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몬스터 통통 1 - 지구는 처음이야
유병록 지음, 벼레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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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멜론 별, 그곳에는 멜론 몬스터들이 산다. 그 중 딱 둘만 매일 데굴데굴 굴러다녔는데, “하나는 통통, 하나는 르르”(p.6)다. 통통이는 통통 튀듯이 굴러다녀서, 르르는 데구르르~ 잘 굴러다녀서 지은 이름이다. 어느 날, 지구별을 보며 킥킥 대던 르르가 사라지자 통통이는 르르가 지구로 향한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르르를 찾아 통통이도 지구에 온다.

초등학교에서 마주친 수많은 어린이들 사이에서 르르를 찾는 통통이. 통통이 시점에서 본 어린이들은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신기한 행동을 하는 존재였다. 통통이는 이 책의 독자일 아이들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그 낯설게 하기로 묘사하는 글과 그림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아마도 그림책에서 줄글로 넘어가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읽을 때 글과 그림을 맞춰가는 재미를 느끼며 성장할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 통통이가 지구에서 느끼는 감정들도 새롭다. 통통이는 친구인 르르가 지구인들을 관찰하는 모습처럼 육교 한가운데 서서 차들을 바라보는 노란 모자를 쓴 아이를 발견한다. 알고보니 수술 자국이 있어 모자를 썼던 아이는 어렸을 때 병원생활을 오래 한 아이였다. 그 아이와 헤어지고 혼자남은 통통은 그동안 르르를 찾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던 지구의 모습을 다시 한번 찬찬히 둘러보게 되고

“비록 르르를 찾지는 못했지만 뭔가 중요한 것을 알게 된 느낌이었어. 그게 무엇인지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하게 느껴졌지.”(p.71)라고 느낀다. 또 한 할머니가 통통이를 도와주려 하다가 등을 토닥여주고 돌아가는 뒷모습에서

“통통은 할머니가 손으로 등을 두드려 주는 순간에 뭔가 찌릿한 느낌이 들었어.(...) 어쩌면 지구인은 손으로 자기의 에너지를 상대에게 보내 주는 능력이 있는 건가 궁금했지.”(p.75)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모르는 아이들과 축구도 같이 하게 되고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기도 한다. 이 책을 읽을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벌어질 일들 통통이가 대신 하고 다닌다. 아이들이 이전의 자신을 중심에 놓고 돌아가던 삶에서 앞으로는 친구들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것도 알게 될 것이고, 공간적으로도 시장에서, 놀이터에서 길가에서 보호자 없이 독립적으로 다닐 때, 만나게 될,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마주하며 느끼는 감정들도 있을 텐데 그런 것들에 대해 용기있게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쓰였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부분은, 시장에서 과일가게 사장님이 멜론을 한 조각 집어서 통통의 입에 넣어주었을 때, 편의점에서 멜론 맛 아이스크림을 고르지 않고 수박 아이스크림을 골라 먹으면서 만족했을 때(근데 얘, 계산은 안한 것 같은데)이다. 주인공이 멜론이다 보니 이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가능하다.

그림책에서 줄글로 막 넘어가는 아이들, 멜론을 좋아하는 아이들,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하는 아이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될 생각에 두근거리는 어린이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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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
박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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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코로나 확진자로서 세 번 자가격리를 해야만 했던 우식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세 번째 자가격리에 우식은 격리 브이로그 영상들을 보다가 ‘격리 전문가 조기준’이란 단어에 꽂혀 휴먼북 라이브러리라는 사이트에 연결, <휴먼북 조기준>을 읽게 된다. 그렇게 우식의 서사와 기준의 서사는 교차하며 이 소설이 진행된다. 우식이 기준의 격리에 가장 가깝게 이입될 때, 그러니까 ‘그렇게 되는 건가’라고 독자가 살포시 결말을 예상해볼 바로 그 때 이 소설은 방탈출을 위한 절정으로 치닫는다. 나는 이 책에서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는 이야기의 힘을 이 책에서 느꼈다. 그 이야기는 가해와 피해로 얽혀있는 인물들을 통해서 그려진다.

주인공은 아마도 우식, 기준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우식과 디지털 세탁소를 운영하던 마태공의 이야기에 마음이 쓰였다. 격리 전, 같은 서비스센터에서 일하던 그는 우식에게 디지털 세탁소 ‘더 빨래’를 제안한다. 개인 SNS나 딥페이크에 이용되거나 불법으로 촬영된 영상을 지워주는 선의의 일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반대의 상황이 더 돈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식과 함께 세번째 자가격리되었던 마태공은 돌아오지않는다.

