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듣는 맛
안일구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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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듣는 맛>
*이 책을 쓴 안일구 저자는 플루트 연주자로 꾸준히 활동하며 유튜브 채널 ‘일구쌤 19teacher’과 매일 아침 8시에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하루하나클래식’을 운영하고 있다. 클래식에 관한 다른 책도 많지만 나는 저자의 고백같은 ‘프롤로그_클래식을 좋아합니다’에 이끌렸다. “어떻게 악기를 다루는지는 배웠지만 어떻게 클래식과 친해지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클래식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아주 느리고 긴 여정이었고, 음악을 전공한 이후에도 ”클래식을 좋아합니다“라고 하기까지 족히 5년은 걸린 것 같습니다.(pp.5~6)”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웠던 나 역시, 피아노는 5-6년 친 것 같은데 클래식과 사랑에 빠지기는 적은 시간이었다. 클래식 애호가였던 큰언니가 있었기에 여러 음반을 구경하고 이름에 익숙해지고, 많이 들어본 음악이 어디선가 들리고 하며 익숙해지는 과정이 있었음에도 나는 클래식과 사랑에 빠지진 않고 몇 곡의 노예만 되어 있었음을 고백한다. 이 프롤로그를 읽으며 이 책에 담긴 저자의 경험이 나에게 어떤 맛을 선사할 것인가 궁금해하며 <클래식 듣는 맛>을 집어들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부 ‘클래식 음악의 3가지 축’은 작곡가, 연주자, 애호가(듣는 이)에 대한 기본설명이다. 2부 ‘클래식 듣는 맛’은 책제목과 같은 챕터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클래식이라는 장르에 대한 저자만의 해석이란 점에서 나는 이 책을 다른 입문서보다 더 높은 별점을 주고 싶다. 들리지 않지만 직관적인 클래식에 대한 이 글은, 저자가 많은 시간을 들여 경험한 것들을 내가 너무 쉽게 호로록 얻어가는게 아닌가,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저자가 듣는 방식의 이야기는(2부) 7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1장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예로 들어보면,
“예술 작품은 답을 주는 대신 질문하게 하며 상반된 답들 사이에서 긴장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라는 레너드 번스타인의 문장으로 시작된다. 예술은 질문하게 한다는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다섯 가지의 대비 -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꿈, 과학으로 증명된 것과 증명되지 않은 것, 말하는 사람과 생각하는 사람, 시간이 한정된 곳과 시간이 무한한 장소-를 제시한다. 그리고나서 저자는 다음의 인용문과 함께 예술이란, 전자의 세계에서 꾸준히 후자의 세계를 다루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지휘자나 연주자를 한번 떠올려보세요. 그들은 마치 A(전자)의 세계가 없는 것처럼 작곡가가 만든 B(후자)의 세계에 무섭게 몰입합니다. 연주가 끝나기 전까지 그곳에 머무르고 싶어합니다. A의 세계로 돌아온 이후에도 언제나 다시 매력적인 B의 세계로 돌아가길 희망합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음악의 도움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P.51)

나는 이 문단을 읽으며 현기증이 났다. 당장 B의 세계로 빠져들 준비가 되었으므로.

3부 ‘클래식 제대로 즐기기’ 에서는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에 대해 설명한다.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11가지 팁 부분을 읽으며 나는 진짜 좋아진 세상에서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 콘서트에서의 에티켓은 덤.
4부에서는 ‘입문자를 위한 클래식 명작 106’으로 이 책의 2/3정도를 할애했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90%의 클래식 최애가 담겨있다고 장담한다. 평소 좋아하는 곡이라던가, 광고음악이라던가, 전시회를 가서든, 카페에 가서들은 곡이라던가, 영화를 보다가 나온 클래식이든,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클래식이 여기 다 들어있다!!! 독자들이 천천히 클래식을 즐기고 음미할 수 있도록 100여 곡의 플레이리스트를 준비했다. 음악을 굳이 찾아보지 않고, QR 코드를 이용해 바로 접할 수 있어 더 꿀이다.(최근에 ‘감각의 논리’ 읽다가 베이컨 작품을 따로 찾아보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이 책이랑 넘 비교된다)

나는 궁금하다. 내가 이 100곡을 다 맛본 후에 나의 최애는 어떤 곡이 될지.

