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어느 30대 캥거루족의 가족과 나 사이 길 찾기
구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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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어느 30대 캥거루족의 가족과 나 사이 길 찾기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한겨레> 신문에 ‘구씨집안 이야기’를 연재하던 작가가 새로운 에피소드를 더해 출간한 책이다. 30대의 프리랜서 작가 가족 이야기이기에 마치 옆집 이야기처럼 가까운 이의 행복한 가정사를 보는 것 같아 친근하다.

K-장녀인 따뜻한 관찰자의 눈을 통해 본, 아누비스가 조상인 코난이라는 반려견으로 시작해서 영웅 이야기를 좋아하고 역사와 상식이 풍부하지만 실전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상냥한 아빠, 젊은 시절의 아빠와 성격이 뒤바뀐 듯 하지만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뭐든 만들어내는 손재주 좋은 엄마,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지만 내향인 I로 보이는 동생,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김장을 하시는 외할머니를 그림으로 그려냈다. 또 30대 프리랜서인 작가가 고민해온 독립에 대한 단상을 공유하기에 분명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개인적인 책이지만 ‘먼나라 이웃나라’ 한국 편을 보는 느낌도 든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하고 싶었던 그림으로 이 사회에 서고자 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 3년이라는 시간을 용인해준 부모님이 계셨기에 가능했음을 그리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미래에 대한 준비를 무조건 스펙으로 밀어붙이는 사회구조가 문제일까, 싶다. 우리 아이들은 너무 빨리 진로를 선택할 것을 요구받는다. 중학교 때 진로를 정하면 가장 좋고 고등학교때 까지는 어떻게든 생기부 수정이 가능하지만, 대학교 때 헤매면 그만큼의 사회적 비용과 시간은 남들과 같은 선에서 이탈하게 만든다. 그 이후의 결혼, 출산, 내 집 마련과 같은 빡센 인생미션이 남아있다. 이번 6월에 있을 대선에서 청년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 잘 따져봐야 겠다.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캥거루 부모가 되는 것과 투표하는 것 외에는 없어보인다.

한편으로는 이런 에피소드 같은 내용들을 십대의 아이들과 안정적으로 대화할 순 없는 걸까, 싶은 아쉬움도 든다. 질풍노도의 시기로 본인의 육체와 멘탈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버거워하는 아이들을 입시지옥에 밀어넣은 현 교육제도 시스템에서 가능할까? 싶다. 아이들이 철이 빨리 들길 바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철들어가는 아이들이 안쓰럽기도 하는 이 양가적인 마음을 가진 K-부모 세대의 마음이다.

작가가 가족이나 개인을 파라다이스같은 섬으로 그린 것도 인상적이다.(그래서 <먼나라, 이웃나라> 같았을까?) 우리는 모두가 섬이다.(내가 좋아하는 ‘어바웃어보이’ 영화의 첫 대사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또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만들어낸 섬에 홀로 서 있을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아무리 사회 속에, 가족 속에 있다 한들, 인간으로서의 독립은 인생이라는 섬에 홀로 서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독립을 생각해보니 부모들에게도 독립은 마치지 못한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아빠, 엄마, 동생을 사랑하는 온 가족에게 추천한다. 화장실 안에 넣어두고 온가족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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