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스페이스 실록 - 너의 뇌에 별을 넣어줄게, 2024 세종도서 교양부문 추천도서 파랑새 영어덜트 4
곽재식 지음, 김듀오 그림 / 파랑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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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실록이다. 실록(實錄)이란, 동아시아권에서 편년체 역사 기록 양식 및 이 양식에 따라 쓰여진 기록을 총칭하는 말이다.(나무위키) 우리가 잘 아는 ‘조선왕조실록’이 예다. 이 책은 별을 품은 우주에 대한 실록, 그러니까 제목 그대로, <슈퍼 스페이스 실록>이다. 벌써부터 흥미롭지 않은가?

‘서문’이다.
“우주에 대한 기초 지식을 소개해 주는 여러 책들을 읽다보니(...) 아무래도 우주나 별, 나아가 과학에 대한 이야기는 유럽에서 시작되어 유럽에서 발전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실제로 나는 막연히 과학 기술은 유럽, 미국, 서양의 것이고 외국에서 들어온 것일 뿐이라는 느낌을 갖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내가 그랬다. 근대가 일제 강점기로 인해 억지로 열렸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그런데 그럴 리 없지 않은가? 옛날이라고 해서 사람이 어떻게 기술 없이 살 수가 있겠는가? 발전의 속도가 다를 뿐이지(...) 과학 기술이 한국의 전통문화와 반대되기는커녕, 한국 문화 속에도 언제나 과학 기술은 중요한 한 부분이었다”라고 말한다. “과학과 우주에 대한 연구가 멀리 있는 남의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한국 땅에서 이루어지는 한국의 일이라는 가까운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나는 과학기술‘의’(‘이’의 오타 아닐까?) 우리의 문화이며, 한국인이 원래부터 하던 일이고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을 더 깊게 모두 갖게 되는 것이 한국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하나 더, “바쁜 현대인의 두뇌에 잠시 별이 지나가는 시간을 마련해 드릴 수 있다”까지.

이 책을 여는 이야기는 첨성대다. “첨성대는 지금으로부터 약 1,400년 전인 선덕여왕 시절에 신라인들이 지은 돌 건물이다. 고대의 한국 건축물 중에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드문데, 첨성대는 몇 안 되는 예외에 속한다.”(p.18)라고 한다. 나도 중학교 수학여행에서 처음 본 첨성대는 명성보다는 훨씬 자그마~했던 기억이 있다. 고대의 건축물이니 이 정도 높이밖에 못지었겠거니, 나는 그저 추측하다 말았으나 저자는 “조선 시대 사람들이 첨성대를 어떤 건물이라고 생각했는지”(p.18)를 <동국여지승람>에서 찾는다. “기록에 따르면 첨성대는 안으로 들어간 뒤 위로 올라가서 별을 관찰하는 곳이었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첨성대가 천문대 역할을 한 건물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첨성대의 정체에 의문을 품은 학자들이 여럿 있다. 일단 첨성대 안에 들어가서 별을 관찰했다는 것부터가 신라 시대 기록이 아니다. 한참 세월이 흐른 뒤 조선 시대 책에 나오는 내용일 뿐이다.”(p.19) 그러고 보니 “긴 통 같은 모양의 건물 속에 기어서 들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불편해 보인다. (...) 그곳에 올라가서 별을 보면 무슨 특별한 장점이 있는지는 상대적으로 불분명하다.”(p.19) “그래서 요즘은 첨성대를 두고, 실제로 그 위에 올라가라고 지은 건물이 아니고 그냥 어떤 기념의 목적으로 지은 건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라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저자가 보기에 결국 첨성대는 “기록이 제대로 보관되지 않은 까닭에 어이없게도 한국인들에겐 친숙한 전통 건물이자 신라 문화를 상징하는 첨성대가 정확히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p.20) 는 신박한(!) 설명이다. (나는 이런 저자의 솔직함이 넘 좋다) 이후 나머지 글에는 글쓴이의 호기심이 가득차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유퀴즈에서 “궁금한 적 있잖아요?”라고 자기님들에게 질문하던 작가님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이런 궁금증이 청소년들에게 가장 많이 필요하지만 그럴 시간이 가장 모자란 시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곽작가님의 글은 간결하고 가독성이 좋아 별 보며 새벽에 학교에 가서 별 보며 밤늦게 집에 오는 학생들이 챕터 하나 씩 읽어도 부담없을 것이다. 한 챕터당 5분 컷이다. 요새 인스타로 일러스트 쇼트 보며 힐링하는 청소년들을 위해서 인지 김듀오님의 일러스트가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유퀴즈에서 한국괴물에 대한 덕후로 출연 이후 ‘괴물작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다작하시는 곽재식 작가님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삼국유사>, <조선왕조실록>같은 옛 문헌에서 K-요괴를 발굴해내시던 경험이 쌓이면서 이런 종류의 책을 쓰실 수 있는 스케일이 되는구나를 배웠다.