“어쩌면 더러움은 더러움으로 남겨둔 채 강력한 처벌을 하고 인간은 빨아 쓸 수 없다는 말을 진리로 믿으며 죄를 죄로 박제해두는 것이 악의 재발을 막는 데, 정당한 사회를 만드는 데 더 도움이 되는 일인지도 몰랐다.”(p.84)
이후 우식은 전직장 동료로부터 마태공이 전국 사과투어를 하는 모습이 찍힌 영상을 공유받는다. 디지털 세탁소가 처음에 마태공이 생각했던것 같지 않았음을 유추할수있는 대목이었다.

”사람에겐 누구나 나가고 싶은 자기만의 벽장이 있다. 마태공에게는(...) 죄의식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벽장이 되어 그를 가두고 있었을 것이다.“(p.91) 이 책을 다 읽은 후, 그래서 마태공은 어떻게 됐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예전에 은으로 된 가느다란 사슬형태의 목걸이를 가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한 부분이 꼬여버렸고 그것을 풀기 위해 애를 쓰다 더 꼬여버려 화장대 구석에 던져놓았던 목걸이였다. 이 소설을 읽는 시간은 그 꼬인 줄을 풀어나가는 과정이었다. 가해와 피해로 얽힌 사슬들은 하나의 얽힘을 풀고 나면 한 명의 서사라는 밧줄이 되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우식, 기준, 근태, 안나, 마태공의 서사가 각각의 줄이 되어 하나의 동아줄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것에 매달려 이 어두움으로 가득 찬 벽장을, 상자를 탈출할 계획을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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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6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정희선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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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6>는 전작들<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도쿄 리테일 트렌드>, <공간, 비즈니스를 바꾸다>, <사지 않고 삽니다>등의 제목에서도 알수 있듯이 일본의 경영정보 플랫폼 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국내 매체에 일본 트렌드 관련글을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는 저자다. 작년에 나는 2024 소비의 변화에 대해 쓴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를 읽었었는데 저성장시대에 일본기업이 추구하는 것들이 앞으로의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며 읽었고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책에는 일본이 잃어버린 다섯가지를 이야기하며(중산층, 세대 구분, 지방 소멸, 1인가구(줄어드는 가족수), 인구감소) 거기에 맞춰 진화하는 일본인들의 트렌드를 담았다.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산다가 이끄는 트렌드의 시대가 지나고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기존의 상품과 서비스보다 더 가치있는 것을 만들어야 하는 기업 입장이다. 이들은 그 해답을 ‘세밀한 관찰’에서 찾는다. 특히 총 5장 중, 1장의 양극화와 2장의 탈세대에서 이러한 소비자의 행동을 세밀하게 관찰했다. 1장에서 말하는 ‘양극화’란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는 모습을 말한다. 십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중산층이 주로 이용하는 곳은 백화점이었지만 이제는 젊은 부유층이 빈 곳을 메꾸고 백화점 역시 이 젊은층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장의 탈세대에서는 일본의 덕후들이 나이를 먹어 40대, 50대가 되어도 계속해서 장난감을 사는 형태를 말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으며 요새 논란 중인 ‘영포티’가 맴돌았다. 이 단어는 2016년도의 한 트렌드 책에서 최초로 사용한 표현이다. ‘자신을 위해 소비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40대를 지칭하는 단어’였다. 지금의 20대들에게는 ‘감 못 잡은 꼰대’라면 좀 우아하게 표현한 편이고 젊은 척하면서 아가씨들에게 들이대는 진상 아저씨 또는 자신은 다른 어른들과 다른 척하면서 결국 꼰대질하는 기득권의 느낌으로 쓰인다. 어느정도 경제적 안정을 이룬 40대의 ‘레트로 욕망’이 2장의 키워드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3장 지방소멸에서는 활력을 잃은 지역들을 살리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 부분에서는 꽃축제, 무슨 물고기 축제, 여름에는 워터밤, 가을, 특히 11월에는 다들 한결같은 단풍축제로 똑같은 모습을 복제하는 우리 나라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가야 한다고 생각한 부분이었다. 평일에는 도쿄에 있고 주말에는 지방에서 휴식을 즐기는 ‘별장 구독서비스’나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무인양품의 지역 주민들의 인프라를 챙기는 행보가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는 나오진 않지만 나오시마의 섬에 위치한 미술관도 이런 맥락에서 생겨나지 않았을까.

