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미래가 있다 - 10대를 위한 해양과학 이야기 창비청소년문고 45
이고은 외 지음 / 창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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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정의 결과로 3,500억 달러 투자 대신 받아낸 미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은 우리나라에서 어떤 잠수함이 만들어지는 걸까? OpenAI가 울산에 데이터 센터를 짓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럼 울산 앞바다는 얼마나 뜨거워지는 걸까, 궁금하다. 이렇게 바다를 향한 이슈가 점점 커지는 요즘, <바다에 미래가 있다>라는 책을 만났다. 과학 교사인 이고은 저자 역시 ‘해양과학’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고 고백한다. 그런 저자는 “모든 질문의 시작은 바다였다”며 “교과서에서 한 줄로 설명된 내용 뒤에 얼마나 복잡하고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p.9) 이 책을 읽을 10대 아이들이 느끼길 기대하며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네 명의 과학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1부 ‘모든 생물의 고향, 바다’에서는 이 기관의 초대 원장이자 해양생물학자인 김웅서 박사님이 2004년도에 프랑스의 심해 유인 잠수정인 노틸호에 탑승하여 태평양 해저 5,000m를 경험하신 분이셨다. 이에 대해 김웅서 박사님은 “하지만 과학자의 마음에는 늘 두려움보다 더 큰 게 있어요. ‘저 아래엔 뭐가 있을까?’하는 호기심과 ‘이걸 알아내는 게 인류의 미래에 중요하다.’라는 책임감이죠”(p.19)라며 이 책을 읽을 10대 아이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를 공유해주신다.

2부 ‘변하는 물고기, 흔들리는 생태계’에서는 어류자원과 생태를 연구해온 박주면 박사님을 인터뷰한다. 개인적으로는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제목을 여기서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는 박주면 박사님에게 바다연구의 매력이 무엇이냐 묻기도 한다. “바다는 늘 ‘질문을 던지는 존재’였어요.”(p.114)라고 대답한다. 항상 같은 적이 없었던 바다의 매력과 혼자선 이해할 수 없는 세계라며 그 과정이 좋았다는 과학자의 시선이 따뜻하다.

3부 ‘바다의 처방전’에서는 바닷속 미지의 물질들이 어떻게 신약 개발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는지 쓰였다. 2000년대 초반에 유행이었던 반짝이가 갈치껍질이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게 진짜일수 있겠구나를 25년만에 알게 된 순간이기도 하다(!) 동시에 화성으로 뻗어나가려는 일론 머스크의 시선이 새삼스럽다. 바다도 다 연구하지 못한 인간의 욕심이 아닐까.

4부 ‘뜨거워지는 바다, 위기에 처한 생물’에서는 해양 순환과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장찬주 박사님의 이야기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고등학교 과학 선택 과목에 ‘기후 변화와 환경 생태’ 과목이 신설되어 중요한 챕터이기도 하지만 11월에도 따뜻한 요즘, 기후변화와 관련되어 가장 피부에 와닿는 장이기도 했다. 바다의 폭염으로 인한 ‘해양열파’는 높은 수온으로 층이 생기면서 식물 플랑크톤에게 중요한 영양염이 올라오지 않아 바다 생태계를 파괴한다. 바다도 열병을 앓는다는 표현이 마음에 와 긁혔다. 이 연구를 위해 우리나라의 대표 해양 연구선인 ‘이사부호’가 “우리 바다 뿐 아니라 인도양, 태평양, 남극해 같은 먼 바다까지 나아가 바다의 비밀을 밝혀내고 있답니다.”(p.225)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어 어깨가 함께 올라간다. 또, “과학을 이해하려는 태도는 생각보다 강력한 힘이 있어요.(...) 기후 위기, 건강 문제, 기술 발전, 환경 변화 등 우리가 매일 맞닥뜨리는 선택의 순간에서 과학을 아는 사람은 훨씬 더 정확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답니다.”(p.239)라는 말씀은 기후 위기를 과학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읽힌다. 또 “과학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미래를 바꿀 힘이 있다”(p.239)는 말을 전하며 ‘대중의 과학화’, ‘과학의 대중화’에 애쓰고 있다는 사실도 인상적이다.
‘들어가며’에서 했던 질문은 ‘나가며’에서까지 계속 된다. ‘질문을 끝까지 붙드는 마음’이라는 제목처럼 해양과학보다 더 훨씬 넓게 아우른다. “질문 앞에서 호기심을 놓지 않는 태도”(p.241)가 가장 중요하며 “과학은 실패한 실험에서 다시 희망을 길어 올리는 일, 한 번 던진 질문을 끝까지 붙드는 일, 아직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일이라는 걸요.”(p.241)

어렸을 때 아쿠아리움을 좋아하던 아이들이 읽으면 자아탐색에도 도움이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엥간한 위인전보다 나는 더 배울 것이 많다고 느꼈다. 이런 책이 진로에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닐까, 꼭 바다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아니더라도 과학에 흥미가 있는 친구들이 읽으면 느끼는 바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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