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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왈도 에머슨 성공의 법칙 - 부와 성공을 부르는 자기신뢰의 힘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노윤기 옮김 / FIKA(피카) / 2024년 6월
평점 :
*오늘날을 대표하는 시대정신 키워드 중 하나가 불확실성이어서일까, 아포리즘을 담은 책들이 유난히 많이 보이는 요즘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적 사기꾼 저자들을 필터링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적다보니 자기계발서보다는 이런 류의 정언명령으로 혼나는 책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목사님 설교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일지도. 어쨌든 쇼펜하우어, 파스칼이나 니체 그리고 개인적으로 최근에 읽은 발타사르 그라시안 같은 분들이 쓰신 책이 아포리즘을 대표하는 인물들인데 랄프 왈도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은 이번에 처음 접했다. 그는 "19세기 초월주의 운동의 중심인물로 미국 최초의 철학자이자 시인"이라고 책 날개에 소개되어 있다. “1803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산문가이자 사상가, 초절주의 시인인 그는 목사 집안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교 신학부를 졸업하고 1829년 유니테리언파 목사가 되었으나 종교의 교리와 부딪혀 1832년 사임"했다는 그는, "미국의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인물"로서 소로우, 휘트먼, 니체, 링컨, 오바마, 마이클 잭슨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문인과 사상가들뿐 아니라 현대의 정치·경제 지도자들에게도 삶의 지표"(책날개인용)가 된 인물이다. 소로우의 대표작은 (물론 <월든>이 압도적이겠지만) <시민 불복종>으로 아직도 널리 읽히는 책이다. 여기에 초기 미국의 정치가 링컨에게 까지 영향을 미쳤다니, 이 책은 올해 12월 대선을 앞둔 미국인들이 더 많이 읽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이 책은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인생의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
2. 나의 생각과 행동이 나를 결정한다
3. 사람은 사람이 만든다
4. 끊임없이 배우고 탐구하라
5. 있는 그대로를 직시하고 받아들여라
랄프 왈도 에머슨의 이 다섯가지에 대해 출판사는 “성공으로 가는 다섯가지 방법”으로 마케팅했으나 나는 개인적으로 "아름답게 나이 들 수 있는 다섯가지 길"로 읽힌다. 왜냐하면 어제 화가들의 자화상을 쭈루룩 볼 수 있는 수업이 있었더랬다. 그 중 젊을 때부터 부지런히 자화상을 그렸던 렘브란트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강사님은 젊었을 때의 렘브란트와 죽기 직전에 그린 렘브란트를 비교하며 생각의 깊이가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사실 나는 젊을 때 펑펑 쓰고, 하고 싶은 일들을 다 하고 산 렘브란트의 마지막이 그렇게 우아해보이진 않았으나 그 두 사진 사이에 시간의 굴곡이 느껴지긴 했다. 그 굴곡을 아름답게 메꿀 수 는 없을까, 늙음이 곧 추함이라는 이 공식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와중에 나는 추함의 길로 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잠깐 고민했더랬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내면이 단단해지는 길로 인도하는 다섯장의 좁은 길이 ‘추함’을 ‘지혜로움’으로 바꿔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며 이 책을 읽기도 했다.
단단한 자아를 만들고자 할 때 동기부여해줄 수 있는 아포리즘으로 가득 차 있는 이 책이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도 설득력있고 기댈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문단 중 줄을 치지 않을 곳이 없다.
-나를 밖에서 찾지 말기를.(p.15)
-감각을 최고 결정권자로 만드는 거짓 신중함은 바보와 겁쟁이가 선호하는 것이자, 모든 희극의 주제이다. 그것은 자연이 건네는 농담이고 그래서 문학의 영역이 되기도 한다.(p.88)
-우리가 최선을 다하더라도 여름에는 파리가 생긴다. 수풀을 걸으면 모기에 물릴 것이고, 낚시를 하러 간다면 비를 맞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이렇게 사소한 경험들을 통해 교훈을 얻는다. (p.92)
-나는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그들에게서 받는 것은 그들이 가진 것이 아니라 그들 존재 그 자체다. 그들이 내게 주는 것은 물리적인 것이 아닌 그들에게서 방출되어 나오는 존재가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나를 덜 친근하고 덜 순수한 사람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우리는 마치 만난 적이 없는 것처럼 만나고, 떠난 적이 없는 것처럼 떠날 것이다.(p.150)
-신은 존재한다. 자연법칙의 중심과 사람의 의지 상층에 영혼이 있기 때문에, 우리 중 누구도 우주의 힘을 거스를 수 없다. 그 힘은 자연에 강력한 마법을 불어넣는데, 그 조언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행복을 찾을 것이고, 그 피조물에 상처를 입히고자 할 때 우리의 손이 마비되어 몸에 붙거나 가슴을 치게 될 것이다.(p.227)
-눈앞에 스승이 있어도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은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p.238)
-우리는 연속된 시간을 살고 분할된 시간을 산다. 부분 속을 살고 입자 속을 산다. 하지만 우리의 내면에는 전체를 포괄하는 영혼이 담겨 있다. 그것은 지혜로운 침묵이고, 모든 부분과 입자가 연결된 보편적인 아름다움이며, 영원한 하나의 마음이다.(p.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