깨비 시장에서 사서 같은 반 친구들에게 사용한 수범이는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을 듣게 된다.
“반 아이들은 저마다의 고민거리를 안고 있었다. 성적과 외모에 대해 고민할 뿐 아니라 아픈 가족을 걱정하기도 했다.
수범이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비 오는 밤 독갑 다리 위를 홀로 걷던 날이 떠올랐다.
‘나만 힘들고 외로운 게 아니었어.’(p.144)”
고민거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것을 배우는 모먼트다.

‘마음이 삐뚤어지면 누구라도 나쁜 생각이 깃드는 거야! 나라고 예외가 아니야.’ (p.150)

나는 이 책에서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용서를 구할 줄 아는 아이들이 등장한다는 점이었다. 그 어느때보다도 요즘이 가장 용서를 구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생각한다. 용서를 구하기 대신, 돈이나 권력으로 발라 입을 막아버리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수범이의 반 아이들은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해 직면하고 인정한다. 그러자 상대방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단계적인 변화가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며 교육에서 가장 필요한 미덕아닐까 생각해본다.

“좋은 흥은 우리에게 보람을 가져다줘요. 흥이 충분하면 기생충쯤이야 쉽게 길들일 수도 있지요. 게임에 빠졌던 수범이가 새로운 친구들과의 우정, 노래라는 흥 주머니로 기생충을 물리쳤듯이요.(p.186)” 작가의 말에서 발췌한 글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분명 흥 많은 민족이다. 그래서 도깨비라는 존재의 이야기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것일테다. 좋은 흥이라는 것. 이것을 우리 아이들이 수범이와 지우를 통해서 알아봐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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