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독서 - 한 권의 책이 리더의 말과 글이 되기까지
신동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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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리더의 말과 글이 되기까지
<대통령의 독서>

이 책의 제목을 보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의 연설비서관이었고 <대통령의 글쓰기>로 인문학 글쓰기 강좌를 휩쓸고 다니시는 강원국 저자님을 떠올렸다. 어찌보면 그 연장선에 있는 책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독서>의 저자는 문재인 전대통령 시기에 청와대 연설비서관으로서 5년을 글쓰기로 보좌한 신동호씨이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시인과 청와대 연설비서관이라, 하지만 대통령임기가 끝나고 평산책방을 연 문재인 전 대통령님의 행보를 보면 어쩌면 이런 분이 곁에 있었던 것도 이해가 된다.

<대통령의 독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시절의 연설을 담은 책이다.

“위대한 길이라는 것은 뭔가요. 있기나 한 걸까요. 소수를 품고 감쌀, 혹은 지배할 다수는 이제 없습니다. 다수는 분해되었습니다. 더 많은 소수가 있을 뿐입니다. 거대한 배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각자가 자신의 배후입니다. 그러고 보니까 오히려 촛불의 물결이 더 대단해 보입니다. 분노의 수위가 다르고, 요구의 절실함이 다르니까. 그런 개인이 모였으니까 더 신명이 납니다.(p.11)

이 책의 첫 부분에 쓰여있는 이 글을 보며 이 한단락이 전 대통령의 곁에서 꼬박 5년을 함께하며 목격한 현재의 우리나라 정치상황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 소수를 최대한 많이 품을 수 있는 리더가 대통령감이지 않을까?

“대통령의 독서는 비단 대통령 한 사람의 독서가 아니라 이 나라의 독서입니다. 또한 당신의 독서가 대통령의 독서입니다. 타인과 공존하는 사회를 그리는 마음으로 정의와 민주주의, 경제와 과학, 외교와 통상, 역사와 인물에 대한 책을 읽어 본다면, 당신은 그저 직함만 다를 뿐 대통령과 같은 자리에 서 있는 것입니다.”(p.12)라며 그런 당신을 대통령이 함부로 대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저자가 이 책을 펴낸 이유다.

개인적으로는 “임기 5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문에 가장 빈번하게 담은 문구는 ‘함께 잘 사는 나라’다.”(p.313)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 문구는 지극히 평범해서 가슴을 울리지 못하지만 “우리는 지금 ‘잘사는 나라’를 넘어 ‘함께 잘사는 나라’를 향해 가고 있다”(p.314)로 쓰이면 느낌이 달라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아무래도 인권 변호사 이력을 가진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것이 이것이었구나 싶다. 어떤 행사에 가서 그런 연설을 했다더라고 뉴스로 접하는 것보다 이렇게 책으로 읽다보니 이 사람이 추구했던 것들이 보인다. 비록 과거가 되어버렸지만, 지금 깨닫게 된 것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그러고보니 초등학교 시절 케네디 위인전을 읽고 덕후가 되어 케네디의 연설문을 좔좔 외웠다는 홍정욱씨의 <7막7장>이 떠올랐다. 왜 나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연설문을 읽어볼 생각은 안했을까? 역대 대통령들의 연설문을 읽어보면 우리나라 현대가 그대로 읽힐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전보다는 진보한 국민의 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파편화된 소수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그런 지도자를 뽑아야 할 지금 이 시점에서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책들을 읽는 독서도 중요하지만 정치 지도자들이 평소 어떤 책을 읽는지, 그래서 어떤 말들을 자주 하는지, 그가 어떤 것을 하려고 하는지, 간파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 한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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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테크 익스프레스 - 혁신 신약을 찾아서
조진호 지음 / 히포크라테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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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테크 익스프레스>

<그래비티 익스프레스>라는 센세이셔널한 과학 그래픽노블로 등장한 조진호 저자는 이후 게놈, 아톰, 에볼루션 익스프레스 시리즈를 그렸다. 옛날 미국 만화시리즈들 같은 그림체인데 내용은 중력, 유전자, 원자, 진화를 그린 저자만의 개성이 담긴 장르가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책 또 안내놓으시나, 하던 차에 <바이오테크 익스프레스>로 돌아왔다.

