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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고양이 소피 - 동화로 읽는 철학
차이즈친 지음, 마오실리우 그림,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5년 3월
평점 :
초등학교 6학년인 필로. 최근 누군가가 자신을 쫓아노는 것만 같다. 그저 상상에 불과한 걸까, 고민하던 중, 수의사 아빠는 길고양이를 집에 데리고 온다. 아빠 말로는 이 고양이가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지 않았는데 필로의 품에는 쏙 안긴다.
그런데 이 고양이 범상치 않게 생겼다. “털 색깔은 대부분 하얀색인데 정수리 양쪽으로 검은 털이 한 뭉치씩 나 있어서 대머리처럼 보이는데다 입 주변에도 검은 털이 콧수염이 나 있어서 고양이라기보다는 고생을 많이 한 대머리 할아버지 같았다.”(pp.12-13) 철학 고양이 소피의 외양이다. 나이든 철학자를 상상하면 다들 이런 머리를 상상하려나, 나는 사실 소크라테스보다 빽투더퓨처의 박사님을 떠올리긴 했다.
4월 22일 일요일 친구인 태오의 생일날, 태오가 퍼즐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물로 퍼즐을 준비하고 함께 맞춘다. 빨간색과 초록색 퍼즐을 구별하지 못하는 태오의 비밀을 듣고 “나와 세상이 다르게 보이다니!” 라는 질문을 갖게 된다. 이후 4월 22일은 계속 반복된다. 똑같은 날이 8번 지나서야 철학 고양이 소피는 “네가 철학적 사고를 끝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이 그날에 머물러 있는 거야.”(p.27)라고 이야기해주며 그렇게 소피의 눈을 통해 철학 세계로 로그인하는 필로. 그 곳에는 원형 탁자 위, 9개의 꺼진 등이 있다. 벽을 따라 셀 수 없이 많은 문이 있다. 그렇게 소피는 필로가 궁금해하는 질문의 대답을 해 줄, 플라톤의 동굴이 있는 문으로 인도한다. 이런식으로 질문이 생길 때마다 필로는 소피와 이 철학의 세계로 향한다. 그리고 궁금증을 해결할 때마다 탁자위에 놓인 지혜의 등이 켜진다. 필로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방출하는 정신 에너지를 먹는 소피는 오동통 살찌기 시작한다.
플라톤, 브루노, 데카르트, 퍼트넘,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토머스 네이글, 칸트, 사르트르, 롤스, 데오게네스, 에피쿠로스, 카뮈, 소로, 러셀 등 고대부터 현대의 철학자들까지 다양하게 등장한다.
아빠는 술 왜 마셔요? 담배를 왜 피워요? 라고 묻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한다. 집에 데려왔던 검은 고양이의 죽음, 그리고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은 필로를 철학의 방으로 이끈다. 소피는 죽음에 관한 철학을 했던 소크라테스와 토머스 네이글을 소개한다. 마음대로 하는 것이 자유인 줄로 아는 아이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이 책을 쥐어줘야 한다. 수두를 앓아 격리기간을 겪게 되는 필로는 자유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렇게 칸트를 만난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던질법한 질문들과 그에 맞는 철학가들의 이야기를 쉽게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롤스의 무지의 장막을 이렇게 쉽게 설명가능한 것이었구나에 대해 새삼 놀랐다. 센델 선생님... (또, 공산권의 중국인 저자라 그런가 더 자신있게 설명하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
또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이 책도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읽다보면 필로+소피가 보여주는 이 케미에 퐁당 빠지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