“음악은 누군가의 마음입니다. 음악가의 마음과 내 마음이 맞닿는 기적을 여러분도 경험하길 바라며 이 책을 써 내려갔습니다.”(p.6)

나 역시 저자와 마찬가지로 내 마음이 음악가의 마음에 연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QR을 찍는 책, <클래식 듣는 맛> 추천합니다.

p.s 표지의 플롯 부는 소년을 보며 저자님의 전공, 플롯을 떠올려본다. 클래식을 사랑하는 소년이고자 하는 저자의 모습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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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맨션 - 수천조의 우주 시장을 선점한 천재 너드들의 저택
애슐리 반스 지음, 조용빈 옮김 / 쌤앤파커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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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8일, 이 날은 스페이스X 팰컨1 로켓의 세 번째 발사 시도 성공일이었다. 450kg 화물을 궤도에 올릴수 있는 팰컨1은 현재 상업용 주력로켓으로 팰컨9까지 출시되었다. 이 로켓은 다른 회사와 달리 부품을 재사용해 만들어지고 있다. 이 날의 성공을 시작으로 로켓 스타트업의 컷팅식을 끊었다고 이야기하며 시작하는 책, <레인보우 맨션>을 소개한다.

*이 책은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이자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의 과학기술 작가인 애슐리 반스가 썼다. 그는 일론머스크의 스페이스X부터 시작해 “플래닛랩스Planet Labs, 로켓랩Rocket Lab, 아스트라Astra, 파이어플라이에어로스페이스Firefly Aerospace등 4개 회사가 새로운 유형의 위성과 로켓을 개발하는 여정을 따라가며 전개된다.”(p.31) 저자는 이 책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새로운 위대한 목표에 집착하는 모습을 현장 한가운데서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했다”(p.31)라고 밝힌다. 나는 우주산업을 민간이 주도하는 미국의 행보를 가끔 기사로 접할때 마다 그 대표적인 인물로 머스크를 유일하게 떠올려 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 이전에 국가정찰국 출신의 피트 워든과 함께 일했던 피트키드들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워든은 실리콘밸리에서 에임스연구소를 맡았는데, 함께 일했던 너드(나쁘게 말하면 찐따, 좋게 말하면 덕후)들이 함께 살았던 공유주택이 이 책의 제목 ‘레인보우 맨션’이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599페이지로 ‘코스모스’만큼 두껍다.(코스모스가 조금 더 두껍..) <코스모스>가 우주의 역사와 인류가 알아낸 우주지식에 대해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이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시라고 표현했다면, 이 <레인보우 맨션>은 각자 개성은 다양하나 우주에 대한 관심만큼은 한마음인 너드들이 모여 로켓을 쏘아올리기 위해 이 지구라는 땅바닥에서 모든 현실적인 문제들과 싸워나가는 그들의 고군분투를 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으면 첫 문단에서 언급했던 저 4개의 민간기업은 그냥 어떤 관종 억만장자 돈으로 탄생한 게 아니라 그 땅바닥에서 겪었던 수많은 실패들의 진화를 통해 만들졌음을 알게 될 것이다. 각 회사의 설립자들 스토리와 흥미로운 실패들의 진화가 녹아있는 경험담을 읽을수록 우주산업에서 실패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그 다음 행보를 위한 충만한 경험으로 재사용되어왔음을 목격할 수 있다.
사실 실패는 뼈아픈 것으로 인간을 넘어지게 하고 고꾸라지게 하는 것이지만 이 우주덕후들에게는 특별한 것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로 나는 아스트라의 설립자인 크리스 켐프를 들고 싶다. ‘실패의 진화’라는 챕터에서의 켐프가 직접 쓴 자신의 이야기를 인용해본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배우고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 자신이 가진 경험과 열정, 에너지로 도전할 수 있는 위치에 자신을 놓아야 한다. 여기에서는 준비가 되었든 안 되었든 도전하고 극복해야 한다. 성공한 사람 중에는 중심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결국 자기 삶을 후회한다. (p.336)
*항상 도전할 수 있는 위치에 자신을 리로드하는 정신, 이것이 평범한 인간인 나와 매우, 많이, 굉장히, 다른 점이다. 그럼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마인드를 가질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면 답은 ‘레인보우 맨션’ 정신에서 찾아보고 싶다. 우주를 다루는 책인데 제목이 공유주택 이름이라 의아했다. 하지만 이런 너드들을 탄생시킨 이 곳 묘사를 읽어보자
”레인보우 맨션의 중심에는 가족만큼이나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은 친구들이 있었다. 이들은 우주에 대한 애정과 심오한 무언가를 공유하며 이상주의로 똘똘 뭉쳐 있었다. 이 그룹은 이 세상을 더 좋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으며 마셜과 싱글러 부부가 이 같은 정신을 레인보우 맨션을 거쳐가는 사람들에게도 불어넣으려고 했다.“(p.96)
이제 질문할 차례다. 한국은 우리의 레인보우색 너드들을 포용할 수 있는 가?
*이 맨션에 들어가기 위해 마셜이 온라인 벼룩시장에 올린 특이한 광고를 보고 가야 한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주도적이고 열정적인 젊은 여성을 찾습니다.“(ㅋㅋㅋㅋ)
또는 ”지적인 커뮤니티에 동참할 룸 메이트 구합니다.“
I 성향인 나는 이 집에 들어가기가 넘 두려운데(실제로 그런 성향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있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을 만나면 제일 먼저 이 것을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이 레인보우 맨션에 입주하시겠습니까?라고.