나 자신으로부터의 배신이라고 할 수 있는 암에 대해 서문을 열며 시작하는 책이다. 다세포로 이루어진 인간은 ‘너무 오래 살면서 유전체 복제를 너무나 많이 반복하기에 오래살수록 유전체의 손상도 늘어나니 암에 걸릴 확률도 높다. 그러니 암이 어떤 나쁜 의도가 있어 우리 몸을 해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이 책에서 쉽게 설명해준다. 그러고보니 주변에서 암환자들은 많이 접하지만, 그들이 받는 치료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암치료제인 항암제에 대해 1장부터 3장까지 전개된다. 1세대의 화학항암제보다는 지금 많이 쓰이고 있는, 2세대의 표적항암제와 임상이 계속해서 진행 중인 3세대 면역항암제에 대해 그려져있다. 그리고 마지막 4장에서는 사라지지 않는 결핵의 혁신 신약에 대해 담았다. 아무리 그래픽노블이라지만 바이오테크에 대한 주제이다 보니 용어가 낯설고 어렵고 어떻게 작용하는지 접근하는 것이 쉽진 않다. 그래서인지 2장에는 호기심 천국 할아버지와 4장에는 의심많은 아이를 등장시킨다. ‘이게 뭔 소리지?’할 때쯤 독자 대신 나타나 바이오전문가들을 혼내주기도 하면서 멱살잡고 끌고 가주는 역할이다. 어려운 이름을 가진, 세포와 치료제들을 단순하지만 눈코입이 있는 모습의 캐릭터로 접하다보니 다음 컷에 나올 때마다 눈에 익고 캐릭터의 성격이 보인다. 이렇게 직관화하는 조진호 저자님의 능력에 리스펙한다.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들을 때는 갸우뚱했지만 전반적인 바이오테크의 흐름이 보인다. 이 연구에 관심이 있을,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 암환자나 결핵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은 꼭 있다. 가까운 이들이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알고자 하는 이들이 스타터로 읽어도 좋을 책이다.

p.s 히포크라테스는 동아시아 출판사의 의치약, 생명과학 브랜드이다. 최재천 교수님이 지구의 온도가 계속해서 높아지면 앞으로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이 더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이 생각난다. 그럴 때 인류를 구원할 ‘생명과학’을 다루는 전문 출판사인 셈이다. 앞으로 어떤 책들이 출간될지 기대된다.
#바이오테크익스프레스#조진호#만화#그래픽노블#히포크라테스#동아시아#과학#의약학#베스트셀러#신간#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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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을 올리는 직장인 글쓰기 - 실무에서 바로 써먹는
송프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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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에서 바로 써먹는 <몸값을 올리는 직장인 글쓰기>

이 책에는 첫 사회생활을 계약직 인턴으로 시작하여 현재 대기업 마케팅 직군으로 이직한 저자의 이야기가 쓰여있다. 그 비결은 바로 글쓰기! 평범한 저연차 직장인이 글쓰기라는 무기로 몸값을 올린 저자의 노하우가 듬뿍 담겼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글쓰기는 직장인의 글쓰기다. 직장인이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바로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는 의미다. 핵심을 담아 간결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상대의 말을 이해하고 내 뜻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 이것이 직장인의 글쓰기다.(p.20)”

이처럼 직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글쓰기가 무기가 되는 이유라고 주장하는 저자의 문장이다. 결국 정확한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논리력을 필요성에 대해 말한다.

“논리력의 정의를 다시 보자.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다. 단순히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 논리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논리력을 키우고 싶다면 어느 한 가지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책 읽기와 글쓰기는 함께 가야 한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이나 추론이 생기고, 이 생각을 논리에 맞게 표현하면 된다. 글을 쓰면서 한 번 생각하고, 읽어보며 두 번 생각하고, 다듬으면서 세 번 생각할 수 있다. 신기하게도 자신이 쓴 글조차 읽을 때마다 새로운 부분이 보인다. 그래서 대부분 글은 여러 번 다듬을수록 더 좋은 글이 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많이 읽고 쓰면서 논리력을 키울 수 있다.(p.34)
나는 개인적으로 책 읽기와 글쓰기가 함께 가야한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연신 수긍하며 읽었다. 이런 부분은 꼭 직장에서의 글쓰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처음부터 글쓰기에 의욕적이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듯 저자 역시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고 한다. 하지만 직장에 대해 돈버는 글쓰기 학원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자 글쓰기에 대한 마음가짐도 바뀌었다고 한다. 이런 사고의 전환이 될 꿀팁은 물론 ,사내메신저 작성시 유의할 점, 이메일 작성시, 기획서, 보고서, 회의록과 이력서 작성, 그리고 마케팅 글쓰기까지 저자의 노하우를 모두 담았다. 개인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리스트를 만들 것을 제안하는 것과, 결론부터 말해야 하는 직장에서의 글쓰기 법처럼 저자만의 섬세한 방법도 좋았지만, 글쓰기가 온라인에 빌딩을 짓는 것과도 같다는 이야기는 매력적으로 들렸다.