p.s 김듀오님의 일러스트 또한 이 글에 찰떡인데, 곰이 작가님 닮았.....
작가님 특유의 호기심을 동력삼아 옛문헌을 뒤지던 경험으로 또 다른 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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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점 때문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3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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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점 때문에>

이 책은 고1 중간고사 이야기다.
“통합과학 시험이 끝났다. 어깨가 아프다. 아니, 온몸이 쑤신다. 아픈 곳에 손바닥이 닿을 때마다 딱딱한 돌멩이가 꿈틀거린다. 언제부턴지 채니 몸속에는 돌멩이가 살고 있다. 은연중에 한숨이 흘러나온다.”(p.7)
“우웩 우웩 토악질을 해 댄다. 제발 제발, 가슴 속에 들어찬 돌멩이들이 다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다. 토악질을 할 때마다 변기 속으로 빨려 들 것 같다.”(p.18)
“채니는 더 이상 물리 선생님에게 맞설 수 없다. 가슴 속에서 딱딱한 것들이 꿈틀거린다. 아프다. 뭔가 굳어지는 것 같다. 저도 모르게 채니가 가슴을 문지르자, 울컥 눈물이 터진다. 뾰족한 돌멩이가 가슴을 찌른다. 가슴이 아프다.”(p.62)
주인공 채니의 가슴엔 돌멩이가 있다. 이 돌은 채니를 아프게도 하고 학교 물리 선생님인 민식을 상대할 때는 벽이 되기도 한다.
“근데 채니는, 절대 선생님 말을 받아들이면 안 돼, 하고 마음속에다 벽을 쌓아 놓은 상태같았어요. 도무지 제 말을 받아들이질 않았어요. 결국 설득 당할 것 같자, 울면서 벌떡 일어나 버리더라고요. 그 뒤로 몇 번 통화하려고 연락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았고요. 그렇게 채니랑 통화하려고 할 때마다 괜히 맥이 빠지고, 도대체 선생이라는 존재가 뭔지 자꾸만 제 자신에게 묻게 되더라고요.”(p.108)

학생과의 벽이 느껴지는 민식은 나무같은 분이다. 30여년 전, 그가 여고 선생님으로 면접을 볼 때, “나무 때문에, 학교에 있는 숲 때문에, 이 학교에 반했습니다.”(p.38)라고 이야기한다. 이분 말고도 이 나무에서 눈물을 훔치며 버텨나가는 다른 선생님들도 있다. 학교에 심겨진 나무 역시 생존이 불안하다. 지금 이 사건이 일어나는 현재, 민식이 처음 본 숲의 10%밖에 남지 않았다. 몇 년 전에 주차장을 확장한다고 해서 밀어버릴 뻔 한 걸, 민식을 포함한 다른 몇몇의 선생님들이 반대해서 살아남았다.
“그때는 학교에 100여 그루 나무가······느티나무, 은행나무, 감나무, 단풍나무 들이 뒤섞여서 대단했잖아요? 근데 이제 20그루 정도만 남았고, 그것도 시간문제이지 다 사라질 것 같아요. 그 동안 하나둘씩 사라졌잖아요?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다 모른 체 했고요. 갑자기 저 나무들 운명이 선생님들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시간이 흘러가면서,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가치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진실처럼 자리잡기도 하고······.”(p.131)
선생님들은 나무와 운명을 같이 한다. 이 열악한 환경에서 버텨내질 못한다.