한줄평 : 세상을 바꾸고 싶은 주도적이고 열정적인 젊은 여성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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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귀당 1 : 시간이 녹는 줄도 모르고 귀귀당 1
박현숙 지음, 신소현 그림 / 북스그라운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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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계에서 ‘조청 가래떡 구이’를 만들며 “수만 년 동안 신선들의 다과를 책임지는 중요한 일을 해 ”(p.9)온 수수할멈과 그녀를 도와주는 동북은, 인간계의 디저트가 맛있다는 한 신선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렇게 인간 세상에 온 수수할멈과 동북은 인기 좋은 디저트 맛집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타르트와 빙수, 두 가지를 연구해보기로 한다. ‘무인 카페’라면 사람이 찾아오지 않을 줄 알았으나, 민찬이가 문을 열어 들어오고, 수수할멈은 이 아이에게 디저트의 맛을 테스트해보려 한다. 하지만 신선계의 재료로 만들다보니, 인간이 먹을 때 생기는 부작용이 있었다. (민찬이가 몰래 음식을 싸가서 발생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렇게 3일이라는 시간이 녹아버리고 이 사라진 시간에 있었던 일을 되돌리려는 민찬이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다.

*단맛이라면 아이들은 다 좋아한다. 슬이 역시 마이쭈와 하리보 젤리로 컸다.(쪘다로 써야 하나) 과자, 초콜릿, 빵, 마쉬맬로우... 요새는 외국의 값싼 젤리와 사탕까지 쉽게 사먹을 수 있다. 내가 주지 않으려고 해도, 유치원, 학교, 학원에서 항상 받아온다. 그래서인지 슬이는 웬만한 과일의 단맛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인간계의 단맛이 못마땅할 수수할멈의 마음을 나는 알 것 같다. 하지만 동북은 “음식이든 다과든 입으로만 먹는 게 아니라 눈으로도 먹는다는 걸 말이야. 인간계의 디저트는 하나같이 예뻐.”(p.13)라고 말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왜인지 무지하게 찔렸다. 나는 수수할멈처럼 노력은 했나, 싶었다. 할멈처럼 연구라도 해야 슬이가 야채, 과일의 건강한 단맛을 느낄 수 있겠구나.