신입사원 또는 사수의 빈자리가 큰 저연차 직장인이나 글쓰기가 고민인 분들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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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라면 군주론
김경준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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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라면 군주론>
마키아벨리의 관점으로 지천명의 삶을 승부한다!
오십의 생존과 번영을 이끄는 26가지 이야기

작년에 한 독서모임에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로 나온 ‘마키아벨리’를 함께 읽기 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단순히 플라톤의 철인정치에서 발전한 형태로서의 ‘군주론’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오십이라면 군주론>을 읽으며 마키아벨리의 나라, 피렌체가 눈에 들어왔다. 13세기, 지중해 해상교역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베네치아, 피렌체 등 이탈리아의 도시국가 전성기를 지나 1492년 스페인의 후원을 받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다. 15세기 대항해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이로 인해 마키아벨리의 조국인 피렌체와 같은 도시국가들의 경제력 약화는 불가피해진다. 중앙집권체제의 통일국가로 변모한 스페인, 프랑스 등 옆 나라들의 급 부상은 상대적으로 피렌체의 정치적 입지를 급격히 축소시켰다. 뿐만 아니라 분열된 이탈리아는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정치적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데, 마키아벨리가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시대가 바로 이 때이다. 이 책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에 경제-정치-외교의 전성기를 경험했고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같은 예술계 거장들이 와서 활동할 정도로 앞선 문화를 자랑했지만, 내부 분열이 극심해 정치적 통합을 이뤄내지 못했고 자체 군대도 없이 안보를 외교와 용병에 의존하고 있었다. 문화수준도 높고 자존심도 남아 있는 과거의 강자였으나 오늘날 자신을 지킬 능력조차 사라져 버린 신세로, 그나마 외교에라도 기대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궁박한 처지였다.”(p.14)
라고 묘사한다. 이 문단을 읽고 있자니 현재 우리나라와 상당히 비슷한 상황이다. 음악, 영화, 드라마들이 K라는 이름을 달고는 있지만, 돈을 버는 것은, 외국인들이 투자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들과 넷플릭스다.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이나, 전쟁 중인 러시아 역시 우리에겐 큰 위협이다. 12.3일 계엄령 사태로 정치적 혼돈 역시 다를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마키아벨리가 써내려간 군주론이 나 역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오십이라 그런거 아님)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마키아벨리가 전하는 삶의 본질은 무엇인가
2부 내 삶의 리더가 되는 획기적인 비법
3부 사람이 보이기 시작할 때 필요한 것들
4부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역사의 패턴
5부 굽이치고 흔들려도 다 잡고 나아가는 힘
6부 군주론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워낙에 저자가 인문학 지식이 풍부하여 여러 권을 동시에 읽은 느낌이다. 한 부, 한 부를 한권처럼 읽었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2부의 ‘선한 의지를 갖되 악을 이해하고 활용하라’와 ‘전쟁에 대비하는 게 리더의 유일무이한 임무’ 4부의 ‘현명한 리더가 진지한 잔소리꾼을 곁에 두는 이유’ 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5부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경쟁과 변화가 가능하다’ 부분에서는 “새로운 질서에 대한 만인의 적극적 지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모든 사람에게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화는 결국 모든 사람을 반대자로 만들게 마련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의 변화도 반발을 초래한다. 이런 배경에서 마키아벨리는 새로운 질서를 도입하려는 리더는 반발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해야 하며, 변화의 정당성을 공유하고자 노력하되 리더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힘을 확보해야 한다고 봤다.”(p.264)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로 볼 때는 만년 약소국으로서 어떤 힘을 길러야 하는가를, 그리고 사태를 떠올리면서는 그 힘을 설마 계엄령이라는 무력으로 본 것인가 생각해본다. ‘개혁과 변화는 힘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다’라는 마키아벨리의 통찰이 어떤 리더냐에 따라 오독할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이때까지 ‘마키아벨리즘’이라는 단어로 오해해왔겠지?

개인적으로 회장직이 있는 공적이든, 사적이던 그 어떤 모임이든지, 그 리더분에게 선물로 드리기 매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마키아벨리는 정치를 가능성의 기술이라고 생각했다.”(p.21)라고 말하며 정치나 경영 뿐 아니라 개인의 삶속에서도 가능성의 기술이 필요하기에 40에서 50으로, 50에서 60으로 넘어가는 분들이 읽어도 큰 도움이 될 책이다.