이 책은 독자인 우리에게 묻는다. 학생에게 돌멩이를 가슴에 넣고 살게 하는 이 누구인가, 학교에 나무와도 같은 선생님들을 뿌리 채 흔들어 놓는 이 누구냐고. 우리나라의 살벌한 교육현실의 책임은 대체 누구에게 있냐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돌멩이와 벌목으로 우리 교육현장을 난도질해도 해도 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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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103 소설Y
유이제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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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103>은 무피귀가 출현한 검은과부거미섬, 생존을 위해 해저터널로 들어간 지 41년 후, 식수로 마시던 비우물에 바닷물이 유입되며 시작된다. 터널에 있는 거미줄마을 공동체 사람들이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 이 터널 밖을 나가 외부에서 차폐문을 열어야 한다. 그 주인공이 바로 16살 서다형이다. 왜 어른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이 책이 영어덜트소설입니다” 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터널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환기구 날개를 부수지 않을 얇은 몸이 필요하다. 참고로 다형이의 동갑내기 친구 재이 역시 이 터널 밖을 벗어나지 못한다. 따라서 거미줄마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다형이일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그녀의 사투가 시작된다.

무피귀라는 피부가 없는 괴물들이 이 섬의 멧돼지나 염소를 잡아먹을 뿐 아니라, 사람도 보이는대로 잡아먹는다. 이 위협적인 존재를 피해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다양한 인간군상의 인물들이 나온다.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목숨을 바쳐 희생을 자처한 사람들이었다. 손가락을 펴서 세다 보면 다섯 명정도다. 터널에 들어간 사람들을 위해 희생한 황선태. 바리섬에서 무피귀의 공격을 받았을 때 죽은 정하의 아버지, 언더원의 일원인 이준익, 이 마을에 네피림이 등장했을 때 이장님, 그리고 등대에 살고 있던 조태관의 아버지이다. 이들 모두 사랑하는 이들, 즉 아들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여섯 살 난 아이를 위해서, 마을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하지만 모두가 위대해 보이진 않는다. 대를 이을 자손을 위해, 아들을 위해 죽었던 이들의 후손들은 타인에 대해서 관용이 없다. 오직 자기 자신의 목숨만을 위한 삶을 선택한다. 하지만 자기 자식이 아니어도, 그리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 사람들을 위해 희생 한 사람들 덕분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할 줄 안다. 이타심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쩌면 ‘내새끼 지상주의’가 최고조로 이른 한국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이타심이 있는 사람들의 정의와 평등은 이기적인 사람들의 그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나는 이 재난 속에서 다른 이들을 살리기 위해 두려움을 무릅쓰고 어둠 속을 한 걸음씩 내딛는 다형이와 정하가 존경스러웠다. 열여섯 살이지만 이타심이 무엇인지 안다. 작가는 이 둘과 희생을 자처한 사람들을 통해 내 자식, 내 가족 말고, 옆집, 우리 동네 사람들 모두를 위해야 살길이 있고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소설로 읽혔다.