*이 책은 4학년 민찬이가 주인공이다. 최근 들어 살이 찐 자기의 모습을, 좋아하는 여자아이인 지호에게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 사춘기에 들어선 남학생이다. 지호가 서우라는 아이를 더 챙기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한 민찬이 옆에는, 생각없이 말하는 태평이가 있다. 나는 이 책 통틀어 태평이가 그렇게 얄미웠다. 사실 이 아이가 팥쥐역할을 맡은 건 아니다. 그냥 생각없이 그런거 아니냐, 저런거 아니냐, 정도를 민찬이에게 이야기하는데, 야는 또 왜 그렇게 태평이말만 듣는건지!!(의외의 고구마 인물이었음) 슬이에게 너라면 태평이같은 친구라도 있는게 낫니, 없는 편이 나은지에 대해 이야기해볼만한 인물이었다.(슬이는 그런 애라도 있는게 낫다고!!!!!!) 이제 초등 고학년이 되어 친구들과의 관계가 조금 더 복잡해져가는 요즘, 슬이에게 엄마는 네가 친구들에게 태평이같은 친구는 아니었으면 좋겠구나라는 말을 대신 해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동북이가 사실은 토끼 간 구하러 갔던 거북이였다는 것, 신선계에 젊어지는 샘물의 실존 인물이 존재했다는 것 등등 어디서 많이 들어본 옛이야기가 녹아있는 것도 이 책의 재미를 더한다. 나는 무엇보다도 동북이가 왜 그렇게 재채기를 하나 했다. 이런 디테일이 살아있는, 천도복숭아 빛을 띈, 이 귀하고 귀한 책의 다음 시리즈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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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안개초등학교 1 - 뻐끔뻐끔 연기 아이 쿵! 안개초등학교 1
보린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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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초등학교 3학년 4반, “콩깍지 하나에 든 콩 네 알처럼 꼭꼭 붙어”(p.6)다니는 도래오, 우유주, 묘지은, 조마구 이 네 아이의 미스터리 이야기 3부작 <쉿! 안개초등학교>에 이어 이번에는 <쿵! 안개초등학교>가 돌아왔다. 신비아파트에 완전 호(好)인 슬이는 쉿! 안개초 시리즈를 좋아했다. ‘쉿’과 ‘쿵’ 사이의 행간을 읽어보고자 내가 먼저 책을 잡았다. 쉿! 시리즈가 안개초 안에 있는 이야기들이라면, 쿵!의 1권인 이 책은 안개초 주변인 바깥을 향해있다.

조마구가 주워온 탄내나는 의자의 연기아이가 자꾸 우리 영험(!)한 묘지은에게 달라붙는다. 제 자리에 갖다놓아야 한다는 과학선생님과 나침반의 도움을 받아 ‘묘지우유조마조마또’(네명의 아이들)는 썩은 창고로 의자를 돌려놓으러 간다. 그러면서 이들은 의자가 타버린 바로 그 날의 과거로 향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땅따먹기에 성공한 알렉산더, 징기즈칸, 나폴레옹이 위인 전에 이름을 올린 걸 보면 맞는 말같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와 연관지어보면, 그 말이 영 맞지 않아 슬이와 역사를 이야기 할 때 조심스럽다. 항상 우리나라는 주위 큰 나라로부터 침략을 받았고, 그럴 때마다 풀뿌리 민중과 개천에서 용난 소수의 장군이 힘을 합쳐 간신히, 아니 갠--신히 이겨 유지한 역사가 더 많아 보이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것도 독립군의 중꺾마나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힘으로 이뤄낸 것이 아닌 역사적 사실이나, 공산주의-민주주의 이데올로기로 인해 총구를 겨눠왔던 격동의 1950~80년을 슬이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이것이 나의 숙제처럼 느껴져왔다.