4장 1인가구에서는 앞으로 특히 1인 고령 가구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부분에서 힌트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장담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1위 일본(38%), 2위는 한국(36%)이다. 10가구중 4가구가 1인가구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이 데이터는 2050년이 되면 44%가 넘어갈 것으로 일본국립인구사회보장 연구소는 예상하고 있다. 중년세대의 미혼율이 급상승한 상황이며 여성의 편균 수명이 남성보다 길기에 여성고령1인가구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게는 1인가구부터 주로 ‘돌봄’을 서비스로 하는 비즈니스가 압도적으로 필요해보인다.
5장에서는 인구 감소에 따라 축소되는 서점, 은행 등의 산업에서 나타나는 시도들을 살펴본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책을 좋아한다는 일본에서도 살아남는 서점에서는 더 이상 책만 팔지 않는다. “물건이 아닌 공간을 팔며, 나아가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판매하는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p.245)하고 있다.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한 일본기업들 중에서도 2000년대의 디지털 전환에 맞추지 못한 회사는 소니여도 무너져버렸음을 우리는 바로 옆에서 목격했다. 그리고 지금 그 저성장에 맞추어 소비패턴을 읽으려는 ‘세밀한 관찰’을 계속한 기업들은 살아남았다. 외국에서는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더 인구감소현상이 심각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나라의 감소 트렌드가 일본에 전해져 저자가 반대로 <서울 트렌드 인사이트>를 일본에 출판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며 책장을 넘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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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미래가 있다 - 10대를 위한 해양과학 이야기 창비청소년문고 45
이고은 외 지음 / 창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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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정의 결과로 3,500억 달러 투자 대신 받아낸 미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은 우리나라에서 어떤 잠수함이 만들어지는 걸까? OpenAI가 울산에 데이터 센터를 짓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럼 울산 앞바다는 얼마나 뜨거워지는 걸까, 궁금하다. 이렇게 바다를 향한 이슈가 점점 커지는 요즘, <바다에 미래가 있다>라는 책을 만났다. 과학 교사인 이고은 저자 역시 ‘해양과학’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고 고백한다. 그런 저자는 “모든 질문의 시작은 바다였다”며 “교과서에서 한 줄로 설명된 내용 뒤에 얼마나 복잡하고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p.9) 이 책을 읽을 10대 아이들이 느끼길 기대하며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네 명의 과학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1부 ‘모든 생물의 고향, 바다’에서는 이 기관의 초대 원장이자 해양생물학자인 김웅서 박사님이 2004년도에 프랑스의 심해 유인 잠수정인 노틸호에 탑승하여 태평양 해저 5,000m를 경험하신 분이셨다. 이에 대해 김웅서 박사님은 “하지만 과학자의 마음에는 늘 두려움보다 더 큰 게 있어요. ‘저 아래엔 뭐가 있을까?’하는 호기심과 ‘이걸 알아내는 게 인류의 미래에 중요하다.’라는 책임감이죠”(p.19)라며 이 책을 읽을 10대 아이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를 공유해주신다.

2부 ‘변하는 물고기, 흔들리는 생태계’에서는 어류자원과 생태를 연구해온 박주면 박사님을 인터뷰한다. 개인적으로는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제목을 여기서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는 박주면 박사님에게 바다연구의 매력이 무엇이냐 묻기도 한다. “바다는 늘 ‘질문을 던지는 존재’였어요.”(p.114)라고 대답한다. 항상 같은 적이 없었던 바다의 매력과 혼자선 이해할 수 없는 세계라며 그 과정이 좋았다는 과학자의 시선이 따뜻하다.

3부 ‘바다의 처방전’에서는 바닷속 미지의 물질들이 어떻게 신약 개발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는지 쓰였다. 2000년대 초반에 유행이었던 반짝이가 갈치껍질이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게 진짜일수 있겠구나를 25년만에 알게 된 순간이기도 하다(!) 동시에 화성으로 뻗어나가려는 일론 머스크의 시선이 새삼스럽다. 바다도 다 연구하지 못한 인간의 욕심이 아닐까.