p.s 1. 디테일이 있는 소설이다. 소화기를 물통으로 쓴다거나, 다형이의 수리검이 무피귀를 잡기 적합한 무기형태인 점 등등 작가가 얼마나 상상력을 발휘해 썼을 지가 눈에 보였다.
2. 에필로그의 섬뜩함이 이 시리즈의 2를 기다리게 한다!!
3. 근데 무피귀가 물을 무서워하는지는 잘 이해가 안된다. 특히 반무피귀인 이준익이 인간이면서 고무보트를 번쩍 드는 걸로 보아 해병이었던 것 같은데 왜 물을 무서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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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전시회 상상 동시집 26
강벼리 지음, 정마리 그림 / 상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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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책을 떠올려 본다. 할머니에게 떡 달라고 쫓아오는 호랑이, 분명 무섭게 생겼는데 어디가냐고 친절하게 묻는 늑대, 혹부리 영감, 구미호, 도깨비 등등...이야기 속, 인간이 아닌 존재들은 참 요상하게 느껴졌다. 길 가다가 보이는 고양이나 개들은 말을 못하고 나의 삶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 그런데 이야기 속, 동물들은 주인공에게 못된 짓을 벌이고 된통 당하기도 하는 그런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요괴전시회>에는 그 요상한 존재들이 시인으로 나온다. 근데 그건 다름 아닌 나의 또 다른 모습이다.(표지만 해도 그렇다. 분명 양배추 인형처럼 보이는 귀엽고 똥똥한 여자아이지만, 깨진 거울 사이로 보이는 모습은 뿔이 달렸으며 다양하고 기괴하다, 그림자마저도) 그리고 이 시집에 등장하는 내용 중, 공감하지 않는 아이들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러자. 나도 때로는 친해지고 싶은 친구 앞에서 ‘맛있는 냄새’(p.71, <요괴전시회>)를 맡을 줄 안다. ‘좀 비밀이 많은’(p.54<좀 비밀이 많은 아이>) 좀비이기도 하며, ‘구르기를 못해도 미술을 잘하는 호호 웃는 아이’(p.56. <구슬치기에 미친 호연이>:내가 변형해보았다, 참 요상하지 않은가?)이기도 하다. 기괴한 나의 모습, 괴식이 문제라고 먹는 것 마저 지탄받는 요즘이지만, 그런 괴식이 재밌기만 한 그런 요괴말이다. 평범함을 강요받는 현실이지만, 나의 괴물모습이 가끔은 튀어나와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 시집을 읽으며 위로받는 나같은 어른이 있다. 헤헤.

*그렇다고 그런 요괴, 나쁘게 말하는 귀신같은 존재들이 주인공으로 드글드글 나오는 시집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난 사실 <비밀상자>라는 시가 제일 좋았다.

상자 속에
작은 기차를 넣었습니다
나는 작은 기차를 탔습니다
기차는 기억을 찾아 달렸습니다

비밀 고개를 지나갈 때였습니다
연필 한 자루가 뚝 떨어졌습니다
오래 전에
훔친 친구 연필이었습니다
부러져 있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돌아옵니다
덜커덕 흔들리는 소리에
상자 하나가 뚝 떨어졌습니다
훔친 마음을 넣었습니다
나는 상자 속에서
훌쩍 뛰어내렸습니다

기차가
부러진 친구 연필처럼
멈추었습니다

친구 연필이 부러워 몰래 집으로 가지고 온 연필 한 자루. 차마 쓰지 못하고 훔쳐온 내가 미워 부러뜨린 연필. 이 연필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부끄러운 추억. 훔친 마음을 상자 속에 넣고 떠나 보내려 하지만 기차가 멈춰버린다. 나만의 비밀을 없애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친구에게 달라고 했으면 줬을지도 모를, 그 연필 한 자루를 보며 아이의 마음이 줄어들었다 늘어났다 요동치는 심장소리를 이 시에서 느낄 수 있다.

*<103세 할머니를 찾습니다> 시도 그렇다. 요새는 재난, 긴급문자가 전국민에게 전달되는 시대다. 어느 동네에서 헤매고 있다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인상착의를 메시지로 받는다. 이 분은 어디서 헤메고 계신걸까 걱정된다. 시인은 ‘호랑이랑 마주쳤을지’(p.82)도 모른다고. 그래서 ‘꼬부랑 기웃거’(p.83)릴 수 밖에 없음을 노래한다. 내 마음속에 존재하는 요괴마음이 할머니가 떡 달라고 쫓아오는 호랑이에게 쫓기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지만 할머니는 씩씩하게 “등을 활짝 펴고 하얀 고무신을 던졌을지 몰라”(p.82)라고 나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준다. 이 시집이 이런 식이다. 요상하지만 위로가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나의 모습을 엄마나 아빠에게는 말할 순 없는 비밀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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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캐처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2
정서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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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3-13호 정무혁은 드림캐처이다. 너클을 열 손가락에 쥐고 꿈 악몽자를 위해 생성기 앞의 불리, 서큐버스, 스턱, 리콜렉트 등과 싸우는 드림캐처. 반대로 한태준은 드림체이서이다.
“드림체이서는 악몽을 심는 자들이다. 인간의 마음이 약해진 틈을 타 꿈에 악귀를 심어 악몽을 꾸게 만든다. 드림캐처가 악몽 치료제라면 드림체이서는 바이러스인 셈이다.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침투해야 그것을 고칠 수 있듯, 드림캐처도 드림체이서 때문에 인간이 악몽으로 고통받아야만 움직일 수 있다.(p.63)”

99번째 마지막 악몽자 김호진을 위해 무혁은 고등학교로 전학온다. 진은수 등의 무리가 호진을 괴롭히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 “대부분의 악몽자는 새로운 사람을 사귀면 상태가 호전됐다(p.25)”와 같은 경험으로 소연이와 연결시켜 주려 애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드림체이서 한태준을 만난다.

