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 때문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3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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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점 때문에>

이 책은 고1 중간고사 이야기다.
“통합과학 시험이 끝났다. 어깨가 아프다. 아니, 온몸이 쑤신다. 아픈 곳에 손바닥이 닿을 때마다 딱딱한 돌멩이가 꿈틀거린다. 언제부턴지 채니 몸속에는 돌멩이가 살고 있다. 은연중에 한숨이 흘러나온다.”(p.7)
“우웩 우웩 토악질을 해 댄다. 제발 제발, 가슴 속에 들어찬 돌멩이들이 다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다. 토악질을 할 때마다 변기 속으로 빨려 들 것 같다.”(p.18)
“채니는 더 이상 물리 선생님에게 맞설 수 없다. 가슴 속에서 딱딱한 것들이 꿈틀거린다. 아프다. 뭔가 굳어지는 것 같다. 저도 모르게 채니가 가슴을 문지르자, 울컥 눈물이 터진다. 뾰족한 돌멩이가 가슴을 찌른다. 가슴이 아프다.”(p.62)
주인공 채니의 가슴엔 돌멩이가 있다. 이 돌은 채니를 아프게도 하고 학교 물리 선생님인 민식을 상대할 때는 벽이 되기도 한다.
“근데 채니는, 절대 선생님 말을 받아들이면 안 돼, 하고 마음속에다 벽을 쌓아 놓은 상태같았어요. 도무지 제 말을 받아들이질 않았어요. 결국 설득 당할 것 같자, 울면서 벌떡 일어나 버리더라고요. 그 뒤로 몇 번 통화하려고 연락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았고요. 그렇게 채니랑 통화하려고 할 때마다 괜히 맥이 빠지고, 도대체 선생이라는 존재가 뭔지 자꾸만 제 자신에게 묻게 되더라고요.”(p.108)

학생과의 벽이 느껴지는 민식은 나무같은 분이다. 30여년 전, 그가 여고 선생님으로 면접을 볼 때, “나무 때문에, 학교에 있는 숲 때문에, 이 학교에 반했습니다.”(p.38)라고 이야기한다. 이분 말고도 이 나무에서 눈물을 훔치며 버텨나가는 다른 선생님들도 있다. 학교에 심겨진 나무 역시 생존이 불안하다. 지금 이 사건이 일어나는 현재, 민식이 처음 본 숲의 10%밖에 남지 않았다. 몇 년 전에 주차장을 확장한다고 해서 밀어버릴 뻔 한 걸, 민식을 포함한 다른 몇몇의 선생님들이 반대해서 살아남았다.
“그때는 학교에 100여 그루 나무가······느티나무, 은행나무, 감나무, 단풍나무 들이 뒤섞여서 대단했잖아요? 근데 이제 20그루 정도만 남았고, 그것도 시간문제이지 다 사라질 것 같아요. 그 동안 하나둘씩 사라졌잖아요?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다 모른 체 했고요. 갑자기 저 나무들 운명이 선생님들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시간이 흘러가면서,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가치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진실처럼 자리잡기도 하고······.”(p.131)
선생님들은 나무와 운명을 같이 한다. 이 열악한 환경에서 버텨내질 못한다.

이 책은 독자인 우리에게 묻는다. 학생에게 돌멩이를 가슴에 넣고 살게 하는 이 누구인가, 학교에 나무와도 같은 선생님들을 뿌리 채 흔들어 놓는 이 누구냐고. 우리나라의 살벌한 교육현실의 책임은 대체 누구에게 있냐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돌멩이와 벌목으로 우리 교육현장을 난도질해도 해도 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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