4부 ‘뜨거워지는 바다, 위기에 처한 생물’에서는 해양 순환과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장찬주 박사님의 이야기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고등학교 과학 선택 과목에 ‘기후 변화와 환경 생태’ 과목이 신설되어 중요한 챕터이기도 하지만 11월에도 따뜻한 요즘, 기후변화와 관련되어 가장 피부에 와닿는 장이기도 했다. 바다의 폭염으로 인한 ‘해양열파’는 높은 수온으로 층이 생기면서 식물 플랑크톤에게 중요한 영양염이 올라오지 않아 바다 생태계를 파괴한다. 바다도 열병을 앓는다는 표현이 마음에 와 긁혔다. 이 연구를 위해 우리나라의 대표 해양 연구선인 ‘이사부호’가 “우리 바다 뿐 아니라 인도양, 태평양, 남극해 같은 먼 바다까지 나아가 바다의 비밀을 밝혀내고 있답니다.”(p.225)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어 어깨가 함께 올라간다. 또, “과학을 이해하려는 태도는 생각보다 강력한 힘이 있어요.(...) 기후 위기, 건강 문제, 기술 발전, 환경 변화 등 우리가 매일 맞닥뜨리는 선택의 순간에서 과학을 아는 사람은 훨씬 더 정확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답니다.”(p.239)라는 말씀은 기후 위기를 과학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읽힌다. 또 “과학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미래를 바꿀 힘이 있다”(p.239)는 말을 전하며 ‘대중의 과학화’, ‘과학의 대중화’에 애쓰고 있다는 사실도 인상적이다.
‘들어가며’에서 했던 질문은 ‘나가며’에서까지 계속 된다. ‘질문을 끝까지 붙드는 마음’이라는 제목처럼 해양과학보다 더 훨씬 넓게 아우른다. “질문 앞에서 호기심을 놓지 않는 태도”(p.241)가 가장 중요하며 “과학은 실패한 실험에서 다시 희망을 길어 올리는 일, 한 번 던진 질문을 끝까지 붙드는 일, 아직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일이라는 걸요.”(p.241)

어렸을 때 아쿠아리움을 좋아하던 아이들이 읽으면 자아탐색에도 도움이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엥간한 위인전보다 나는 더 배울 것이 많다고 느꼈다. 이런 책이 진로에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닐까, 꼭 바다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아니더라도 과학에 흥미가 있는 친구들이 읽으면 느끼는 바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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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 가족의 오랜 비밀이던 딸의 이름을 불러내다
양주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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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My Missing Aunt)-가족의 오랜 비밀이던 딸의 이름을 불러내다

광주항쟁에 대한 외할머니의 기억을 다룬 <옥상자국>을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었던 감독 겸 저자는 어느날, 술취한 아버지로부터

“사실은 누나가 있었어.”(p.18)
“너는 고모처럼 되지 말아라.”
“양씨 집안의 여자들은 모두 불행했으니까.”(p.19)

라는 이야기를 처음 듣게 된다. 존재 조차 몰랐던 고모가 대학 졸업식 전에 자살했음을 알게 된다. 영화 제목이자 책 제목인 <양양>은 고모 양지영과 감독이자 저자인 양주연, 두 이름을 겹쳐 부르는 말이자 나아가 이 집안의 여성들을 일컫는다. 그렇게 저자는 장편 다큐멘터리 <양양>을 만들었고, 이 영화는 제 11회 부산여성 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이후 여러 영화제에 초청, 상영되었다. “이 책은 영화에서 다 말하지 못한 그 마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p.9)

고모인 ‘주인공을 촬영할 수 없는 영화’였기에 동생인 아버지를 인터뷰하고 친할머니댁에 가서 가족앨범과 고모의 책들을 살핀다. 고모가 다니던 전남여자고등학교와 조선대학교를 찾아간다. 고모의 동창들과 친구들을 만나 아버지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간다. 그러면서 어린 아버지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도 알게 된다. 고모에게 남자친구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와 이별을 고하는 과정에서 죽음을 맞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그 당시의 신문을 찾아 고모처럼 또 다른 교제살인으로 목숨을 잃은 익명의 여성들을 발견한다. 즉 고모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가부장제라는 과거 속에 잊혀진 또 다른 양양들의 존재를 건져 올리는 과정이 담겼다.

주말마다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소고기를 구워먹기 위해 모이는 양씨네 가족들은 다른 집과 다를바 없이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이 가족의 모습을 통해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의 영혜네를 떠올렸다. 양씨네 가족들도, 영혜네도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우리나라의 흔한 가족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고모와 영혜처럼 숨기려했던 존재들이 있었다.

저자가 고모의 서사를 되찾아줄수록 저자와 아버지와의 관계 역시 새롭게 재정의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랑이 뭔지 정의할 수 없지만, 카메라 앞에 있는 게 잔뜩 긴장되고 불편하지만, 그런데도 앉아서 나를 바라보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고모와 할아버지와는 나눌 수 없었던 말을, 나는 아빠와 함께 영화 안에서 나누고 싶었구나.”(p.175)

2024년 10월, 용용이라는 태명의 아들을 낳은 저자의 이야기 역시, 남자와 여자로 이분화된 장벽이 더 이상 높지만은 않게 느껴져 더 반가웠다.

개인적으로는 기억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에빙하우스의 망각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잊도록 창조된 존재라는 게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책임을 정언명령으로 받아들인 누군가는 잊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이 쉽지 않은 길임에도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지 않던 연대와 사랑이라는 선물을 발견한다는 이 해피엔딩이 당분간 내 마음을 떠나지 않을 것 같다.

#양양#양주연#한겨레출판#하니포터#하니포터11기#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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