묘지우유조마조마또가 향한 과거에는 금동이와 개울이가 있다. 부모가 모두 전쟁으로 죽고, 김동구선생님이 안개초등학교에서 그런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여기에는 피난 온 아줌마가 낳고 도망간 아기도 있다. 그동안 조마구의 요상했던 행적 역시 이 책에서 밝혀지는데, 조마구는 이런 말을 예언처럼 내뱉는다.
“달 없는 낮, 해 없는 밤. 땅에선 요괴가 쫓아오고, 하늘에선 불 단지가 쏟아진다.”(p.90)
“꽁지닷발주둥이닷발이 부부부부부 소리를 내며 날아와, 꼬랑지에서 불 단지를 쏟아낸다.”(p.91)

이 말들을 내뱉자마자 선생님을 찾는 목소리가 들린다.
“ “김동구! 썩 나와라!” 요괴는 군복을 입고 사람 말을 하고 있었다.”(p.94)

그리고는 폭격이 시작된다. 조마구의 예언같은 말들은 하늘에서는 비행기의 폭격이, 땅에서는 요괴(!!!)들이 아이들을 향해 총을 쏘는 소리였다. 이 부분은 내가 슬이에게 해줘야할 숙제처럼 생각해왔던 우리나라 역사의 아픔을 작가님이 이야기로 승화시켜내고 있음을 목격한 장면이었다. 굳이 적나라하게 다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할 슬이에게는 그냥 이 책을, 두려워하지 않고 읽어낼 수 있는 마음만이 필요했음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첫 장면도 만화형식으로 시작되는데 긴 글밥에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이 처음에 읽다가 이 책의 흥미로움에 한 장 한 장 넘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글밥만 있는 장도 글씨가 커서 아이들이 부담없이 읽어낼 수 있다. 또, 아이들이 긍정적인 어른 캐릭터인 과학선생님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얻는 장면이나 나침반 같은 물건의 활용을 보며 작가님이 아이들을 위해 참 많은 것을 준비한 책이구나 싶었다. 재미있는 입말도 반복되는데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꽁지닷발주둥이닷발이 부부부부부”보다는 “묘지우유조마조마또”를 키득거리며 웅얼거리기를 바란다.

p.s 과거로 간 아이들은 금동이와 개울이가 아기를 찾아 머물고 있는 안개초 반으로 찾아가는데 그 반이 4-3반이었다. 4.3사건의 요괴들이 갓난 아기들에게도 총질했던 일들이 떠오르며 또 한번 마음아팠던 건 안비밀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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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왈도 에머슨 성공의 법칙 - 부와 성공을 부르는 자기신뢰의 힘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노윤기 옮김 / FIKA(피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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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을 대표하는 시대정신 키워드 중 하나가 불확실성이어서일까, 아포리즘을 담은 책들이 유난히 많이 보이는 요즘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적 사기꾼 저자들을 필터링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적다보니 자기계발서보다는 이런 류의 정언명령으로 혼나는 책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목사님 설교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일지도. 어쨌든 쇼펜하우어, 파스칼이나 니체 그리고 개인적으로 최근에 읽은 발타사르 그라시안 같은 분들이 쓰신 책이 아포리즘을 대표하는 인물들인데 랄프 왈도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은 이번에 처음 접했다. 그는 "19세기 초월주의 운동의 중심인물로 미국 최초의 철학자이자 시인"이라고 책 날개에 소개되어 있다. “1803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산문가이자 사상가, 초절주의 시인인 그는 목사 집안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교 신학부를 졸업하고 1829년 유니테리언파 목사가 되었으나 종교의 교리와 부딪혀 1832년 사임"했다는 그는, "미국의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인물"로서 소로우, 휘트먼, 니체, 링컨, 오바마, 마이클 잭슨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문인과 사상가들뿐 아니라 현대의 정치·경제 지도자들에게도 삶의 지표"(책날개인용)가 된 인물이다. 소로우의 대표작은 (물론 <월든>이 압도적이겠지만) <시민 불복종>으로 아직도 널리 읽히는 책이다. 여기에 초기 미국의 정치가 링컨에게 까지 영향을 미쳤다니, 이 책은 올해 12월 대선을 앞둔 미국인들이 더 많이 읽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이 책은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인생의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
2. 나의 생각과 행동이 나를 결정한다
3. 사람은 사람이 만든다
4. 끊임없이 배우고 탐구하라
5. 있는 그대로를 직시하고 받아들여라

