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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떠다니는 집 부유관 1 - 이상한 이야기의 시작 ㅣ 하늘을 떠다니는 집 부유관 1
다카하시 미카 지음, 간자키 가린 그림, 김정화 옮김 / 아울북 / 2024년 8월
평점 :
어렸을 때 읽었던 인상깊은 일본 만화책(물론 한 둘이겠냐마는)이 있다.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이라고, 골동품마다 혼이 서려있고 이것들과 대화하는 골동품점 손자의 이야기였다. 이후 <요괴워치>라는 만화에 아이도, 나도 푹 빠졌더랬다. 이 만화에는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했지만 주인 진주를 애타게 찾는 지바냥이나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을 찾아 헤매는 신발 요괴, 아주 오래된 우산에 깃든 레전드 요괴들이 나온다. 그렇다보니 일본인들이 물건에 마음을 담는 소재는 나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하늘을 떠다니는 집, 부유관> 역시 진심이 담긴 물건과 새로운 주인을 매칭해주는 이야기다. 총 다섯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는데 첫 번째 주인공은 소라다. 소라는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나 친해지고 싶었던 히라기 카논의 전화번호가 적힌 판다메모지를 잃어버린다. 이 쪽지를 애타게 찾던 소라 앞에 부유관이 나타난다.
처음 부유관에 입성하게 된 소라는 이런 향을 맡는다.
“오래된 건물에 들어갔을 때 나는 특유의 냄새가 희미하게 풍겼다. 켜켜이 쌓인 시간을 느끼게 하는 왠지 모르게 그립고 마음이 푸근해지는 냄새였다.”(p.17) 나 역시 이런 향을 맡아보고 싶은 문장이었다. 아마도 책냄새? 할머니댁 냄새일까? 부유관의 주인 라미씨와 하늘색 털을 가진 고양이 시드는 소라에게 ‘진심을 담은 물건’에 대해 설명해준다.
“물건들은 저마다 보물 상자 같은 그릇을 하나씩 갖고 있어. (.,..) 그러다가 보물 상자가 애정으로 가득 차면 그것이 마음의 역할을 갖게 되고, 생각과 감정이 싹트는거야.”(pp.19-20) 그래서 물건들이 있는 방으로 소라가 들어갔을 때, 부유관의 다양한 물건들은 소라의 판다메모지를 찾고 싶어하는 고민을 단번에 읽어낸다. 그중 빨간 곰 인형 캔디와 공명하게 된 소라는 캔디의 도움을 받아 카논을 다시 만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카논과 냄비, 소타와 카펫, 기노시타 리쓰와 기타, 고토와 항아리의 이야기가 이 책 한 권에 담겨있다.
이쯤되면 이 하늘을 떠다니는 부유관은 누구나 들어갈 수는 없는 곳일까? 하는 질문이 생긴다. 이 다섯가지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작은 물건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아이들이거나 애정을 담아 좋아하는 물건들이 있는 인물에게만 앞에 나타난다. 인물들과 공명하는 물건들은 가장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친구가 필요했던 소라에게는 곰인형이, 아빠와의 추억을 담아둘 곳이 필요했던 카논에게는 냄비가, 갓 태어난 동생과 커버린 개, 존 때문에 집에 있기 싫어했던 소타에게는 따뜻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카펫이, 기타 연주자에게는 기타가, 알뜰살뜰 살림했던 할머니를 기리는 고토에게는 항아리가 꼭 필요했다. 이렇게 애착물건과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부유관>의 이야기이다.
여기에 더해, 나는 쉽게 사고 쉽게 버려지는 값싼 예쁜 쓰레기가 넘쳐나는 요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이지 싶었다. 특히 5장의 할머니는 내가 참 본받고 싶었던 인물이기도 했다. “할머니는 오래된 집을 알뜰살뜰 가꾸면서 혼자서 살았다.(...) 집 안 어디를 둘러봐도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삭막하지도 않았고, 엄선된 일상의 도구들이 모두 가족 같은 표정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고토는 할머니가 애지중지 하는 물건들이 참 사랑스러웠다.(p.133) 하지만 집안에 이런 분이 한분 계시면 반대의 인물도 있는 법이다. 할머니의 딸 미마고모가 그랬다. 나와 너무 닮아 엄청 찔렸다. ㅋ
”귀하게 대접받는 물건은 좋은 기운을, 함부로 다뤄지는 물건은 나쁜 기운을 내뿜는 것 같아요.“(p.151)
쉽게 버려지는 물건 대신 오래되었지만 할머니처럼 알뜰살뜰 가꿔주고 가족처럼 존재감을 뽐내도록 애정을 주면 귀하게 대접받는 물건들이 좋은 기운을 내뿜는다는 이 부유관의 이야기는, 점점 더 뜨거워져가는 지구에서의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아이들에게도, 어른인 나에게도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