* 드림캐처라는 악몽을 퇴치하는 역할과 악몽을 심는 드림체이서라는 설정 안에서, 고등학생 아이들의 학폭이 녹아있는 소설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청소년 아이들의 관계가 이분법적으로 보여 슬프기도 하다. 내 편이거나, 적이거나. 이 소설의 악몽자로 나오는 아이들은(호진, 소연) 중학교때 내 편인 줄 알았으나 아니었던 경험을 한 아이들이다. 그래서 악몽을 꾸고, 나를 진심으로 도와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알아보는데 서툴다. 이 서툰 마음들이 판타지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 상처라는 건 어른에게도 힘들다. 무혁의 첫번째
악몽자인 현정을 보면 그렇다. 무혁은 힘들때마다 그녀에게 찾아가곤 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찾아오는 무혁이 덕분에 '살아가진다'. 그리고  "진심 을담아 묻는 거야.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일 있냐,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같은 말로."(p.157) 라고 조언해주는 도움을 주는 어른이 되어 간다.

* 개인적으로는 길소연이라는 아이가 인상적이었다. 소연이는 한지훈이라는 보육원 출신의 아이에게 편견없이 잘해주던 아이이다. 하지만 사랑을 받는 데 미숙한 지훈이는 잘못된 방법으로 스토킹을 하게 되고 둘 다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소연이는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아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겪은 사건 때문에 소연은 누군가와 말을 나누고 정을 쌓는 게 두려워졌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죽은 사람처럼 조용히 지냈다.(...) 그렇게 책만 읽으며 일 년을 보냈다. 그 시간은 쓰디썼지만, 다행히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는 자양분이 되었다."(pp.207~208) 하지만 이렇게 강한 아이라도 주변에 드림체이서같은 친구들이 있다면 버텨내지 못한다. 이 점이 공감가면서도 안타까웠고, 이런 부분은 선생님인 직업을 가진 작가만이 포착해낼 수 있겠다, 싶었다.

* 나의 학창시절도 생각해본다. 질투심이 남다른 친구들은 있었던 것 같지만 악의가 느껴지는 친구들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요새 아이들보다 행복한 세대의 학생이었음을 느낀다. 점점 심해지는 경쟁에 내 몰린 아이들이, 밸런스 게임이 인기이듯 선택의 폭이 두 가지만 존재하는 줄로만 아는 아이들의 삶이 힘겹다. 이 힘겨움이 질투를 넘어 악의를 만들어내는 자양분이 될 것임이 자명하다. 이렇게 내몰린 아이들 곁에서 어떤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내새끼 지상주의'라는 단어를 쓴김훈 작가의 칼럼이 떠오른다. 나 역시 다를 바 없지만 그래도 이책에서 호진이가 은수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못알아보고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지나가는 어른 말고, 아들을 잃고도 무혁이를 돕는 현정 정도의 어른이 되고 싶다.


* 이런 책은 드림체이서같은 아이들은 절대 읽지 않을 것이다. 아마 악몽자 아이들도 책이 읽힐 상황은 아닐 것 같고 이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은 드림캐처라면 가능하다. "그래. 나도 무서워 호진아, 나는 진은수가 괴롭히는 것보다 네가 나를 모른 척하는 게 더 무서워."(P.216) 악몽자 아이들이 무서워한 건 가해자 아이들이 가하는 물리적인 폭력보다 자신의 아픔을 못본 척 지나가는 친구들을 보며 느끼는 상대적인 외로움이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이 '드림캐처' 아닐까 생각해보며.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할 드림캐처이지 않을까?

* 최고형벌이 영생의 인간으로의 삶이라는 부분에서 뜨엇! 했다. 일생의 인간 형벌을 받은 무혁이는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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