랄프 왈도 에머슨의 이 다섯가지에 대해 출판사는 “성공으로 가는 다섯가지 방법”으로 마케팅했으나 나는 개인적으로 "아름답게 나이 들 수 있는 다섯가지 길"로 읽힌다. 왜냐하면 어제 화가들의 자화상을 쭈루룩 볼 수 있는 수업이 있었더랬다. 그 중 젊을 때부터 부지런히 자화상을 그렸던 렘브란트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강사님은 젊었을 때의 렘브란트와 죽기 직전에 그린 렘브란트를 비교하며 생각의 깊이가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사실 나는 젊을 때 펑펑 쓰고, 하고 싶은 일들을 다 하고 산 렘브란트의 마지막이 그렇게 우아해보이진 않았으나 그 두 사진 사이에 시간의 굴곡이 느껴지긴 했다. 그 굴곡을 아름답게 메꿀 수 는 없을까, 늙음이 곧 추함이라는 이 공식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와중에 나는 추함의 길로 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잠깐 고민했더랬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내면이 단단해지는 길로 인도하는 다섯장의 좁은 길이 ‘추함’을 ‘지혜로움’으로 바꿔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며 이 책을 읽기도 했다.

단단한 자아를 만들고자 할 때 동기부여해줄 수 있는 아포리즘으로 가득 차 있는 이 책이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도 설득력있고 기댈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문단 중 줄을 치지 않을 곳이 없다.

-나를 밖에서 찾지 말기를.(p.15)
-감각을 최고 결정권자로 만드는 거짓 신중함은 바보와 겁쟁이가 선호하는 것이자, 모든 희극의 주제이다. 그것은 자연이 건네는 농담이고 그래서 문학의 영역이 되기도 한다.(p.88)
-우리가 최선을 다하더라도 여름에는 파리가 생긴다. 수풀을 걸으면 모기에 물릴 것이고, 낚시를 하러 간다면 비를 맞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이렇게 사소한 경험들을 통해 교훈을 얻는다. (p.92)
-나는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그들에게서 받는 것은 그들이 가진 것이 아니라 그들 존재 그 자체다. 그들이 내게 주는 것은 물리적인 것이 아닌 그들에게서 방출되어 나오는 존재가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나를 덜 친근하고 덜 순수한 사람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우리는 마치 만난 적이 없는 것처럼 만나고, 떠난 적이 없는 것처럼 떠날 것이다.(p.150)
-신은 존재한다. 자연법칙의 중심과 사람의 의지 상층에 영혼이 있기 때문에, 우리 중 누구도 우주의 힘을 거스를 수 없다. 그 힘은 자연에 강력한 마법을 불어넣는데, 그 조언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행복을 찾을 것이고, 그 피조물에 상처를 입히고자 할 때 우리의 손이 마비되어 몸에 붙거나 가슴을 치게 될 것이다.(p.227)
-눈앞에 스승이 있어도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은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p.238)
-우리는 연속된 시간을 살고 분할된 시간을 산다. 부분 속을 살고 입자 속을 산다. 하지만 우리의 내면에는 전체를 포괄하는 영혼이 담겨 있다. 그것은 지혜로운 침묵이고, 모든 부분과 입자가 연결된 보편적인 아름다움이며, 영원한 하나의 마음이다.(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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