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안개초등학교 1 - 뻐끔뻐끔 연기 아이 쿵! 안개초등학교 1
보린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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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초등학교 3학년 4반, “콩깍지 하나에 든 콩 네 알처럼 꼭꼭 붙어”(p.6)다니는 도래오, 우유주, 묘지은, 조마구 이 네 아이의 미스터리 이야기 3부작 <쉿! 안개초등학교>에 이어 이번에는 <쿵! 안개초등학교>가 돌아왔다. 신비아파트에 완전 호(好)인 슬이는 쉿! 안개초 시리즈를 좋아했다. ‘쉿’과 ‘쿵’ 사이의 행간을 읽어보고자 내가 먼저 책을 잡았다. 쉿! 시리즈가 안개초 안에 있는 이야기들이라면, 쿵!의 1권인 이 책은 안개초 주변인 바깥을 향해있다.

조마구가 주워온 탄내나는 의자의 연기아이가 자꾸 우리 영험(!)한 묘지은에게 달라붙는다. 제 자리에 갖다놓아야 한다는 과학선생님과 나침반의 도움을 받아 ‘묘지우유조마조마또’(네명의 아이들)는 썩은 창고로 의자를 돌려놓으러 간다. 그러면서 이들은 의자가 타버린 바로 그 날의 과거로 향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땅따먹기에 성공한 알렉산더, 징기즈칸, 나폴레옹이 위인 전에 이름을 올린 걸 보면 맞는 말같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와 연관지어보면, 그 말이 영 맞지 않아 슬이와 역사를 이야기 할 때 조심스럽다. 항상 우리나라는 주위 큰 나라로부터 침략을 받았고, 그럴 때마다 풀뿌리 민중과 개천에서 용난 소수의 장군이 힘을 합쳐 간신히, 아니 갠--신히 이겨 유지한 역사가 더 많아 보이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것도 독립군의 중꺾마나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힘으로 이뤄낸 것이 아닌 역사적 사실이나, 공산주의-민주주의 이데올로기로 인해 총구를 겨눠왔던 격동의 1950~80년을 슬이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이것이 나의 숙제처럼 느껴져왔다.

묘지우유조마조마또가 향한 과거에는 금동이와 개울이가 있다. 부모가 모두 전쟁으로 죽고, 김동구선생님이 안개초등학교에서 그런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여기에는 피난 온 아줌마가 낳고 도망간 아기도 있다. 그동안 조마구의 요상했던 행적 역시 이 책에서 밝혀지는데, 조마구는 이런 말을 예언처럼 내뱉는다.
“달 없는 낮, 해 없는 밤. 땅에선 요괴가 쫓아오고, 하늘에선 불 단지가 쏟아진다.”(p.90)
“꽁지닷발주둥이닷발이 부부부부부 소리를 내며 날아와, 꼬랑지에서 불 단지를 쏟아낸다.”(p.91)

이 말들을 내뱉자마자 선생님을 찾는 목소리가 들린다.
“ “김동구! 썩 나와라!” 요괴는 군복을 입고 사람 말을 하고 있었다.”(p.94)

그리고는 폭격이 시작된다. 조마구의 예언같은 말들은 하늘에서는 비행기의 폭격이, 땅에서는 요괴(!!!)들이 아이들을 향해 총을 쏘는 소리였다. 이 부분은 내가 슬이에게 해줘야할 숙제처럼 생각해왔던 우리나라 역사의 아픔을 작가님이 이야기로 승화시켜내고 있음을 목격한 장면이었다. 굳이 적나라하게 다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할 슬이에게는 그냥 이 책을, 두려워하지 않고 읽어낼 수 있는 마음만이 필요했음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첫 장면도 만화형식으로 시작되는데 긴 글밥에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이 처음에 읽다가 이 책의 흥미로움에 한 장 한 장 넘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글밥만 있는 장도 글씨가 커서 아이들이 부담없이 읽어낼 수 있다. 또, 아이들이 긍정적인 어른 캐릭터인 과학선생님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얻는 장면이나 나침반 같은 물건의 활용을 보며 작가님이 아이들을 위해 참 많은 것을 준비한 책이구나 싶었다. 재미있는 입말도 반복되는데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꽁지닷발주둥이닷발이 부부부부부”보다는 “묘지우유조마조마또”를 키득거리며 웅얼거리기를 바란다.

p.s 과거로 간 아이들은 금동이와 개울이가 아기를 찾아 머물고 있는 안개초 반으로 찾아가는데 그 반이 4-3반이었다. 4.3사건의 요괴들이 갓난 아기들에게도 총질했던 일들이 떠오르며 또 한번 마음아팠던 건 안비밀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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