메디치의 젊은 군주는 끝내 마키아벨리를 중용하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새로운 리더를 투표할 때이다. 과연 우리의 선택은?
#오십이라면군주론#믹스커피#김경준#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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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 48편의 어른 동화
돈 후안 마누엘 지음, 서진 편저 / 스노우폭스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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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에는 13세기 스페인의 현명한 왕 알폰소 10세의 조카, 돈 후안 마누엘 왕자가 남긴, 48편의 어른 동화가 담겼다. 표지에서 제목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출판인이라 ’출판‘으로 말합니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글로써, 책으로, 국민의 한 사람, 출판인에 걸맞은 방식으로 행동하고자 부족함을 무릅쓰고 출간합니다.”라는 멘트가 적혀있다. 2024년 대한민국 비상계엄, 12.3 사태를 맞고 출판사에서 바로 출간한 책으로 보인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12월 31일 마지막날인데 벌써 28일이 지났다. 그 사이 참 많은 일이 있었고, 그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이 어수선한 시국에 이 책을 내놓은 편집인의 의도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왜 하필 선과 악의 기준을 묻는 걸까? 라는 질문을 가지며 책을 펼쳐본다. 1282년 스페인 왕가의 일원으로 태어난 돈 후안 마누엘이 평민들도 읽을 수 있도록 스페인어로 기록하여 문학사에 남았다는 책이다. 원제는 ‘루카노르 백작의 이야기, El Conde lucanor’이며, 젊은 루카노르 백작이 현명한 조언자인 파트로니오에게 다양한 문제에 관한 조언을 얻는 방식이다. 계엄령 사태를 두고 방송국마다, 언론사마다 유투버마다 다양한 소식과 의견을 쏟아놓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는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바로 그 리터러시, 그 분별하는 지혜를 파트로니오에게서 찾아보면 어떨지, 스노우폭스 출판사에서 제안하고 있는 책으로 보인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인간의 가장 훌륭한 덕목은 ’수치심(부끄러움)을 아는 것!‘에 관한 내용이다. 루카노르 백작은 파트로니오에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덕목이 무엇이오?”(p.23)라고 묻는다. 많은 덕목이 필요하겠지만 그 중에 이것만큼은 꼭 기억하고 실천할 수 있는 덕목을 알려달라 한다. 이에 현명한 파트로니오는 이슬람 국가의 술탄이었던 살라딘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는 예루살렘을 탈환한 왕으로 위대한 업적을 달성해낸 사람이었다. 그가 어느 날 한 기사의 집에 머물게 되는데, 그의 아내를 탐하게 된다. 그래서 그 기사를 먼 변방의 부대의 지도자로 임명한 후, 홀로 된 아내를 찾아간다. 하지만 지혜로운 여인은 살라딘에게 자신이 요구하는 한 가지 –“모든 덕목의 근원이자 으뜸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는 것”을 간청한다. 그러자 살라딘은 두 음유시인을 데리고 답을 찾고자 세상을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만난 지혜로운 노 기사는 ’부끄러움(수치심)‘이라고 대답해주자 살라딘은 바로 그녀를 찾아가고 말해준다. 그러자 그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으로서 최고의 덕목인 부끄러움을 실천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에게 요구하신 일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껴주십시오.”(p.37)라고 이야기한다. 바로 이 수치심, 이것이 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부끄러움을 느껴주고 “사과해요, 나한테” 해주었으면 좋겠다.

“사람은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보다 부끄러움 때문에 더 많은 선행을 하게 되며, 반대로 부끄러움 때문에 원래 하고 싶었던 부당한 행동을 멈추게 됩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 느끼는 부끄러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을 때의 부끄러움은 얼마나 좋은 것이며 필요한 것입니까!”(p.38) 부연하는 설명을 일고 있자니 이 ’부끄러움‘은 손가락질 하는 나, 역시 경계심을 잃지 않고 늘 생각해봐야 할 덕목이다.

이 에피소드 외의 47편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기도 하면서, 단순한 우화들이면서, 우리가 알고는 있었지만 점점 멀어져가는, 인간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기본적인 덕목들을 곱씹게 한다. 2024년의 끝자락에 이런 책을 읽는 행운을 누린다. 2025년의 나는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 한 나라의 대표와, 그런 마음을 똑같이 가진 국민의 한 사람이 되어보고 싶은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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